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되겠지 - 호기심과 편애로 만드는 특별한 세상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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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늘 우리를 쪽팔리게 한다. 우리는 자라지만, 기록은 남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만, 기록은 정지하기 때문이다. 자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쪽팔림도 없을 것이다. 반대로, 쪽팔림이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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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날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도대체 뭘 믿고 그랬는지 알 수 없지만 앞으로 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으므로, 에잇, 그럴거면 차라리 보지 말자, 라는 생각으로 현재에 충실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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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예순부터라면, 청춘은 마흔부터이다. 마흔 살까지는 인생 간 좀 보는 거고, 좀 놀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어떻게 해야 잘 살 수 있을지 오리엔테이션이나 참가하는 거다. 그러니까 마흔 이전에는 절대 절망하면 안 되고, 내 인생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체념해서도 안 되는 거다. 마흔이 되어보니 이제 뭘 좀 알겠고 이제 뭘 좀 해볼 만하다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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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왜 내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다. 나는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관찰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저장된 사진을 통해, 내가 세상을 관찰하는 방식의 패턴을 알고 싶어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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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을수록 더 자주 울게 된다.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 남성 호르몬이 적어지기 때문에 눈물이 많아진다는 얘기를 한다. 그 말도 맞을 수 있겠다. 내 생각에 눈물이 많아지는 건 경험이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이를 먹으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으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과 상황을 이해하게 되고, 이해하다보니 공감하게 되고, 내 얘기 같고, 내 얘기 같으니 눈물이 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해하지 못하면 눈물은 나지 않는다. 울면 울수록 누군가를 이해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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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짐짝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나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흐르는 시간을 견디는 법을 배운 다음에 생겨나는 것 같다. 그래, 버티다 보면 재능도 생기고, 뭐라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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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다른 무엇을 포기하고 싶었다. 시간을 포기하고, 돈을 포기하고, 또 다른 어떤 것을 포기한 다음,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결국 인생은 어떤 것을 포기하는가의 문제다. 선택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포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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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삼 깨달았다. 소리는 아름답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소리와 아름답지 않은 소리가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소리는 아름답다. 문제는 소리에 있는 게 아니었다. 언제 그 소리를 내는가, 언제 그 소리를 듣는가, 어떤 마음으로 듣는가, 어떤 크기로 듣는가, 그게 문제였다. 결국 인간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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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려주는 기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쏟아야 알 수 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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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나도 어쩔 수가 없다. 모두들 한 해를 정리하고, 결산하고,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날짜 감각 없고 시간 개념 없는 나라도 피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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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몇 잔의 맥주를 마시게 될까,
평생 몇 명의 친구를 만나게 될까,
평생 얼마의 돈을 벌고, 또 쓸까.
숫자로 생각하면, 가끔은 모든 게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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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역사란 결정적 순간이 아닌 ‘덜 결정적 순간‘으로 이뤄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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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칼이 되고 덫이 된다. 말이 길면 꼬리 잡히고, 허술하면 조롱당한다. 쉽게 말했다가는 크게 당하고, 생각 없이 말했다가 걱정만 떠안게 된다. 말 한번 꺼내기 쉽지 않은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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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을 좋아했다. 그의 말들이 좋았다. 내용도 좋았지만 그보다 형식을 더 좋아했다. 그는 말 없는 사회에서, 말 꺼내기 힘든 사회에서 늘 말을 했다. 텔레비전만 켜면 정치인들이 늘 해댔던, 공식적인 말, 판에 박힌 말, 하나마나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공격받았고, 오해받았지만, 그게 그가 말하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방식을 좋아했다. 그는 조리 있게 잘 말하기보다 마음을 전달하는 데 애썼다. 칼을 피하는 말로는 마음을 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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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의 책은 두 번쨰인데, 첫 번째는 단편소설 이었고 두 번째는 산문집인데 이 작가는 참 집중있게 글을 쓰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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