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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게임 소장판 4
아다치 미츠루 지음, 강동욱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5월
평점 :
『크로스 게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중 하나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야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의 감정과 시간을 담는 그릇처럼 느껴진다. 아다치 미츠루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깊은 표현력은 이 만화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특히 나는 이 만화가 "죽음"을 다루는 방식에 감동받았다.
작품 초반, 와카바의 갑작스런 죽음은 정말 충격적이다. 작가는 그 장면을 과장하지 않는다. 눈물을 억지로 끌어내려 하지 않고, 대신 남겨진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서서히 그 슬픔이 번져간다. 그리고 그 상실은 시간이 흐르면서 캐릭터들을 조금씩 바꾸고, 그 변화는 너무나 현실적이다. 우리도 실제로 누군가를 잃고 난 후 그렇게 살아가니까.
코우라는 주인공은 겉으로는 무심하고 장난기 많아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 깊다. 그는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단순한 열망이 아니라, 와카바와의 약속을 가슴에 품고 묵묵히 전진한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자기 감정을 티내지 않으면서도 진심은 누구보다 진하고,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런 사람. 그래서 그의 야구는 기술보다 마음이 담긴 느낌이었다.
또한 아오바라는 캐릭터도 인상 깊다. 그녀는 여자라는 이유로 마운드에 설 수 없다는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그녀가 보여주는 강인함과 슬픔이 코우와 대비되면서, 이야기 전체에 깊이를 더한다. 나는 둘의 관계를 보면서 사랑이란 건 꼭 고백하고 사귀는 게 다가 아니라, 같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마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크로스 게임』은 나에게 "조용한 감동"을 준 만화다. 큰 사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움직일 수 있구나 싶었다. 야구 만화이지만, 실은 삶을 말하는 만화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마음을 안고도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끝까지 다 보고 나면, 한동안 말이 없어지는 그런 만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