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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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단순한 역사소설이 아니라, 한 인간의 사유와 결단, 그리고 죽음을 건 이상이 어떻게 역사가 되는지를 묻는 깊은 통찰의 문학입니다. 이 책은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총을 쏜 순간”보다 그에 이르기까지의 치열한 내면의 사색과 시대의 무게를 담아냅니다.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며, 안중근을 ‘의사’나 ‘영웅’이라는 상징으로만 바라보던 기존의 시선에서 벗어나, 한 인간이 시대와 민족, 죽음과 정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감내했는지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김훈은 거창한 수식이나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울림은 오히려 더 강렬합니다. 안중근이 걸었던 길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라, 동양 평화와 정의를 향한 사상적 비행이었고, 그의 총성은 폭력이 아니라 철학의 울림이었습니다.
『하얼빈』은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를 비춥니다. 이토를 저격한 총보다도, 그 총을 들기까지의 망설임과 고뇌, 그리고 그것을 관통한 확신이 오늘날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 앞에서 두려움 없이 설 수 있는가?”
이 책을 덮은 뒤에도 그 물음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김훈의 문장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역사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도 인간 한 사람의 신념이 얼마나 강력한 울림이 될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합니다. 『하얼빈』은 단지 읽히는 책이 아니라, 깊이 ‘깊이 새겨지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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