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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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디흔하고, 더는 낡을 것도 없는 소재를 갖고 흡인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자칫하면 이곳저곳에서 짜깁기한 아류작이라는 평을 듣는 경우도 많다.

오늘 밤 시리즈도 단지 그렇게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저자 이치조 미사키의 첫 번째 이야기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작품도 처음 접했을 때 어디선가 느껴본 딱 아는 맛이었다. 사실 이번 작품도 비슷했다.

일본 청춘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 조금은 유치한 전개, 억지 신파라고 느껴질 수 있는 시한부라는 설정들.

그러나 너무 뻔해서 독자가 반감이 들 수 있는 이런 설정으로도 저자는 놀라울 정도로 특별하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이상하게도 이 작가의 작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첫 번째 시리즈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단순한 우연으로 생각했고, 두 번째 시리즈에서는 긴가민가하게 생각했지만, 이번 세 번째 시리즈에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자 이치조 미사키만의 장르가 탄생했다고.> 그의 작품에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비슷한 작품을 읽고 나서 똑같이 슬프고, 똑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느껴도 신기하게 마음에 아리게 남아있는 정도는 정말 달랐다.

마치 똑같은 인스턴트 라면이라도, 적당히 끓인 라면과 정말 잘 끓인 라면의 차이 같다고 해야 할까? 재료는 똑같더라도 그 재료를 어떤 농도와 타이밍에 맞춰 쓰는지에 따른 느낌의 차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 시리즈는 정말 잘 끓인 라면과도 같다. 맛있고, 자꾸 생각이 나는 그런 라면.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은 결국은 누군가의 죽음으로 정해져 있다. 정해진 결말로 인해 흥미를 잃는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런 요소가 이야기의 큰 주축이 되어 독자가 저자가 이끄는 감정선을 확실히 따라올 수 있는 표지판이 되어주는 것 같다.

알면서도 자꾸 먹게 되는 맛이라고 하면 공감이 될까? 뻔히 보이는 결말인데도 결국 끝까지 가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끝까지 가서 울게 되는 그런 작품이다. 어쩔 수 없이 이끌리게 되는 자석 같은 작품이다.

아마 이 작가가 네 번째 시리즈를 쓴다고 해도 똑같이 울고, 똑같이 이런 감성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감성을 느끼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라지만, 이성만 가지고 살 수는 없는 것 같다. 때로는 감성이 물씬 필요할 때도 있다고 느낀다. 감성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요소라 생각하니까.

그러니 결론은 팍팍한 현실에 메마른 감성을 끌어주는 강장제 같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어떨지 싶다.

다만 밖이나 잠들기 전에 읽지 말기를…. 눈물 때문에 곤란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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