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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 허수경이 사랑한 시
허수경 지음 / 난다 / 2020년 10월
평점 :
허수경 시인이 2009년 한국일보를 통해 연재한 <시로 여는 아침> 가운데 50편의 시와 이야기로 엮은 책이다. 허수경 시인이 사랑으로 읽어간 시와 시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허수경 시인은 떠났지만 남겨진 글을 통해 시인을 만난다.
부르르 찻물을 끓이고 차가 우러나는 동안 모래시계를 바라본다. 찻잔 속에는 깊어지는 색과 채워지는 따뜻함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이 있다. 내가 시를 읽는 시간, 언어를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뜨거운 한 잔의 차처럼 시도 벌컥벌컥 마실 수 없다. 시어를 느끼고 시간을 짐작해보며 내 안에 차오기를 기다린다. 흔들흔들, 찰랑찰랑 시의 온기를 느껴본다. 작은 구멍으로 쏟아지며 차오르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티포트 표면을 따라 흐르는 한 방울 물처럼 그렇게 느릿하게 시를 마주한다. 깊이 우러난 차처럼 진한 맛이 있고 떫기도 하지만 속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불안하고 불완전해도 괜찮다고 토닥여준다. 가만히 다가와 옆에 앉아준다. 그저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가만히 온기를 내어준다.
* 난다 출판사로부터 서평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