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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끈을 놓기 전에 -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25년의 연구를 집대성한 자살에 관한 모든 것
로리 오코너 지음, 정지호 옮김, 백종우 감수 / 심심 / 2023년 5월

여러분께서는 ‘자살’을 주제로 하는 이야기에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갖고 계시나요?

저처럼 자살 관련 서적을 탐독하거나 자살 예방 관련 서포터즈 경험이 있는 등 비교적 자살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도 계실 거고, 자살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꺼려져서 관련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실 것 같아요.

하지만 자살에 관한 문제는 항상 깊이 생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더더욱 그렇게 느꼈어요. 그 이유는 자살에 관한 문제는 나에게 닥칠 수도 있고, 그게 아니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든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즉,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는 거죠.

문제가 닥칠 때마다 회피해서는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피곤하고 머리 아픈 문제라 생각하고 회피하기만 해서는 자신과 더불어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없을지 몰라요.

더욱이 우리 마음속의 지지대를 흔들리게 만드는 자살이라는 요소가 ‘왜’ 우리 마음에 찾아오는지 그 메커니즘을 알지 못하면 매번 흔들리는 파도 속에 휩쓸리기 마련일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자살의 원인부터 예방까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자살이라는 무거운 마음의 추를 견뎌내고 덜어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자살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부분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가령, 우울증에 걸린 사람만이 자살하게 된다는 것들이요. 이 부분은 실제로 우울증을 겪고 자살 충동을 느꼈던 저로서도 오해하고 있었던 부분입니다. 꼭 ‘우울증이 있어야만’ 자살을 하는 게 아니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자살이라는 문제는 정말 마음의 장벽이 조금이라도 위태로워지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한, 자살예방센터에서 자살 예방 등 관련 서포터즈를 한 경험이 있었음에도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부분이 많았어요.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은 역시 자살 심리에 대한 전반적 내용과 이를 위한 세심한 대처 방안 및 커리큘럼이었습니다.

자살 위험에 빠진 사람이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델을 배우며, 단계적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었어요.

이렇듯 세심한 내용 하나하나에서 저자의 따스함을 느낄 수도 있었고요. 25년 동안 자살에 관해 연구하며 어떻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많은 고민을 했다는 부분이 잘 느껴졌습니다.

소중한 친구, 존경하는 교수님을 자살로 잃고 자신도 자살 관련 문제로 비탄의 시간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 더욱 저자는 간절했는지도 모릅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에요.

이 책은 그러한 진심이 녹아든 책입니다. 마치 자살에 관한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힘겹겠지만 끝내 문제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것만 같아요.

다만 주제가 주제인지라 확실히 가볍게는 읽지 못합니다. 저도 책을 받은 날부터 오랜 시간 꼼꼼하게 곱씹어 읽었거든요.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책장을 덮을 즈음이 되어서는 좌절감이 느껴지지 않았어요. 평생 해답을 찾지 못할 것만 같았던 문제와 제대로 마주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자살이라는 비탄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막연히 손을 놓고 있어도 안 된다는 사실을 느꼈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 제 자신을,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고 싶어요.

총체적으로 ‘포기하지 말자’, ‘손을 잡아주자’, ‘다시 함께 살아가자’고 책은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책에게 저 또한 그렇게 하리라 화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