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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브루너 ㅣ 일러스트레이터 2
브루스 잉먼 외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2월
평점 :
그림책을 읽으며 그림책이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기억을 읽는 일을 좋아합니다. 그 기억이 행복한 감정보다 어둡고 슬플 때가 더 많지만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껴요.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고 나면 또 다른 의미에서 그림책이 마음에 다가오곤 합니다. 좋아하는 작가의 생애를 읽고 다시 펼쳐보는 그림책이 이전과 같이 읽힐 리가 없지요. <딕 브루너>라는 책도 제게 그런 책입니다.
고작 몇 권의 미피 책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다이지만 미피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간결한 이야기의 그림책이지만 그 안에는 명랑하고 따뜻한 토끼가 살고 있고 미피의 이야기에는 희망이 담겨있거든요. 딕 브루너 작가는 평생 123권의 그림책을 남겼고 그중 32권의 미피 그림책은 전 세계 8,500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해요. 네덜란드 작가 중 안네 프랑크의 책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이라니 놀랍습니다.
딕 브루너의 이야기를 읽으며 유년시절의 경험이 한 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며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렸던 딕 브루너는 ‘어린 시절을 순전한 즐거움으로 기억한다’고 해요. 심지어는 전쟁 기간 중 여름 휴양지에 숨어 지내면서도 그림을 원 없이 그렸기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코로나 상황 속에서 아이와 어떻게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미피가 딕 브루너의 대표작이 되기까지 그가 그렸던 그림과 영향을 받았던 현대미술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는 현실에서 출발해, 가장 본질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지워나갔습니다.’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카탈로그의 색을 오리고 붙이고 찢으면서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는 작가 딕 브루너의 삶의 이야기는 일상에서 불필요한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 제게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저는 몸이 따라주지 않아 일상이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아지도록 애를 씁니다.'라는 딕 브루너의 이야기를 읽으며 너무 바둥거리며 애쓰지 말고 어제보다 나은 하루를 보내자 생각했어요. 오늘 맑은 하늘도 차가운 바람도 따뜻한 햇살도 어제보다 더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좋아하도록 노력해보자. 귀여운 미피처럼 용감하고 씩씩하게 또 길을 걸으러 나가볼까 합니다.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