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처럼 생각하라 - 위대한 성취를 이룬 거인들의 10가지 생각법
피터 홀린스 지음, 서애경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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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삶이 통째로 흔들릴 때 우리는 보통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주저앉거나, 억지로 버티거나. 그런데 이 책이 소환하는 열 명의 인물들은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아우렐리우스는 제국이 무너질 것 같은 위기 속에서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냉정하게 갈라냈고, 아르키메데스는 며칠이고 문제를 붙들고 늘어지다가 욕조 안에서 답을 건져 올렸다. 미켈란젤로는 4년 동안 비계 위에서 잠들며 단 하나의 작업에 자신을 갈아 넣었다. 읽다 보면 이들이 특별해서 성취를 이룬 게 아니라, 위기의 순간 작동시킨 생각의 방식이 남달랐을 뿐이라는 사실이 반복해서 드러난다.


이 책이 자기계발서의 흔한 클리셰와 다른 지점은 분명하다. 위인들의 무용담을 늘어놓는 대신, 그들이 벽 앞에서 정확히 무엇을 사고했는지를 해부한다. 히포크라테스가 신화적 믿음 대신 눈앞의 사실만을 기준으로 삼았던 태도, 다빈치가 서로 무관해 보이는 것들을 끝없이 연결하며 통찰을 만들어낸 방식, 마리 퀴리가 세상의 의심을 결과로만 증명하려 했던 고집. 이 모든 사례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재능이나 운이 아니라, 위기 앞에서 작동시킨 사고방식이 그들을 거인으로 만들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아르키메데스 챕터였다. 유레카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 치열한 몰입과 의식적인 이완을 번갈아 오가는 사람에게만 허락된다는 대목. 요즘처럼 무언가에 끝까지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에, 이 오래된 통찰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240쪽이라는 얇은 분량 안에 2,000년의 시간과 열 명의 삶이 압축돼 있다. 결과만 보고 감탄하던 위인들의 이야기가, 이 책을 통해 지금 내가 마주한 벽 앞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도구로 바뀐다. 막막할 때 펼쳐 들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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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교양 - 세계 최고의 미식가가 들려주는 맛의 인문학
하마다 다케후미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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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세계 최고의 미식가로 불리는 하마다 다케후미가 30년 동안 128개국을 여행하며 쌓아온 음식에 대한 통찰을 담은 책이다.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는 그저 화려한 미식 여행기를 기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훨씬 깊은 이야기였다. 저자는 음식을 단순한 영양 섭취의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한 그릇의 요리 안에 그 지역의 역사, 기후, 종교,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음식을 안다는 것은 결국 그 나라와 그 사람들을 이해하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세계 정상급 레스토랑과 이름 없는 현지 식당을 똑같은 진지함으로 대하는 저자의 태도다. 화려한 코스 요리든 시장 좌판의 길거리 음식이든, 그 음식이 태어난 맥락을 이해하려는 시선은 한결같다. 미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흔히 비싸고 고급스러운 것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책은 그런 편견을 조용히 무너뜨린다. 진짜 미식의 교양은 가격표가 아니라 이해의 깊이에서 나온다는 걸 거듭 보여준다.


128개국이라는 압도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디테일한 일화들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단순한 맛집 추천이나 여행 정보가 아니라, 한 가지 요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사연과 역사적 배경을 함께 풀어내기 때문에 한 챕터씩 천천히 읽게 된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인문학적인 음식 이야기를 찾던 사람에게도 두루 잘 맞을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다음 끼니를 대하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그저 빠르게 채우는 한 끼가 아니라, 이 음식이 어디서 왔고 누구의 손길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변화다. 미식가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자의 시선은 의외로 따뜻하고 겸손하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읽고 싶은 분이라면 분명 새로운 관점을 얻어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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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골든타임
이홍주 지음 / 초목서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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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아내가 몇 달 전부터 부쩍 달라졌다. 별다른 이유 없이 불안해하는 날이 많아졌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먹는 것도 줄였는데 오히려 살이 붙는다며 속상해했다. 무엇보다 자주 무기력해했다. 예전 같으면 가볍게 해내던 일들도 힘들어하고,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나는 그저 "갱년기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솔직히 그 말 안에는 이해를 포기한 합리화가 있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니, 한 단어로 모든 걸 뭉뚱그려 버린 것이다.


체중이 안 빠진다고 속상해할 땐 "그 정도면 괜찮아, 지금처럼 유지하면 차츰 빠질 거야"라고 위로했다. 무기력해할 땐 "요즘 너무 무리해서 그런가" 싶어 휴식을 권하거나 영양제를 챙겨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둘 다 틀린 방법은 아니었지만, 정작 그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체중 변화는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 변화로 기초대사량과 지방 분포 자체가 바뀌는 생리적 현상이고, 무기력함도 호르몬이 만들어내는 만성적인 에너지 대사의 변화라는 것을.


이 책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한국 여성 맞춤형 갱년기 안내서는 없을까?"라는 질문. 실제로 서점의 갱년기 책들은 번역서나 서구 데이터 기반이 많아서, 한국 여성의 체질과 생활환경에 맞는 안내서는 드물었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공백을 정면으로 채운다. 여성 생애주기에서 가장 급격한 전환점인 갱년기를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이 시기를 "버텨야 하는 고난"이 아니라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전환점"으로 다시 정의한다.


나는 이 책을 한 번에 다 읽고 정리해서 전달하지 않았다. 읽는 내내 부분부분을 아내에게 들려주면서 함께 읽어나갔다. "이런 증상은 이래서 그런 거였대", "당신이 겪던 그게 사실은 이런 이유였다네" 하면서 챕터마다 짚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아내는 본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하나씩 이해하게 되었고, 나 역시 곁에서 함께 알아갈 수 있었다. 막연한 두려움 대신 구체적인 이해가 쌓이니, 불안의 농도 자체가 달라졌다.


이 책이 특별히 좋았던 건 증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변화가 정상 범위인지, 어떤 경우에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를 의학적 근거로 짚어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폐경을 여성성의 종료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의 전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책 전체에 흐른다. 제목의 "골든타임"은 이 시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후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갱년기를 직접 겪는 여성뿐 아니라, 그 곁을 지키는 가족, 특히 남편들에게 권하고 싶다. "갱년기라서 그래"라는 말로 이해를 대체하기 전에, 이 책 한 권으로 정확히 알고 나면 줄 수 있는 위로와 도움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 부부 중 한쪽이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함께 읽어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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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유어 마인드 - 반복되는 루틴에 가려진 내 안의 잠재력과 마주하는 법
마리오 알론소 푸이그 지음, 성소희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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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자기계발서를 꽤 많이 읽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결이 좀 달랐다. 흔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식의 공허한 위로가 아니라, 외과의사 출신이자 뇌과학과 심리학을 오래 연구해온 저자가 직접 풀어내는 설명이라 훨씬 단단하게 다가온다.


책이 던지는 첫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왜 매번 결심을 해도 며칠 지나면 똑같은 루틴, 똑같은 생각의 패턴으로 돌아가는가. 이 책은 그걸 단순히 의지력 부족이라 말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도전하고 싶은 자아와 안전하게 머물고 싶은 자아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 둘이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제자리에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분열을 억누르거나 없애려 하지 말고, 통합하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리셋'의 진짜 의미라는 설명에서 한참 멈춰 생각하게 됐다.


가장 마음에 남은 부분은 '생각의 소음'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현실이라 믿는 것의 상당 부분은, 사실 뇌가 과거의 경험과 두려움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 끊임없이 재생되는 걱정, 자기 의심, 타인의 시선에 대한 과도한 신경. 이 소음들이 너무 익숙해서 우리는 그게 소음인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책은 이 소음을 걷어내야 비로소 내적 평온과 진짜 잠재력에 닿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막연한 위로에 그치지 않고 일상에서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함께 제시해서 좋았다.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다. 압축적이면서 밀도 있게 쓰여 있어서 한 챕터씩 곱씹으며 읽기에 좋고, 성소희 번역가의 매끄러운 번역도 가독성을 높이는 데 한몫한다.


거창한 인생 전환을 꿈꾸는 사람보다는, "나는 왜 매번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라는 질문에 지친 사람에게 더 깊이 닿을 책이다. 동기부여 화법이 부담스러웠던 분들, 뇌과학이나 심리학에 관심 있는 분들,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진짜 변화는 결심이 아니라 통합에서 시작된다는 것. 이 책이 건네는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의지력이 아니라 마음의 구조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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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요, 투우사여 ㅣ 암실문고
페드로 레메벨 지음, 임도울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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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책장을 펼치자마자 향이 먼저 끼쳤다. 싸구려 향수와 자수실, 그리고 화약 냄새가 뒤섞인 향. 산티아고의 가난한 골목에서 부자들의 식탁보에 꽃을 수놓으며 사는 '변두리의 여왕'의 방 안 풍경이 그렇게 코끝으로 먼저 다가왔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자꾸 숨을 참았다. 문장이 쉼표도 없이 길게 이어지는데, 그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인물의 머릿속에 들어가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 화려하고 과잉되고, 어딘가 키치한 문장들. 처음엔 적응이 더디지만, 이상하게도 그 장식적인 언어가 슬픔을 가리는 천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슬픔을 직접 말하지 않고, 비즈와 깃털 뒤에 숨겨두는 방식.


변두리의 여왕은 카를로스를 사랑한다.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감정에 자신을 통째로 내맡긴다. 하지만 카를로스에게 그 집은 사랑의 자리가 아니라, 독재자 암살을 준비하는 동지들의 안전가옥일 뿐이다. 한쪽은 전부를 걸고, 다른 한쪽은 필요해서 곁을 둔다. 이 어긋남이 너무 또렷해서 가끔 책을 덮고 숨을 골라야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피노체트와 그의 아내가 등장하는 장면들이었다. 거리에서는 사람이 끌려가는데, 같은 시각 대통령궁에서는 부부가 미용사 문제로 다투고 있다. 그 적나라한 병치 앞에서 나는 어떤 직접적인 비판보다 더 서늘한 기분을 느꼈다. 권력자의 사생활을 이렇게 가까이 들여다보는 시선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이 작가가 얼마나 두려움 없이 썼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자꾸 떠오른 건 다른 시대, 다른 나라였다. 1980년대 한국. 군홧발 소리와 시위, 감시와 도청,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생계와 사랑. 칠레 산티아고의 1986년이 낯설지 않았던 건 그래서였을 것이다. 억압이 개인의 가장 사적인 감정까지 침범할 때,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버텨내는지는 시대와 장소를 넘어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소설 후반, 변두리의 여왕이 던지는 한마디가 있다. "사랑해 카리뇨, 내 작전도 실패했다는 거 알아?" 이 문장 하나에 책 전체가 응축돼 있다고 느꼈다. 정치적 거사도 실패하고, 사랑도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실패가 비극으로만 남지 않는다. 어딘가 따뜻하고, 동시에 시리다.


280쪽이라는 분량이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라틴아메리카 퀴어 문학의 고전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사랑 이야기로 시작해서, 한 시대의 공포 전체를 통과하게 만드는 소설.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엔, 시작할 때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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