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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설계자들 - 알고리즘이 세상을 왜곡하는 방식에 대하여
터바이어스 로즈-스톡웰 지음, 홍선영 옮김 / 시공사 / 2024년 7월
평점 :
현재 우리는 디지털 시스템과 소셜 미디어 및 알고리즘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 간의 광범위하고 동시다발적인 소통이 가능해진 놀라운 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을 시작으로, 실시간으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끊임없이 온 세상의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어 유의미한 정보를 취사선택할 시간도 부족할 정도다.
이러한 변화는 초반엔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빠른 소통의 가능과 더불어, 연결성을 특성으로 갖는 소셜 미디어에서는 사람 간의 연결이 공감을 증식시켰다. 예를 들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소식을 접한 사람이 그 소식을 주변에 공유하고, 해당 소식을 접한 또 다른 사람이 마찬가지로 소식을 공유함으로써 널리 퍼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거기에 해당 소식을 공유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누구나 그 소식에 관해 의견을 덧붙일 수 있게 되면서 더욱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이었다. 앞선 첨단적 소통을 통한 공감의 증식은 분노의 증식을 유발했다. 소셜 미디어가 사람의 감정을 선동하고, 정보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불이 붙었다. 거기에 후발주자로 발전을 거듭한 알고리즘은 이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되었다.
감정은 전염이 쉽다. 특히 인간은 자극적인 감정에 취약하며, 분노라는 감정은 강력히 그에 해당하는 감정이기에 더욱 위험성을 갖는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통해 무럭무럭 분노를 먹고 자라난다.
우리는 긍정적인 뉴스보다는 부정적인 뉴스에 더 눈길을 준다. 뉴스 제목을 자극적으로 쓰는 까닭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뉴스는 보는 이로부터 분노의 감정을 일으킬 수 있다면 돈이 된다. 분노는 사람의 이목을 끌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분노는 정치적 측면에서 이용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정치적 분열을 통한 프로파간다가 그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의 우리는 앞선 사실을 깨닫기는커녕, 그저 분노에 휩쓸리기에 바쁠 뿐이다.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합작이 우리를 얼마나 양극단으로 갈라놓았는지, 우리의 심리가 어떤 식으로 이용당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질 기회조차 생각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의 위험한 힘에 대응하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세상의 혼란은 곧 현실 세계의 혼란과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분노를 겨냥한 거짓되고 혼란스러운 정보와 논쟁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디지털 세상 속에서, 우리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성숙한 토론 및 대응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분노 설계자들>은 이러한 맥락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다. 미디어 연구원으로서 소셜 미디어의 발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저자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공격적으로 만들었는지 파악한다. 한 마디로 디지털 세상의 어두운 측면을 조명한 책이다.
이 책은 분노를 먹고 사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라는 논제를 바탕으로 한 저자의 경험,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유발한 분노에 휩쓸리는 우리의 심리 메커니즘, 우리가 근원적으로 이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포괄한 책이라 좋았다.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유발하는 분노의 감정에 무분별하게 휩쓸리고 싶지 않다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부디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돕고, 공용으로 거주하는 이 세계에 대한 진실을 정직히 조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디지털 도구가 인간에게 더욱 유익하고 아름다운 영향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