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명 : 대한민국 - 경제 청진기로 진단한
송하늘 지음 / 지음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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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명 대한민국>은 사회 갈등, 계층 이동성, 저출산처럼 현재 한국 사회의 심화 문제를 ‘경제’ 관점에서 바라보는 책이다. 근래 한국 사회 문제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책이니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 문제가 모두 경제, ‘먹고사는’ 문제에서 파생되었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현재 각자가 가진 경제력, 달리 말하면 곳간이 비어있어 삶이 팍팍한 상황이다. 따라서 당장 내 주변 경쟁자를 적대함으로 갈등과 혐오가 극심해진다는 것이다.

그럼, 지금 한국은 어떤 상황인가? 낙수효과 약화, 양극화 심화, 부의 대물림, 자본 대비 노동 가치 하락 등 이런 경제 문제로 하루하루 먹고사는 일이 무척 버거워졌다. 더는 보편적인 평범한 삶도 꿈꾸기 힘들어졌고, 용 난다는 개천조차 바싹 말라갈 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차 심해질 전망이니, 특히 곳간이 팍팍하게 느껴지는 사람으로서는 불만을 품는 게 당연하다. 와중에 흔히 나라가 망할 위기니, 저출산을 해결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이야기에는 더더욱 분노하게 될 뿐이다.
당장 내가 죽겠는데 나라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겠는가? 국가도 먹고 살자고 서로가 뭉쳐 만든 게 아니겠는가. 이 먹고사는 문제가 제대로 굴러가질 않으니, 반감만 가지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문제가 왜 생겨났는가?’ 저자는 기획재정부 행정사무관 직책을 바탕으로 예리한 통찰을 끌어낸다. 마치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쏙쏙 파악하듯’ 사회 문제의 시작점을 밝혀낸다. 그리고 문제 해결에 가장 효과 좋은 방법을 두 가지 소개한다.

다만 그 두 가지 방법도 내가 생각하기엔 너무나 이상적일 뿐이다. 사태의 심각성으로 따지면 한국은 물이 죽죽 새는 침몰하고 있는 배 수준인데도, 이미 국민 다수가 어차피 국가는 나를 챙겨주지 않으니 각자도생하자는 마인드로 돌아선 것 같다.
나라의 존립과 같은 이상보다는, 당장의 생존이 훨씬 중요하고 당연히 여겨지고 있으니 어떻게 상황이 나아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당장 한국 사회의 현황을 담은 뉴스를 보면 댓글에서도 다들 자포자기한 상태인 것 같다. ‘그동안 대한민국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던가, ‘사랑한 적 없다. 이딴 나라는 하루빨리 망하는 게 낫다.’라던가 하는 댓글이 넘쳐난다. 솔직히 본인도 한국이 콱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이런 현상은 그만큼 지금 모두의 곳간에 비상이 걸렸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는 개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하지만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손을 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도 없다. 이미 한국 사회에는 뿌리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문제가 곳곳에 퍼져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망은 절대 밝지 않다.
하지만 그 증상을 정확히 잘 짚어낸 이런 책들이 더 많아져서, 많은 사람에게 읽힌다면 조금이나마 상황이 나아질 희망을 꿈꿀 엄두라도 내볼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이미 늦었다는 생각이지만.

어쨌든 한낱 일반인 머리로 수습하기에 한국 사회 문제는 너무 크고 복합적이라 이야기하면 끝도 없고, 솔직히 부정적인 결론으로만 다다르게 된다. 그래도 한 가지 말한다면….
이 책은 널리 읽히면 좋겠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그리고 국가를 다스리는 높은 직책에 가까운 사람에게는 더 많이 읽히면 좋겠다. 참 이상적인 생각이겠지만.
서로 각자 곳간 살리자고 계속 이 문제를 외면하다가는, 문제에서 더욱 큰 문제가 파생되기만 할 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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