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 샤넬 - 코코 샤넬 전기의 결정판
앙리 지델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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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샤넬이 아닌 ‘인간 샤넬’에 대한 면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저자 앙리 지델은 샤넬이라는 럭셔리 브랜드를 만든 가브리엘 샤넬의 삶을 철저한 조사와 연구, 증언을 바탕으로 기록했다.

방랑 기질이 다분한 샤넬가에서 태어난 가브리엘이 열두 살에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수도원에서 자란 시절부터 시작하여 그의 성공, 쇠락, 재기, 사망까지의 이야기를 한 권에 담았다. 소설인듯 수기인듯 물흐르듯 잘 읽히는 게 이 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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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에서 바느질도 제대로 할 줄 몰라, 손가락만 연거푸 찔리기 일쑤였던 어린 소녀가 세계를 주름 잡을 의상 디자이너가 되리라고는 가브리엘 자신으로서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브리엘 가문의 사람들은 방랑의 운명을 지고 태어나는 것일가? 가브리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가브리엘마저도, 인생 자체가 방랑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도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뒤 독립하여 성인기에는 낮에는 보조 재봉사로, 밤에는 카바레에서 가수로 일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보낸 샤넬. 코코라는 별명은 가수로 일하며 가브리엘이 부른 노래에서 따서 지어진 것이었는데, 정작 본인은 그 별명이 창부 같아 싫었다고 한다.

거기에 가정환경에 대한 콤플렉스가 다분했던 가브리엘은 이를 계기로 더욱 성공을 다짐한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한 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사랑을 했던 것이 가브리엘의 방랑적인 인생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을 교통사고로 잃었으며, 이후에도 만난 여러 인연들과도 결국 정착의 결실이라고 여겨지는 결혼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다.

새로운 소재의 독창적 패션, 아름다운 액세서리, 마릴린 먼로가 자기 전에 입었다는 향수 샤넬 N°5까지. 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둔 삶이었지만, 인간의 인생으로서는 어쩐지 외로운 삶의 마침표를 찍은 듯했던 가브리엘. 그가 나치 스파이였다는 부분은 호의적일 수 없지만, 이를 제외하고 본다면 연민이 가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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