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가 놓인 방 소설, 향
이승우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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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부분은, 여자를 향한 남자의 ‘사랑’이었다. 남자는 여자에게 분명 호감을 느꼈지만, 그 이상이 되진 못했다.

애초에 남자는 파국에 가까운 결혼생활을 이어가던 자신의 권태로운 일상을 깨부숴 줄 ‘구원’의 존재로서 여자를 바라보았던 것이 아니었을까.

남자는 정작 신화적이고 운명적인 상황과 장소에서 여자를 만났지만, 그 장소를 벗어난 현실로 돌아온 뒤에는 이전처럼 여자에게 열정적이지 못했다.

게다가 남자는 자신이 구원 받기를 바랐지만, 자신도 ‘사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여자를 ‘구원’ 해야만 하는 본인의 처지에 자신이 없었으리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선뜻 여자의 ‘욕조’로 들어가 그 안에 담긴 물과 섞이지 못했던 게 아니었을까.

여자는 남자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남자는 또 다시 ‘회피’하고 말았다. 권태로움에도 차마 끝내지는 못하고 회피했던 남자의 결혼생활처럼 말이다.

그런 모습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누군가의 아픔’ 즉, 그 아픔을 담은 ‘공간’이라고 볼 수 있는 욕조에 들어가 그 안에 담긴 ‘물’이라는 존재에 함께 잠겨줄 수 있을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P.126에서, ‘완벽한 사랑은 두 사람만의 공간에서 가능하지만 두 사람만의 공간에서 유지될 수 있는 사랑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단순히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사랑’할 수 없다. 두 사람의 주변을 둘러싼 상황이 잘 맞물려야 사랑도 비로소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고 부수고 말았던, 지난 날 사랑이 되지 못한 인연의 파편들을 상기해본다.

이렇듯 실패를 알아도 여전히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바라게 되는 건 왜일까? 앞서 말했듯, 누군가가 자신을 구원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일까.

부디 그 마음이, ‘우리도 누군가의 구원이 되어주고자 하는’ 쪽으로 변모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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