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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 ㅣ 성경 인물과 함께 떠나는 치유 여정
김영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1년 10월
평점 :
이제는 십년 전쯤 일까요, 한 건강식품 광고에서 그 식품을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 “이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을 못하겠네” 라며 유머있게 말을 해서 잠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성경통독을 주변에 권할 때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 좋음'이라는 그 사장님의 말이 자주 떠 오르곤 합니다.
여러 번 반복된 실패 끝에 저는 2019년 드디어 성경통독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은 통독표에 따라 매일 구약과 신약을 동시에 조금씩 읽다 보니 1년만에 성경을 다 읽게 되더군요. 제 신앙생활은 이 ‘통독이전'과 ‘통독이후'로 나뉜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저는 통독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내가 피조물이구나'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경은 바로 ‘하느님의 피조물인 인간 사랑이야기' 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구약에서 하느님은 이스라엘과 직접 또는 예언자들을 통해 소통하시기 때문에 더욱 생생하게 하느님의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구약성경이라는 방대한 내용의 책을 한 줄 한 줄 모두 읽어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대와 문화적 거리감 때문에 구약내용은 어렵게 느껴지고, 특히 그 첫 부분인 모세오경중 레위기에 이르면 벌써 우리는 왠만한 의지력으로 돌파하기 힘든 구간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성경통독은 나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여러분! 저는 성경통독을 하기 전에 워밍업으로 김영선 수녀님의 <지혜시리즈> - <마음을 치유하는 25가지 지혜>와 <세상을 치유하는 25가지 지혜> 그리고 <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 - 를 읽을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마도 이 책들을 읽고 나면 통독에 대한 부담감보다 ‘수녀님 책에 없는 또 다른 어떤 이야기가 구약성경에 나올까'하는 흥미와 호기심으로 가득해 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수녀님께서 오랜 신학연구와 영성생활을 통해 얻으신 ‘하느님의 사랑을 깨달음'이 이 세 권에 실린 모든 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마치 선물과도 같은 이 책이 제게도 많은 깨달음과 기쁨을 줍니다.
수많은 좋은 구절중 요즘의 제게 특히 와 닿는 구절은 남왕국 유다의 아마츠야 임금의 이야기가 나오는 글에서 “하느님의 시선 아래 머무십시오" (60쪽) 라는 문장입니다.
저는 성경통독을 하는 과정에서 마치 눈 먼 자가 눈을 뜨는 경험과 같이 보지 못하던 것들, 특히 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보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보기는' 했으돼 ‘제 시선'으로 본 듯합니다. 이제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아야한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수녀님의 <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의 ‘치장과 과시의 욕구'를 읽으면서, 아이러니 하게도 그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아야하는 첫 대상이 저 자신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저는 살면서 나름의 성취를 이루었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늘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는 그러한 성취가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내 자신의 가치는 그런 성취와는 무관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그렇다면 세상의 인정이 아닌 그 무엇이 나를 가치있게 느끼게 해 줄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지나간 삶을 돌아보며 제 “자신의 실상이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어둠 속에서 인내롭게 기다"리며 “자신의 참모습을 직면하는데 요구되는 고통"을 감수해 가고 있습니다. (276쪽) 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연약하고, 불완전하며, 불안정한 나를 애써 감추거나 성장과 변화를 강요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 주시는 하느님 안에서 있는 그대로 있을 줄 아는 자유" (277쪽) 를 느껴가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내가 있다.'라는 사실에 진정 감사"(277쪽) 하게 됩니다.
저는 이스라엘입니다. 하느님과 씨름하며, 엉치를 걷어 차이는 바람에 비틀거리며 고통을 안고 살아가겠지만, 하느님과 계속 씨름하며, ‘함께,' 그 분이 주시는 평화를 안고 살아갈 것입니다.
나를 지으신 창조주와 나의 ‘관계'가 바로 설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게, 아니, 진정한 ‘나'로 태어나는 것이 아닐런지요.
<관계를 치유하는 33가지 지혜> 를 읽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가져다 줄 상상 그 이상의 “수확” (278쪽) 에 대한 ‘기대'가 ‘확신'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책을 만나다니 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