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의 노래
매들린 밀러 지음, 이은선 옮김 / 이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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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망의 강도와 그 욕망이 꽃을 피는 속도에 나는 충격을 받는다. 나는 움찔하며 얼른 몸을 뗀다. 오후 햇살로 둘러싸인 그의 얼굴과 반쯤 하다 만 입맞춤으로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을 볼 수 있는 시간이 한 순간, 딱 한 순간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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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정적이 흘렀다. 그가 내 말을 못 들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오늘 네가 얻은 것을 그렇게 쉽게 포기할 생각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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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심한 듯 초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음에 들 거야. 지금 달라진 네 모습이 말이야.” 내 얼굴이 다시 벌게졌다. 하지만 우리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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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입술이 열렸고 그의 달콤한 입김이 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그의 입술이 부드럽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고 움직일 때마다 흘러나오는 숨결을 마시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건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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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흘렀고, 나는 축축해진 돗짚자리나 땀범벅인 내 몸이 더이상 신경쓰이지 않았다. 금색이 점점이 박힌 그의 초록색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 안에서 부풀어오른 확신에 목이 메었다. 절대 그의 곁을 떠나지 않을 테다. 그가 날 내치지 않는 한 영원히 이렇게 있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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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칠 줄 모르는 사랑과 비애의 아픔. 다른 생이었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머리를 쥐어뜯고 비명을 지르며 그의 선택을 그 혼자 책임지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아니었다. 그는 트로이아오 건너갈 테고 나는 심지어 저승까지 그를 따라갈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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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악한 죽음도, 나중에 내 몸과 머리칼에서 씻어낸 뇌수와 뼛조각들도 더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내 눈에 보인 것은 그의 아름다운 얼굴과 노래하는 팔과 다리, 이리 번쩍 저리 번쩍하는 발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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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과 대재앙이 내 머릿속을 온통 수놓는다. 지진이 나고 화산이 폭발하고 홍수가 터졌으면 좋겠다. 그 정도는 되어야 내 분노와 슬프을 담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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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이 나를 감싸고 나는 공기 중의 아주 희미한 떨림으로 남을 때까지 생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낀다. 어둡고 적막한 저승으로 어서 빨리 건너가서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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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0년을 받쳤다고 합니다.

아마 다른분들도 이 책을 보면서 영화 트로이가 많이 생각나셨을 겁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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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비중이 없던 그의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이야기를 이렇게 엮어서 생각해낼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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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동성이든, 이성이든 사랑이란 역시 숭고하고 아름답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소설이었스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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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소설에 배경이 된 <일리아스>도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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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었던 소설 작품중에서는 단연 최고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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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담당해서가 아닌, 독자로써 꼭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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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엔뭐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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