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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섬에서 생긴 일 ㅣ Dear 그림책
찰스 키핑 글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그림책이라면 두 손을 높이들고 좋아라하는 것은 아이들과 저 모두의 공통 특징이지요. 그래서 이 책도 기대와 설렘 속에서 펼쳐들었어요. 우선, 다리가 길게 펼쳐지는 표지그림부터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때문에 그림들부터 먼저 넘겨보게 되었지요. 정말 다른 그림책과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떤 그림은 거의 흑백처럼 어둡게 처리된 반면에 어떤 그림은 컬러풀하게 두드러져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기대를 하게 되고 어떤 독특한 그림이 나타날지 두근거린다고 아이들이랑 재잘거리며 책을 보았어요.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그림 이상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낙원섬에 고속도로를 내기로 결정한 시의원들, 그들에게 낙원섬은 무질서하게만 보였기에 이를 새롭게 개선할 생각이었지요. 그리고 한쪽에서는 이 낙원섬의 모습이 그대로 지켜지기를 바라는 애덤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 잘 조화하기 힘든 상황이겠다 싶었고, 이러한 주제를 다루는 찰스 키핑이 참 의식있는 그림작가구나 라는 감탄도 하게 되었어요. 알아보니 찰스 키핑은 도시 재개발과 그로 인한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이 책에서 다루면서 유작으로 남겼다고 합니다. 이러한 개발의 문제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욱 관심을 갖고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또 사실적인 면모를 충분히 갖추어 대부분 이름을 거론하며 인물의 특징, 상황의 특성을 잘 살린 그림들도 이러한 시사적이고 그 내용을 풍자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시의원들이 추진했던 도로 개통의 개막식을 거행하려 했지만 그것은 도로 개통을 축하하는 사람들의 물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또 애덤이 노력을 기울인 습지 파티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림과 내용들이 모두 생각을 많이 하는 나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서 아이들은 이 책을 몇 번씩 보면서 두고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합니다. 이 책은 하기 힘든 주제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이 책이 더욱 빛난다는 평을 듣는다고 하는데, 저도 동감합니다. 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며 공론을 모으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고민할 수 있는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초등학생은 어리다는 생각보다는 어려서부터도 우리의 삶과 사회에 대한 자극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이야기와 꼼꼼히 들여다볼 많은 그림들을 보석처럼 담고 있는 어린이용 풍자 이야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