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광기란 무엇인가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덕적 광기’라는 말은 19세기 영국의 의사인 제임스 프리처드가 처음 사용했고, 그 개념의 폭을 넓힌 것은 100년 전 제1차 세계대전의 집단 광기를 직접 목격한 심리학자 프로이트이다.

도덕적 광기는 인간의 양심과 도덕성을 주관하는 ‘초자아 기능’에 심각한 결함이 생긴 상태를 말하며, 단순히 정신병이라 정의하기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정신병이 현실감각을 완전히 잃은 상태라고 했을 때, 도덕적 광기는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여도, 개인이 가진 ‘이념’이 도덕적인 측면에서 박살이 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단어와 개념 자체로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실 우리는 이미 도덕적 광기를 가진 수많은 사례를 몸소 알고 있다.

친숙한 심리학 개념으로는 사이코패스가 있고, 도덕적 광기를 가진 인물의 예시로는 히틀러, 스탈린, 아이히만, 오사마 빈 라덴, 마오쩌둥 등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양심과 도덕의 부재’이다. 도덕적 광기는 앞서 언급한 초자아 - 특히 초자아 결핍(양심과 도덕의 부재) - 가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초자아 비대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초자아 비대는 지나친 도덕적 양심으로 가혹하고 잔인한 잣대로 자신과 타인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다. 본인은 초자아의 비대로 인한 도덕적 광기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초자아 비대는 종교적 교리와 전통에 기반함으로, 오랜 기간 촘촘히 쌓여 쉽게 무너뜨릴 수 없기 때문이다. 초자아 비대의 가장 끔찍한 사례는 중세의 마녀사냥이 있겠다.

본 책은 도덕적 광기에 대한 개념부터 시작해서, 관련 인물, 역사•문화예술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사례, 반사회적 인간에 대한 정의와 치료에 관한 문제, 나아가 우리 사회가 도덕적 광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관한 다채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전반적으로 책에서 다루는 내용이 굉장히 알차고, 소재 자체도 흥미로운데다, 도덕적 광기로 물들고 있는 현 세상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인 요즘에 참으로 시의적절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1부였다. ‘도덕적 광기의 시대’. 실제 역사적으로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개하는데, 초반에는 굉장히 피로하고 절망적인 마음으로 글을 읽었다.

실제 인류 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도덕적 광기의 사례를 보며, 이념의 뒤틀림이 인간을 어디까지 잔혹하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달았다.

유대인 학살, 마녀사냥, 킬링필드 등 구구절절 나열하기에 너무도 많은 핏빛의 역사. 그 역사의 발발은 근본적으로 도덕적 광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러한 도덕적 광기에 대한 개념과 사례를 다채롭게 제시한 점도 좋았지만, 훗날 실질적으로 우리 사회와 세상이 도덕적 광기를 경계하고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는 책이라 더욱 좋았다.

결론으로 넘어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도덕적 광기의 ‘개념을 정립’하고, 도덕적 광기의 ‘역사를 돌아보며’ 도덕적 광기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도덕적 광기에 대한 ‘견제’는 그 다음의 문제로, 본 책을 통해 지금보다도 더 나은 공동체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훌륭한 민주시민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총체적으로 이 책은 인간 내면의 추악한 모습을 탐구 해 보고 싶은 사람, 인류가 얼마나 피비린내 진동하는 역사를 덧칠하며 걸어왔는지 되짚어보고 싶은 사람, 더불어 다정한 따뜻한 사회와 세상의 변모를 꿈꾸는 사람까지 진중하게 읽어보기에 참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