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4번째책말하자면 반년이 훌쩍 지나 그 30만 원의 행방이 도착한 것이었다. 편지는 아내가 나에겐 말하지 않고 벌써 꽤 오랫동안 후원해온 우간다에 사는 ‘카와토‘라는 아홉 살짜리 친구에게서 온 것이었다. 카와토는 지난 성탄절에 특별한 선물을 받았다는 첫 문장으로 편지를 시작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겐 뜻밖의 선물이었고, 보내준 30만 원으로 암소 한마리와 염소 두 마리를 샀으며, 자신의 운동복과 동생들의 옷을 샀다고, 띄엄띄엄 편지에 적었다. 카와토가 암소 한 마리와 염소 두 마리 옆에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카와토는 편지 말미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뜻밖의 성탄 선물 때문에 우리 가족의 인생은 바뀌었습니다.이제 제 동생들도 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어요.나는 그 편지를 읽고 난 뒤에도 한동안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아내는 아마도 내 이름으로 카와토에게 특별 후원금을 보낸 모양이었다. 나는 잠깐 아파트 대출 이자 때문에 오랫동안 가계부를 들여다보던 아내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트에서 팔고 있는 값비싼 유모차 앞을 서성이다가 돌아선 아내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리고 염소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있게 된 저 먼 나라 친구를 생각했다. 염소 한 마리에 4만 원.나는 어쩌면 내가 평생 꼰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다 아내 덕분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평소에 책을 읽으면서 포스트잇 으로 좋았던 부분을 표시해두고 있는데 이 책은 단 한장도 붙이지 않았다.이 책 자체가 그냥 포스트잇 자체였던 것 같다.내가 좋아하는 소설은 너무 허구 스럽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를 몰입시키는 소설인데 이 책이 딱 그 책이었다.너무나도 평범하고 어디서나 들을법 한 가정의 이야기인데너무나도 애틋해지는 책이었다.요즘같이 자극적인 걸 너무 좋아하게 된 시대에이런 밋밋한 책이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다.나도 나중에 가정을 이루고 자식이 생긴다면이런 우여곡절을 겪게 될 것인가.언제나 글로써 나를 먼 세계로 데려다 주시는작가님들이 계시기에 나는 책이 좋다.이 작가의 다른 소설도 궁금하니까 곧 읽어봐야지.#다음엔뭐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