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죽음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는 말처럼시를 쓰는 건 시인의 숙명처럼 느껴진다.시를 쓰며 위로가 되었다시를 읽으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 왔다.아름다운 슬픔을 간직한 시가 주는 선한 영향력을 믿는다.그에게 시가 와서 참 적절한 때에 파종되어 꽃도 피고 열매를 맺었다.강수량이 되었다. 자주 펼쳐 보게 될 것 같다.감명 깊었던손준호의 시 <파종>을 다시 읽어 본다.파종 / 손준호나는 농한기에 세상에 파종되었다.쌀눈 치는 날 나서 쌀밥 걱정은 잊어버렸다고당신은 부적 같은 말씨를 언 땅에 흩뿌리시었다슬픈 마음에 좋은 싹 움틀 리 없다고초상집 다녀온 날은 볍씨를 뿌리지 않으셨다.숟가락만 챙겨 학교 간 날이 많았다.누에의 푸른 피가 마른 등짝에 터져 있곤 했다.새벽이 쉬 열리지 않아 쥐며느리처럼 발가락을 자주 웅크렸다이파리가 둥근, 당신 말나무 그늘 들면다친 날개가 금세 아물곤 했다새의 부리는 피부일까, 뼈일까?보자기 망토 덮어쓰고 새가 되는 연습을 한 적 있다.내가 눈물바람 날리며 날갯짓하는 동안 자고 나면 다 괜찷다, 말씨도 자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초승달을 마당귀에 심은 어느 날 벽시계가 멈췄는데나는 약이 떨어졌다 하고 당신은 밥을 주지 않아 죽었다고 했다.때를 놓쳐 기저귀 차고 요양병원 들어간당신 품속의 살점 참 많이도 빼먹었다 생각건대밥상머리 등골이 서늘하다남새밭에 씨감자 심는 춘삼월풍경이 너무 환하디환해서,눈물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