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본능 어디에서 오는가
이수정 외 지음 / 학지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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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학지사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해쳤다는 끔찍한 범죄 뉴스를 접하게 되면, 같은 인간의 탈을 쓰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되죠.

살인, 스토킹, 아동학대, 데이트 폭력, 가정폭력, 가스라이팅 등등 그 범죄의 유형도 참 다양한데요. 이러한 범죄 뉴스는 인류애를 한껏 잃어버리게 만듭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우리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깊은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의문을 해결하고, 더 나아가 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문이 범죄심리학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범죄심리학에 관련한 책을 소개해볼까 하는데요. 사악한 본능 어디에서 오는가는 범죄 심리를 전공한 저명한 전문가 여섯 명이 모여, 지난 이십여 년간 마주했던 사건을 재구성해 담은 책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유형의 범죄 사건을 통해, 범죄 발생의 인과적 영향력을 알아보고 사건 분석에 필요한 전문 지식도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범죄심리학적 사유와 시각으로 다양한 유형의 범죄 사건을 되새김으로써, 왜 그러한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해당 사건을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또 미리 대처할 수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책에 수록된 사건들에 등장하는 가해자들의 행동과 심리를 살펴보니, 대다수 가해자의 환경이 불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범죄를 결코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들 주변의 사람들과 세상이 조금 더 다정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범죄 심리의 메커니즘을 알아보며,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었어요.

사람을 해쳐서 괴물이 되는 일은 다른 인간의 영혼을 산산이 짓밟는 일이기도 하지만, 온전히 한 인간으로서 너무 비참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이 책은 회고록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 구성에 물 흐르듯 잘 읽히는 것도 특징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등과 같이 흡인력이 굉장히 뛰어난 프로그램을 종이에 옮겨놓은 느낌이에요. 해당 프로그램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폭 빠져들어 읽을 책이 될 거예요.

*

별개의 감상을 더 남겨봅니다.

가장 마음이 아팠던 챕터는 아동학대와 그루밍 범죄를 담은 세 번째 챕터였는데요. 어른에게 보호를 받아야 하는 존재들이, 반대로 어른의 욕망에 의해 유린 당하고 있다는 현실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특히 저는 앞선 유형 범죄의 피해 경험이 있어 더욱 공감하고 아파하며 읽었어요.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마땅히 보호자에게 보호를 받으며 건강한 정신을 길러가야 하는 시기에 저는 꽤 오랜 방황을 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홀로 부딪히며 제대로 걸음을 찾아가고 있지만 방황하는 동안 정말 그대로 잘못된 길로 가고 말았다면 어땠을지 아직도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심지어 요즘은 영아 암매장 사건들을 최근 다수 접해서 그런지 더 무거운 마음이 드네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죽임을 당하고, 인적 없는 차디찬 땅속에 묻혔던 아기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사실에 절망스러운 심정입니다.

점차 잔인하고 교묘해지는 아동 대상 범죄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이 드네요. 막연히 많은 아이들이 태어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욱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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