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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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망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익숙하다 못해 지긋지긋할 정도다. 그럼에도, 이 나라에 애정을 갖고 망해가는 나라를 살려 보겠다며 선뜻 나서는 이는 드물어 보인다. 오히려 다 같이 나라가 이 모양인 걸 자조하며, 차라리 파국을 맞이하는 걸 재촉하는 듯하다. 한국을 보면 마치 이곳저곳에서 구멍이 뚫려 침몰하는 배를 보는 것 같다.

좁아터진 서울 및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 가까이 모여 있는, 죽어라 일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당장 내일을 살아가는 것도 힘겨운, 노년에 빈곤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거나 일터에 떠밀리듯 나가야 하는, 결혼 및 출산이 사치와 죄악이 되는, 약자가 약자 혐오를 하는 구조에 놓인, 경쟁하고 또 경쟁해야 하는 한국은 숨 쉴 여유조차 없는 각자도생의 나라가 됐다.

누군가는 그 까닭을 한국인의 품성을 문제로 든다. 원체 한국인은 욕심이 많고, 이기적이며, 정신이 궁핍해서 물질적인 것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그러니 앞선 현상들이 일어난 거라고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유심히 이 현상을 바라보던 이 책 <자살하는 대한민국>의 저자는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한국이 이렇게 병들게 된 까닭은 한국인의 품성 탓이 아니라,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근원적인 이유는 ‘돈’이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돈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한국 사회의 ‘경제적 구조’ 때문이다. 저자는 왜 한국이 망국을 맞이하고 있으며 과거의 경제적 성장 구조와 지금의 경제적 성장 구조가 무엇이 다른지 등 한국의 경제적 구조 특징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양한 통계를 통해 분석한다. 한국이 망해가는 까닭을 경제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본인이 이전에 읽었던 지음미디어 출판사의 <환자명 대한민국>이라는 책과도 일맥상통해서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접적으로 한국이 망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망할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운명을 마주한 것 같아 암울했다. 앞선 사회적 현상 및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아무리 한국이 싫다 해도, 내가 속한 나라가 망한다는 거의 확실한 전망을 조목조목 통계로 비판하는 책을 보면 슬퍼질 수밖에 없다.

사회로 나갈 시기를 맞이한 한국의 청년인 입장으로서 이 책은 참 아팠다. 한국의 저출산 대책으로 쪼이고 댄스라는 저질스러운 행사를 서울시의원이라는 사람이 주최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 나라의 국민을 인간이 아닌 가축으로 보는 이 나라에서 나는 과연 행복하게 삶을 보낼 수 있을까? 그저 착잡한 마음만 든다.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한 저자의 견해는 책의 말미에 담겨 있는데, 정리하면 저자는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한다. 정부가 나라에 대한 투자에 적극적이고, 나라를 가난하게 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한 과정에는 국민 간의 이해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결국은 우리 모두의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해와 합의를 통해 나라를 바꿔가야 하지만, 문제는 그만큼의 여유를 기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해결책이 아예 없을 만큼 망가진 건 아닌 듯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걱정이다. 이미 굳어진 경제적 구조에서 한국이라는 나라와 정부에 반발심을 품은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과연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을 위해 선뜻 나서줄 정치적 지도자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각자의 파이만 챙기기에도 먹고살기 바쁜 이 나라에서 우리는 과연 지금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현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나는 그저 이 나라에서 빈곤에 떠밀려 자살하는 결말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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