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살아요! - 이야기로 알아 보는 동물 권리
한미경 지음, 정진호 그림 / 현암사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집엔 강아지가 한 마리 있다. 이름은 팝콘. 팝콘이는 내 동생이 키우던 개다. 동생은 팝콘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사실, 키울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 동생은 3교대 근무를 하는 호텔에서 일하고 있었고, 혼자 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팝콘이는 늘 혼자였다. 동생이 집에 있어도 제대로 팝콘이를 보살펴줄 수 없었다. 예뻐하기만 했지, 팝콘이를 거의 방치하다시피했다. 그러다 직장을 옮기면서 더이상 강아지를 키울 형편이 되지 못해 팝콘이를 나에게 맡기게 되었다. 팝콘이가 우리집에 처음왔을때 팝콘이는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황이었다. 현관문이 바람에 흔들리기만해도 짖어댔고, 똥오줌도 가리지못해 아무 곳에나 싸댔다. 두달가까이 난 거의 매일 이불과 카페트를 빨아야 했다. 처음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팝콘이가 침대 이불에다가 오줌을 쌌을때는 정말 개패듯이 패주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고백하는데 사실 엉덩이도 몇 번 세게 때렸다. 그치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나도 팝콘이에게 적응해 나가고, 팝콘이도 우리집에 적응하면서 우리는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팝콘이는 똥오줌을 가리기 시작했고 짖는 것도 많이 줄어들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응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주변에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러면 나는 절대로 키우지 말라고 말한다. 그래도 키우고 싶다고 강아지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면, 강아지를 키우면서 드는 비용에 대해 설명해준다. 병원비, 사료비, 간식비, 강아지 생활용품등등. 돈이야기를 듣고 나면 사람들이 잠시 주춤거린다. 돈도 상관없다는 사람들에겐 팝콘이의 만행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내용부터 언급하는 건 그만큼 강아지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강조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강아지가, 고양이가 예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샵에 가서 구입을 한다. 그런데 강아지가 짖거나, 똥오줌을 못가리거나, 털이 많이 빠진다는 이유로 불평을 해대기 시작하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된다 싶으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버리거나, 남에게 줘버린다. 그나마 다른 가족을 찾으면 다행인데, 병이라도 있으면 그마저도 불가능해진다.  "우리, 함께 살아요!"에 등장하는 첫번째 이야기 주인공도 쉽게 강아지를 사고 쉽게 버려버렸다. 이야기 뒤엔 버려진 강아지들이 안락사에 처하게 된다는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었다. 강아지가 안락사를 당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된 딸아이는 나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엄마, 왜 죽여?" "왜 함부로 죽여?" "엄마 살아있는데 죽이면 안되잖아."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딸에게 난 "그러니까 우리는 팝콘이를 정말 아껴줘야해. 팝콘이가 그런 불행한 일을 당하지 않게 지켜주자."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 함께 살아요!"에는 강아지 말고도, 돼지, 닭 등 학대받고 있는 여러 동물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런 동물들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실려있다. 이 책에서 가장 유익한 점은 마지막 "동물 권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부분이었다. 대안을 제시해주고 부모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게 도와준다. 딸아이와 난 고기 먹는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또 동물복지표시가 되어 있는 제품 위주로 물건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나와 딸아이의 작은 실천이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