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번역본에 생략된 부분이 꽤 있습니다. 이를테면 「어둠이 내렸다. 무엇보다 깊고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어둠이었다」라고 번역돼 있는 마지막 문장의 원문에는 중간에 それは(그것은)이 있습니다. 「어둠이 내렸다. 그것은 그 무엇보다 깊고 어디까지나 부드러운 어둠이었다」가 되었으면 어떨까 싶네요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1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이는여름의맛 2023-09-10 19: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홍은주 역자님의 번역 스타일이 매우 탁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칭어를 누락시키는 건 좀 그렇네요. 그거 하나 없어짐으로서 문장의 뉘앙스가 많이 달라지는데

hi,keiss 2023-09-11 01:02   좋아요 3 | URL
예, 오이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홍은주 역자님의 번역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보기 드물게 뛰어난 역자님이 분명하다고 확신하구요. 그러나 원문 내용을 필요 이상으로 생략하거나 하는 건 지양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

필로 2023-09-11 0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는 충분히 생략 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것은‘이 리듬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앞 문장에 여러 대상이 있어 어느 것을 지칭하는지 언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생략됨으로써 더 자연스럽고 좋은 문장이 만들어진 듯합니다.

hi,keiss 2023-09-12 01:46   좋아요 4 | URL
예, 필로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필로님의 말씀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문장의 리듬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생략되는 편이 마땅하다고 생각되는 단어를 원작자가 불필요하게 사용했다는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소절과 다음 소절을 이어주는 주요 연결음을 의도적으로 연주하지 않는 연주자가 있다면 어느 작곡가라도 불유쾌하게(슬프게)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더구나 해당 문장은 본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므로 전체 내용을 수렴하고 매듭짓는 기능 역시 담당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이라는 단어는 어둠이라는 단어를 지칭하는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내용을 하나의 지점으로 끌어당겨 마무리짓는 기능 역시 웬만큼 지니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없다고 해서 뜻이 통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있음으로써 깊은 뒷맛을 남길 수 있는 단어인 것이죠.

냐옹이 2023-09-27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상습적으로 누락하는 것은 저도 아니라고 보지만 이 문장만 봤을 땐 번역가 분이 잘 판단해서 한국어의 본질에 맞게 번역하셨다고 봅니다. 원문 전체를 무조건 일일이 기계적으로 번역해야만 올바른 번역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냐옹이 2023-09-27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책을 다 읽지 않은 입장에서 이렇게 마지막 문장이라고 올리신 것을 보고 좀 놀랐네요. 댓글도 유의해서 봐야겠어요.

hi,keiss 2023-10-05 17:19   좋아요 0 | URL
스포일러성 글이라고 여겨질 수 있다는 점은 미처 생각치 못했습니다. 게시글에 스포일러 표시를 해 두도록 하겠습니다.

노로로피스 2023-10-01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고 말했다 할때의 ‘~라고’ 같은 격조사도 많이 생략했네요. 그건 그것대로 심플해서 좋긴 하지만요. 홍은주 역자님의 번역 스타일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해요. 박하우스의 연주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엄청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엄청 싫어할 수 있는 것처럼요. 전 개인적으로 홍은주 역자님 스타일이 낫배드라고 생각합니다. 양윤옥 역자님이나 김춘미 역자님 같은 분들의 스타일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hi,keiss 2023-10-07 08:23   좋아요 0 | URL
예, 노로로피스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홍은주 역자님의 번역 스타일에는 그 나름의 매력과 특별함이 있지요. 헌데 홍은주 역자님에 대해 얘기해주시면서 박하우스를 언급해주셨습니다만 저는 글렌 굴드에 좀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ㅎㅎ

Jdjdjjddj 2023-10-04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문학사상사에서 나왔던 번역본들이 가장 좋았던 듯합니다. 원문의 매력을 고스란히 옮겨온 번역은 그쪽이었던 듯해요. 표지 디자인은 정말 형편없었지만ㅠㅠ

hi,keiss 2023-10-05 10:39   좋아요 0 | URL
예, 문학사상사에서 출간된 번역본들도 참 좋았었죠. 하지만 문학동네의 번역/편집 수준도 보기 드물게 우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번역본에 대해 비판하는 듯한 글을 올리긴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형에 가까운 번역/편집수준을 보여준 번역본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