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법 - 자폐 심리학자가 말하는 자기 공감의 힘
해나 루이즈 벨처 지음, 김시내 옮김 / 현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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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해 동물이 위장을 하듯, 인간도 위장을 한다고 해요.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고유의 특성을 죽이고, 다수의 특성을 모방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 책은 지적 장애가 없는 여러 자폐인이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어떤 모습으로 위장하고, 나아가 왜 위장을 하게 되는지를 다루고 있는 책이에요.

사회적으로 위장하는 것은 생존을 위해, 사람간의 더 좋은 관계와 상황을 위해 불가피하게 꼭 필요한 요소일 수 있어요. 또한, 굳이 자폐인이 아닌 비자폐인일지라도 얼마든지 위장을 할 수 있답니다.

다만 자폐인과 비자폐인의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면, 자폐인이 위장하는 데 더 많은 고통과 피로에 휩싸인다는 것이에요.

남들과는 다르다는 까닭에 어릴 적부터 자주 비판을 받고 긴장을 품고 살아온 자폐인은, 더더욱 타인의 거절에 민감하고 외로움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언제나 남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강박에 따른 스트레스도 더욱 클 수밖에 없고 말이에요.

저자는 이렇듯 가면을 쓰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자폐인을 위해, 그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위로와 제안을 책에 담았어요.

저자부터가 성인이 된 이후 자폐 판정을 받은 사람이라, 같은 입장에 놓인 이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이야기가 진솔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책을 읽어보면서 본인의 어릴 적 기억이 많이 떠올랐어요. 저도 자폐인에 속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많은 부분이 해당되고 공감이 되더라고요.

적응하기 힘들었던 이 세상 한편에 내 자리 하나 만들어보겠다고 어떻게든 몸을 구겨 넣곤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끝내 제 모든 위장은 불편하고 어색한 채로 끝나고 말았고, 이윽고 세상에 녹아들지 못하는 자신의 이상함에 자책하는 나날을 이어왔어요.

이제껏 나의 이상한 부분은 언제나 감춰야만 하는 부끄러운 것이었어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떠한 모습에 나를 필사적으로 끼워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고,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조금씩 드러내도 좋다고 격려를 주고 있어요.

그러한 격려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을 얻은 것 같아요. 내가 왜 그토록 남들과 어울리는 데 에너지를 썼는지, 나를 갉아먹으면서까지 세상에 녹아들려고 했던 까닭이 무엇이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책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믿어왔던 속설에 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자폐인에게는 다른 이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생각하는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었어요.

그러나 지적 장애가 없는 자폐인은 오히려 누구보다 다른 이를 신경 쓰느라 고군분투하고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심지어는 자신이 자폐인이라는 사실을 깨닫지도 못한 채로요.

그런 까닭은 우리 사회에서 자폐인을 향한 굉장히 편협한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폐인은 그저 지능이 낮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무능력한 인간으로만 한정해서 치부되는 것 같아요.

비록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중증 지적 장애가 없는 자폐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책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단편적인 자폐인에 관한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자폐인이 억압된 사회에서 어떻게 자신의 특성을 드러내고 이해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얻게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한 계기는 나아가 모든 자폐인의 안위와 평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범위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지 않을까 해요.

자폐인을 위한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담은 책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이 책은 자폐인과 비자폐인 모두 인상 깊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더욱이 자폐인은 본인에 대한 이해를, 비자폐인은 타인에 대한 이해를 가질 수 있게 되는 책이랍니다. 이해와 존중의 시각을 넓히고 싶으시다면, 이상한 세상에서 나 자신으로 사는 법을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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