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질 때 샌디에이고에서 로스앤젤레스로 운전하며 소형 디지털 녹음기에 구술한, 막연히 LA/운전 시들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들의 모음 - 정지돈 첫 번째 연작소설집
정지돈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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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실험적인……. 이건 뭐지? 제목부터 당혹스러운데? 당최 무슨 말이지? 읽어 내려갈 때마다 단어 하나하나, 마디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 의문을 품게 되었던 참으로도 이상하고 독특한 소설이었다.

아니, 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것이 내가 그간 읽었던 소설의 ‘형식’을 거부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등장인물 간의 명확한 스토리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하는 갈등도 마땅히 없고 그저 자유롭게 흩뿌려진 형형색색의 물감 파편들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누군가의 무의식을 활자로 옮겨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읽다보면 약간 화가 나기도 한다. 왜냐하면 도통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심지어는 마치 논문에나 쓸 법한 참고문헌을 각 이야기의 끝에 수록해 놓았다. 이것 참 난해하고, 산만하고, 전문적이고… 신기하다. 활자로 현대미술을 보는 듯하다.

오기가 샘솟아 정지돈 작가라는 사람이 궁금해서 이전 인터뷰도 찾아봤다. 뭐랄까, 정지돈 작가는 마치 ‘탐구’하듯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글에 담는 것 같았다.

나는 정지돈 작가의 글이 ‘퍼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고 작가를 따라 탐구하며 하나씩 이야기를 맞춰가는….

이야기에 연결성이 막연하여 얼핏 불친절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독자로부터 사유의 계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닐지.

‘모빌리티’를 주제로 한 네 개의 픽션들. 이제껏 우리가 소설이라고 생각한 범주의 틀을 깨고, 마치 고속으로 움직이는 탈 것을 타고 마구잡이로 달려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장들의 모음.

일관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가 다각도로 달려갈 수 있게끔 문학적 시야를 틔워주는 신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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