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체중 - 크고 뚱뚱한 몸을 둘러싼 사람들의 헛소리
케이트 맨 지음, 이초희 옮김 / 현암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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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걸 줄이고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는 말은, 잠을 줄이고 많이 공부하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말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확실함을 전제로 말이다.

‘신체는 합리적이지 않다.’ 책의 194페이지의 문장이다. 해당 문장처럼 사람의 신체는 일관적이지 않다. 키, 생김새 등과 같이 살이 찌고 안 찌고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먹어도 삐쩍 마른 사람이 있고, 그 삐쩍 마른 사람보다 덜 먹어도 살찐 사람이 있다. 친구(마른 사람)와 나(살찐 사람)의 이야기다.

그런데도 아직 이런 지방, 특히 비만에 대한 부분에서는 사람의 의지로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다. 사람의 몸은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항상성’이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하면, 바뀌지 않으려고 한다는 거다. 그래서 마른 사람이 살찌기 어려운 거고, 살찐 사람은 요요현상을 겪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오히려 제대로 노력하지 않았다고, 의지가 없어 실패한 거라고 변하지 않은 이를 욕하는 게 태반이다. 그 비난은 특히 비만인에게 가혹할 정도다. 비난과 함께 조롱, 특히 혐오는 암묵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진다.

부끄럽지만 나도 비만 혐오를 한다. 내 몸에 있는 지방을 싹 빼내려고 지방흡입 수술까지 두 번이나 했다. 이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수술 부위를 고민하고 있다. 거울 너머로 내 몸을 보는 게 싫고, 두툼한 살덩이를 부여잡고 이만큼 뜯어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심지어 공공장소에서 비만해 보이는 사람을 보면 혐오감도 든다. 그런 사람들과 닿으면 다른 사람과 닿는 것보다 더 더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비만이 죄가 될 수 없음에도 그저 비만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이 좋았다. 이런 태도가 부끄럽고 무례하고 단편적인 편향적 사고라는 걸 자꾸만 알려주기 때문이다.

<비정상체중>은 이렇듯 우리의 비만 혐오가 당연해진 이유와 비만혐오를 공고히 하는 사회적 구조를 파고드는 책이다. 건강 걱정을 빙자한 조롱적 품평을 저격하는 책이기도 하다. 건강과 비만에 대한 상관관계에 관해서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는 비만인이며 철학자이다. 저자의 내밀한 경험과 섬세하고 정교한 글의 정리, 여러 주제 관련 사례를 통해 비만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비만 혐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책이라 깊이 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비만 혐오는 개인의 편향된 태도가 아니라, 비만인과 비만인을 벗어나려는 이에게 ‘구조적’으로 폭력을 주는 하나의 현상이며 이 현상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밀접하게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비만인은 둔하거나, 게으르거나, 의지가 없고, 신뢰가 떨어지는 등 사회에서 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는 취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대놓고가 아니더라도 은연중이라도 말이다. 온라인에서는 어떤가? 무자비하게 쏘아대는 화살처럼 비만인에게 비난을 퍼붓는다. 거기에 반응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단연코 비만인에 대한 조롱이다. 불만이면 살을 빼라는 식이다.

바꾸기 어려운 것에 대한 수용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시각을 갖는 것이 더 이로운 사회일까, 획일적인 것을 만들기 위해 몸에 해로운 약을 쓰고 칼을 대는 게 더 이로운 사회일까.
보이는 것에서만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을까, 보이는 것에 치중해서 놓치고 있는 수많은 가치가 더 많지는 않을까.
전반적으로 외적인 부분을 신경 쓰느라 극심한 고통을 받는 한국인에게 특히 와닿을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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