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게 시끄럽고, 참을 수 없이 웃긴 철학책 -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스콧 허쇼비츠 지음, 안진이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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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일상에서 철학적 사고를 얼마나 하시나요?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저자 스콧의 아이들, 렉스와 행크의 반만큼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스콧의 말을 빌리자면, 아이 때는 모두 다 철학자이지만 우리가 더 실용적인 일을 시작하는 어른이 되면서 철학을 그만두게 된다고 하죠.

철학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은 저도 어렴풋이 품어왔지만,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그 이야기는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합니다.

줄여서 못시참철, 이 책은 참으로 유쾌하지만 그렇다고 가볍진 않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즐거운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책은 스콧의 아이들 렉스와 행크가 무심코 던지는 이야기와 다양한 일상의 사건을 계기로 철학적 논제를 찾아갑니다.

트롤리 문제, 장자의 꿈, 데카르트의 코기토 논증, 게티어 문제, 통속의 뇌, 유물론, 테세우스의 배 등 철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익히 알고 있을 개념이 등장하며, 이에 대한 문제를 독자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해 주는데요.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않고 적당한 깊이로 나름의 답을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우리도 어렸을 땐 분명 세상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은 철학자였을 거예요. 생각도 엄청 많았을 거고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하기 위해 마음을 먹어야 겨우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 조금 슬펐어요.

여러 생각을 말랑말랑한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고요. 어른이 되면서 차곡차곡 쌓인 기존의 생각들이 너무도 두텁고 단단해진 탓에 새로운 생각이 잘 흡수되는 게 어려워진 거죠.

또한, 만약 아이처럼 지치지 않고 생각할 수 있다면, 세상을 조금 더 활기차게 바라보며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도 책을 읽으며 렉스와 행크의 질문, 그리고 스콧이 던지는 심화 질문을 통해 오랜만에 아이처럼 풍부하게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어요.

부분적인 파트를 통해(젠더, 인종, 신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할 계기를 얻을 수 있었고요.

철학이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의견에 대한 기존의 생각의 변화에 관하여, 본서의 509쪽에 있는 버트런드 러셀(영국의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의 말을 빌려 적어볼게요.

“철학은 우리가 바라는 것만큼 많은 질문에 대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세상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질문들을 던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 철학은 일상의 가장 평범한 것들에서도 표면 아래 숨겨진 신비와 불가사의를 보여준다.”

제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점은 철학은 세상을 양질의 것으로 만들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거였어요.

또 주변의 갈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고요.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면 ‘생각하는 기술’이라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기술이죠. 여러 갈등과 자기 고찰이 필요한 요즘에 있어 우리에게 더없이 필요한 기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세상이 격렬히 실용을 찾을수록, 우리는 더더욱 철학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그러한 중요성을 깨우치고 있고, 우리 주변의 어린 철학자들을 실용주의에서 지켜주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더불어 오래전에 마음속의 어린 철학자를 잃어버린 독자에게도, 그 어린 철학자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을 찾아주고 있답니다.

여러분이 오래전에 잃었던 마음속 어린 철학자를 찾아 다시금 순진무구하게 철학에 빠져들고 싶으시다면, 이 못시참철과 함께 해 주세요.

분명 책장을 덮고 난 후에는 세상을 더욱 풍부하고 아름다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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