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세상에는 수많은 말들이 떠다닌다. 이건 맞다, 저건 틀리다, 그건 해도 소용없다. 그렇게 사람들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도, 본 적도 없는 것들에도 결론부터 내려버린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점점 무언가를 직접 해보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은 그런 내게 조용히 속삭인다.
“네가 직접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절대 알 수 없어.”
이 책 속의 ‘호랑수박’은 결국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전설 속에 담긴 메시지가 실제 그 어떤 진리보다 더 묵직하게 느껴졌다. 수박의 진짜 맛은, 누가 뭐래도 내가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 세상의 소문과 평가, 타인의 목소리는 아무리 크게 들려도 진짜가 아니다. 진짜는 늘 내 안에 있고, 내 경험 속에 있으며, 내가 직접 손을 내밀었을 때에만 나타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삶의 방식 하나를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다. ‘경험’이라는 단어는 요즘 너무 가볍게 쓰인다. 하지만 진정한 경험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편한 곳에서, 안전한 거리에서 무언가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직접 부딪히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야만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감정. 도윤이 그랬다. 호랑수박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논쟁하기보다, 그는 그냥 숲으로 들어갔다. 물어보고, 헤매고, 직접 찾았다. 그리고 결국 그는 그것을 ‘먹어봤다’.
작가는 이 장면에서 아주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말한다.
“믿는다고 다 알게 되는 건 아니야. 경험해야 알지.”
이 얼마나 단순하고 명쾌한 말인가. 하지만 나는 그동안 이 단순한 진리를 얼마나 자주 잊고 살았는가. 두려워서, 실패할까봐, 남의 말이 맞을까봐, 그저 머뭇거리기만 했다. 책을 덮고 나니,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나도 이제는 먹어봐야겠다.” 인생이 내게 건네는 수많은 수박들을, 누군가 ‘맛없다’고 했던 기회들을, 내가 외면해왔던 가능성들을.
책 속에서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호랑수박은 두려움을 이긴 사람만이 볼 수 있다.”
내게 이 말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삶의 태도를 말해주는 듯했다.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걸 넘는 용기,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이는 힘이 바로 우리를 진짜 성장하게 만든다. 호랑수박은 그런 용기의 상징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단순한 동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삶의 안내서'라고 생각했다.
『먹어보면 알지, 호랑수박의 전설』은 작지만 깊다. 짧지만 오래 남는다. 아이도 어른도, 누구나 읽을 수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읽히진 않는다. 어떤 이는 신기한 전설로만 기억할 것이고, 어떤 이는 마음 깊이 새길 것이다. 나는 후자였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작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싶다. 나에게 다시 ‘직접 살아보는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줬기에. 이제 나는 두렵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나만의 호랑수박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었다.
그래, 먹어보면 알겠지.
내 삶이 얼마나 깊고 놀라운 맛을 품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