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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빨강은 없다 - 교과서에 다 담지 못한 미술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32
김경서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평점 :



창밖의 단풍들이 선물하는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달라진다. 하루도 갈 필요 없이 아침의 단풍이 다르고 해 질 녘의 단풍의 색이 다르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의 아름다운 색이 아쉬워 자꾸만 눈에 담는 하루, 문득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읽어보고 싶은 책이 한 권 도착했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경수 선생님이 미술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열어주는 교양서이다. 고대 쇼베의 동굴벽화부터 석촌호수의 러버덕까지 고전에서 현대까지 다양한 미술작품의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미술을 좋아하는 가상의 소녀 보라와 주고받는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그 안의 질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변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의 이 계절이 지나가면 산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단풍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창밖의 풍경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이고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무언인가가 아름답다고 이야기할 때는 '내가 바라보는 대상'에 '미적 판단'을 주관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잘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추상적인 예술가라고만 알고 있었던 몬드리안이 변화하는 자연물을 관찰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형상을 단순하고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였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름다움의 본질이 자연의 구조와 질서 속에 담겨있다고 생각했던 몬드리안은 자연의 구체적인 형상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본질적인 아름다움의 구조와 질서는 그의 작품 속에 남아있다.
사물들이 본래 자신만의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지만 빨간 사과가 늘 똑같은 빨강으로 보이지 않는 것처럼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색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그림을 배우면서도 가장 많이 느끼는 부분이지만 작은 초록 잎을 그리는 데도 그 초록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초록색만 보이지 않는다. 엷은 연두색으로 밑 색을 칠하고 초록을 더하고 또 올리브색으로 깊이감을 더해준다. 고유한 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빛과 주변 색에 영향을 받아 다르게 보일 수 있고 그렇기에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디자인 수업을 들으면서 뒤샹의 변기 <샘>이나 백남준의 작품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의미와 예술에 대한 감상에 대해 생각의 폭이 많이 넓어졌다. 누구나 똑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면 예술이나 창작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거나 정의 내릴 수 없고,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에 그것이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똑같은 빨강은 없다>라는 제목처럼 미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함께 작가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나만의 생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낯설어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