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 지금 당신이 가장 뜨겁게 물어야 할 첫 번째 질문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으로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제목을 보자 뭔가 멍한 기분이었다. 왜 일하는가. 그건 요즘 내가 스스로에게 많이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서 준비하고 회사에 가고, 열심히 일하고 저녁에 퇴근을 한다. 그런 규칙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어쩐지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은 낯설고 어렵기 마련이다. 예상대로 흘러가지도 않고, 예상대로 흘러간다고 해도 너무나 힘들고 지긋지긋하다. 사소한 일을 해도 불만만 앞서고, 한순간이라도 빨리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사랑한다면 그 일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그 일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다. 그 일을 좋아하고 사랑할수록 전에는 보지 못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그 일에서 찾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교수님의 추천으로 한 중소 기업에 취직한다. 그러나 그곳은 당장 내일 문을 닫아도 이상할 것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설상가상으로 첫 월급마저 제때 나오지 않았다. 저자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모두 하나 둘 씩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고, 그 회사에는 입사 동기 중 오직 저자만이 남았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과연 나는 어땠을까. 아마 나도 다른 동기들처럼 다른 길을 모색하기만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저자는 달랐다.

​

저자는 그곳에서 '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연구에 매진했고, 회사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직접 회사를 차리기도 했고, 그 회사는 현재 많은 직원들이 일하는 큰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

이 책에는 일을 잘하는 비법에 대한 내용이 아닌, 저자의 솔직한 경험이 녹아있다. 좌절하고 넘어졌던 경험부터 그것을 딛고 일어나 꾸준히 달려왔던 경험담이 저자와 마찬가지로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에게 때로는 질문으로 남기도, 가끔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기도 할 것 같다.

하찮아 보이는 일이라도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고 몸과 마음을 다해 달려들어보라.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반드시 진리와 만나게 된다. 일단 세상사의 본질을 이루는 진리를 알면, 어떤 일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책에서 저자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건 열심히 노력하여 무언가를 성취해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긍정의 느낌이었다. 힘든 상황임이 분명하지만 좌절에만 그치지 않고, 그것을 디딤돌 삼아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 역시 일을 하며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있다. 지금 내가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지,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고 일을 하고 있는건지 순간순간 고민이 된다. 또한, 지금 하고 있는 게 나와 맞는 일인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 것인지 등 다양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일단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전문가가 되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여전히 나는 내가 잘하는 일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뭔지 헷갈리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또, 이 일이 나와 굉장히 잘 맞는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
김지선 지음 / 새벽감성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으로 새벽감성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나만의 책방을 꾸려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지금은 책, 책방과는 관련이 거의 없는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려온 책방을 실현해내고 싶다. 내가 고른 책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

그래서 책방에 관한 책을 좋아한다. 직접 책방을 꾸려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즐거움과 함께 내 꿈을 키워나갈 힘을 준다. 이 책 역시 책방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기쁘게 신청했다. 이번에는 어떤 책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기대감과 함께.

가장 편안한 모습으로 찾아와도 괜찮을 동네 책방으로 놀러 오세요. 어쩌면 오래전 당신이 꿈꾸던 곳일 수 있어요.

책에 대한 아무 정보가 없는 상태로 책을 읽다보면 아마 이런 의문이 생길지도 모른다. 이 책, 에세이인가? 아님 소설인가? 이 책은, 실제 책방에서 아르바이트했던 아르바이트생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나와있다. 이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이나 에피소드는 때로는 허구이기도, 어떤 때에는 실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 그 책방에 가본 것처럼 생생한 책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

책은 여행작가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곰돌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곰돌이는 이 작은 책방에서 청소도 하고, 손님들에게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며, 사장님의 요청으로 책을 읽고 독후감도 쓰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매 챕터는 1월, 2월 이런 식으로 달의 이름이 붙어 있다. 곰돌이가 1년간 책방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손님을 만났고 그래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한 발자국씩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책방이 친숙해져 있다. 어쩐지 다음 약속은 책방에서 잡고 싶어지는 마음이 든다.

사장은 책방에는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다고 답했다. 어떤 곳엔 책을 사러 가고 어떤 곳엔 책을 읽으러 가고 어떤 곳엔 책을 쓰러 가고 어떤 곳엔 책이 있어 그냥 좋은 거라고. 사장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책을 쓰는 사람이거나 책이 있는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에 대한, 본인에 대한 여러 고민은 간직한 것만 같은 곰돌이는 이 책방에서 일하며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것 같았다. 다양한 책을 읽고, 손님에게 커피를 내리고, 책 추천을 부탁하는 손님에게 책을 추천해주면서. 고민이 생겼을 때, 여러 일에 지쳐서 그저 쉬고 싶을 때 나는 책을 왕창 사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닥치는대로 책을 읽다보면 내가 한 발자국씩 걸어나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

책은 그래서 참 신기한 것 같다. 가끔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책이 왜 좋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면 나도 나에게 물어본다. 책이 왜 좋은걸까. 책이 좋은 이유는 많이 댈 수 있다. 내용이 재미있어서 좋고, 궁금한 것에 답을 줘서 좋고, 생각할 것을 줘서 좋고, 내 고민을 잘 들어주고 여러 답을 제시해주어서 좋고, 힘들 때 내 곁을 잘 지켜줘서 좋고, 언제나 좋은 친구로 내 옆에 있어줘서 좋다. 그렇게 많은 답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대답할 때가 가장 많다. 그냥, 그냥 좋아. 나는 책이 그냥 정말 좋아.

​

정말정말 좋은 것에는 이유를 대기가 어려울 때가 있다. 굉장히 많은 이유가 있지만, 사실 그 수많은 이유가 없어도 그것이 그냥 좋다. 존재 자체로. 이 책에서 나와 같은 그런 애정이 느껴져서 좋았다. 시니컬한 듯 보였던 곰돌이도, 잠깐씩 등장하는 사장님도, 책의 챕터마다 중요한 인물이었던 여러 손님들도 모두 책에 대한 애정을 한웅큼 안고 책방에 다녀갔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니 정말로, 책방이 가고 싶다. 다음 약속은 책방으로 정해야겠다.

​

하지만 책방에서 일하며 추운 계절에도, 전보다 덜 춥다고 생각했다. 전달에 비해 따뜻했고, 전년에 비해 따뜻하다 느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으로 아르테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리틀 포레스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혜원이 자연의 흐름을 따라 하루를 보내고, 계절에 맞는 음식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모습은 보고 있는 사람에게 절로 힐링을 준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영화만의 분위기는 지칠 때면 어김없이 생각난다. 나는 영화를 보며 혜원의 단단함이 부러웠다. 혜원은 스스로 자신이 답을 내리지 못하고 도망치듯 고향집에 왔다고 여기는 듯 했지만, 나는 그녀가 묵묵히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영화 말미에 나왔듯, 아주심기의 과정을 준비하는 것만 같았다.

​

그런 혜원이 생각나는 책이었다.영화에 대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영화를, 그에 대한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양한 영화와 그 속에 등장하는 맛깔나는 음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그 음식이 나오는 장면을 직접 보고 책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어졌다:)

‘정성껏’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내게 음식과 요리는 일상적인 행위인 동시에 사람과 삶을 한층 더 정성껏 바라보게 하는 대상이었다.

어쩐지 작가님은 단정하고, 단단한 사람일 것 같다. 한 편의 영화를 고르고, 그 영화 속 음식을 소개하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함께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그런 느낌이 묻어났다. 그래서 혜원이 떠올랐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앞에 놓인 일을 하나하나 해가며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 내가 부러워마지 않는 그 느낌. 그 느낌이 책에 충만했다.

​

<줄리&줄리아>, <리틀 포레스트>, <패딩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등 다양한 영화가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속에 나오는 음식과 작가님의 일상을 잘 버무린 이야기가 한 챕터씩 나온다. 한 챕터에 영화, 음식, 취향이 모두 어우러져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나의 취향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일까. 나는 자신의 취향이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혜원이 만드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좋았다. 요리의 좋은 점은 식재료에 계절의 감각을 그대로 담아 시각과 향 그리고 맛으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마당에 쌓인 눈을 열심히 치운 뒤 "땀을 흘린 뒤에는 술이 당긴다"며 빚은 막걸리도, 하나하나 손질하고 총 세 번을 정성껏 졸여 생각날 때마다 꺼내 먹을 수 있게 만들어둔 밤조림도, 초여름의 아카시아꽃과 쑥갓튀김, 한여름에 선풍기 앞에서 먹는 오이콩국수도 좋았다.

글을 읽으니 영화가 눈 앞에서 다시 펼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혜원이 자박자박 걸어다니며 일상을 가꾸는 모습이 생각나서 기분이 좋아졌다. 음식 에세이 속 음식에 대한 글은 읽는 동시에 행복해진다. 그래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좋다. 그 음식이 떠오르고, 음식에 대한 기억이 생각나면 아주아주 즐거워지기에.

​

작가님은 일을 떠나 제주도에서 보낸 휴식의 시간에 대해 소개해주었다. 이 책을 읽으면 작가님이 영화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영화에 대한 자신의 일을 얼마나 애정하는지 느껴지기에 그 결정이 참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정말로 좋아하는 일에 지쳐 모두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런 순간에 작가님은 제주도로 향했고, 그곳에서 자신을 돌보며 그럼에도 이 일이 좋다,는 결론을 얻은 것 같다고 느꼈다.

​

좋아하는 일을 하는 기분은 어떤 것일지 가끔 상상해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나 역시 좋아하는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하게 되는 것을 꿈꿨다. 그러나 그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진로를 바꾸고 전혀 다른 방향의 회사를 다니고 있는 지금, 나는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가 어떤 일을 좋아하는 지, 그것을 어떻게 직업으로 가지고 싶은지 전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 조금 부럽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알고 있기에 그들의 반짝임을 조금, 아니 아주 많이 동경한다.

언젠가 들었으나 누구게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 말이 있다. 아끼는 것을 떠올릴 때 다음 두 질문에 공통으로 ‘그렇다’라는 대답이 나와야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하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이것도 나를 좋아하는가.

작가님은 자신은 첫 번째 질문에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두 번째 질문에는 쉽게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고. 그러나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나는 작가님께 두 번째 질문 역시 정답은 그렇다입니다, 하고 말씀드리고 싶다. 작가님이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영화도 그럴 것이라고. 다정하고 열정적으로 영화에 대해 이야기는 글이 좋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볼 때면 함께 즐거워지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가님이 좋아하는 영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 애정이 느껴져서 함께 즐거웠다.

​

그리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다고. 그리고 그쪽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보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뮤직숍
레이철 조이스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으로 밝은세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가게 주인인 프랭크는 클래식, 록, 재즈, 블루스, 헤비메탈, 펑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 가지도 소홀하게 다루는 장르가 없었다. 손님들이 정확한 곡명을 몰라도 분위기를 이야기해 주면 프랭크가 기가 막히게 마음에 드는 음반을 찾아내 주었다. 손님들 가운데 더러는 자신이 듣고자 하는 음악이 뭔지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도 어김없이 마음에 드는 음반을 소개해 주었다.

그럴 때마다 음반을 손에 든 프랭크가 부스스한 갈색 머리를 손으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이 음반을 들어보세요. 아마 느낌이 팍 올거예요."

거기에 음반 가게가 있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읽으면서 가상의 가게를 보다 보면, 저런 가게가 현실도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의 굿나잇 책방을 볼 때도 그랬고, <오늘은 홍차> 속 홍차 가게를 볼 때도 그랬다. 이번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엔가 이런 LP가게가 있으면 참 좋겠다, 라는 소망을 품은 채 책을 읽었다.

​

책은 1988년, 영국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프랭크는 어릴 때 살던 바닷가 근처 하얀 집을 떠나 유니티스트리트에 음반 가게를 연다. 유니티스트리트는 한때 크고 화려한 도시였던 곳이지만 지금은 이웃 도시의 캐슬게이트가 번화가로 자리 잡으면서 점차 사람의 발길이 뜸해진 곳이다. 그러나 프랭크는 그곳이 마음에 들었고, 이에 유니티스트리트에 정착한다.

​

프랭크는 그곳에서 문신 가게를 운영하는 모드, 종교 선물 가게를 운영하는 전직 사제 앤서니 신부 등 좋은 이웃을 만난다. 손님이 점점 줄고 있는 현실을 걱정하면서 이웃과 담소를 나누던 어느 날, 초록 코트를 입은 한 여자가 프랭크의 음반 가게 앞에서 쓰러진다. 뛰쳐나가서 여자를 살피는데 그녀가 눈을 뜨고 프랭크와 눈을 맞춘다. 그녀의 이름은 일사 브로우크만. 상처를 안고 의도적으로 사랑에 거리를 두던 프랭크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그녀에게 빠져든다.

​

민들레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씨를 날려 보내 꽃을 피우듯 프랭크는 장르는 다르지만 비슷한 정서를 가진 음악을 동시에 소개해 누구나 쉽게 다양한 음악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언뜻 보기에는 고집으로, 그러나 다르게 보면 소신으로 보이는 프랭크의 마음이 책 곳곳에서 묻어났다. CD가 대중화되고 LP판이 점점 생산되지 않는 시대에 접어들고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CD를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LP판 공급 업체들이 CD를 사지 않으면 LP판을 공급해줄 수 없다고 하여 프랭크는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다. LP판 고유의 매력으로 손님에게 음악을 전하고 싶다는 자신의 가치관 아래 그는 계속해서 LP만을 취급하며 그런 영업방식을 고수할 수 있는 다른 변화를 만들어내어 가게를 성장시켜나간다.

​

어떻게 보면 너무 무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는 하나씩 해나갔다. 그런묵묵하고 씩씩한 마음이 손님에게도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음악에 대한 애정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프랭크의 음반가게에 들른 손님들이 모두 저마다의 힐링 포인트를 얻고 돌아간 것이라 믿는다. 어쩐지 손님이 힘들어보이는 것 같으면 그를 지켜보며 어떤 음악이 그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장님. 진짜로 현실에 있다면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카운터에 있는 여자가 말했다.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쉬다가 가세요.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예요. 그렇지, 프랭크?"

남자가 점잖게 고개를 끄덕인 뒤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여자가 말했다. "언제든 들러도 좋아요. 우리는 늘 여기에 있으니까요."

사랑 이야기이기도, 음악 이야기이기도,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프랭크와 유니티스트리트 사람들이 서로를 챙기고, 그 거리를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었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많은 음악과 그에 얽힌 이야기들은 음악을 더 궁금하게 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음악을 찾아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책의 내용이 더 잘 다가오고 책 속 인물들의 마음도 더 잘 느껴질 것만 같다. 또한, 일사와 프랭크 사이에서 촘촘히 쌓여가는 유대감과 사랑의 감정이 좋았다. 때로는 또다시 상처 받을까봐 스스로 방어벽을 치는 프랭크가 속상했지만, 느리지만 저마다의 속도로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프랭크와 일사의 모습이 좋았다.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프랭크를 찾아내는 일사가 참, 예뻤다:)

​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그의 소신을 응원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묵묵히,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이 참 멋있다! 나 역시 다시 한 번 내가 좋아하는 일, 열정이 느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때때로 힘들 때면 이 책을 열고 프랭크의 음반가게를 방문하면 좋겠다. 그곳은 언제나 거기에 있을 테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ㅣ 1일 1페이지 시리즈
정여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본 서평은 서평단 당첨으로 위즈덤하우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이 서평에는 해당 책의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어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책 표지에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결국 나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어쩐지 팩폭을 당한 기분이라 순간 멍했다. 다른 사람들이 직접 말한 것도 아닌데 저 사람은 왠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라며 스스로에게 겁을 준 것도 나였다. 지레짐작하여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이게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지도 몰라, 하며 자책한 것도 나였다. 너는 왜 이것밖에 못하는거야, 이렇게 해서 뭐가 되겠어, 라며 스스로를 혼낸 것 역시 나였다. 진짜로 인정해야할 순간인 것 같다. 나를 불안하게 한 것도, 나를 상처입힌 것도 나였음을.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다. 작가님은 내가 나를 아프게 하지 않는 방법을 알려주시지 않을까.

​

너무 많은 콤플렉스에 찌들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자신의 어깨를 꼭 안아주는 오늘이 되었으면 한다. 당신은 당신의 장점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결점을 껴안은 채 오늘도 용감히 이 세상을 버텨냈기에 더욱 아름다운 존재다.

이 책은 제목처럼 1부터 365까지 매일매일 한 페이지의 글이 적혀 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주일동안 그림, 영화, 책, 일상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심리학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요일마다 각기 다른 소재를 담고 있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읽어 내려가지 않고 원하는 부분을 펼쳐서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날그날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작가님은 영화나 책 같은 작품을 심리학과 얀관시켜 소개해주기도 하고, 때때로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우리의 마음에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온다.

​

다른 사람의 트라우마,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쩐지 내가 품은 상처가 떠오른다. 보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 꾹꾹 잘 눌러놓았지만 결국 이렇게 터져버리는가, 하는 마음으로 글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덮어만 놓아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그렇게 이 책은 내가 좀 더 단단해지는 데 도움을 준다. 숨겨놓았던 상처를 마주하고, 마음껏 아파하라고. 그렇게 아파한 다음에는 그 상처를 잘 안고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위로를 받은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매일 속삭인다. 괴짜라도 괜찮아. 내가 나일 수만 있다면 이상해도 괜찮아. 나다움을 잃지만 않는다면.

책을 소개하는 출판사의 서평에는 이 책이 365개의 심리 테라피를 담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 말에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때로는 내가 몰랐던 책에 적힌 좋은 말들이 나를 위로해주기도 하고, 처음 듣는 영화의 주인공에게 큰 공감을 느끼기도 한다. 어렵기만 했던 미술작품을 보며 세상에, 내 마음 같네 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작가님의 자신에 대한 고백을 들으면 공감하는 마음은 하늘로 마구 솟구치고, 내가 내면의 상처와 마주할 수 있도록 소개된 다양한 이론이나 대화 방법은 직접 해보고 싶어서 사진을 찍어둔다. 다양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사람마다 모두 다른 취향과 성격을 가졌고, 그렇기에 맞는 테라피 방법도 다를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그 중에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여정이 참 즐거웠다.

​

힘들어한다고 혼내지 않고, 늦었다고 재촉하지 않으며, 상처입었다고 나약하다 호통치지 않는다. 이 책에 담긴 것은 그럴 수 있다는 공감과 괜찮다는 위로의 손길이다. 충분히 아파하고, 그 다음에 훌훌 털고 일어나면 된다고 손을 내밀어주는 것 같다.

​

얼마 전에 평소 좋아하는 가수인 아이유님의 신곡이 나왔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앨범 소개를 읽다가 조금 울었다. 앨범 소개 마지막줄은 이러하다.

"당신은 별난 사람이 아니라 별 같은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보다 낯도 많이 가리고, 다른 것 투성이라 나에 대해 말하다보면 신기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 사람으로서, 큰 위로였다.

​

그 노래 celebrity의 가사처럼 우리는 모두 다 유일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다. 노래도, 이 책도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렇게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