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엄마 심리학 - 상처받은 딸과 엄마의 관계회복 심리학
조은강 지음 / 소울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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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과거일이 떠올랐다. 엄마는 내게 예쁘다는 말 한 마디 해주지 않으신 분이다. 너 태어났을때 외삼촌이 "누나 딸은 왜 저렇게 못생겼어?"라고 말했다. 너는 고모들 닮아서 얼굴도 길고 광대뼈도 튀어나왔어. 동생은 삼촌들 닮아서 잘 생겼는데, 넌 참 못생겼다. 그렇다고 엄마가 날 때리거나, 내가 사달라는 걸 안사주시지는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내게 늘 부정적이 만들만 쏟아내셨다. 엄마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넌 나쁜 년이다라는 말이다. 넌 니 고모들 닮아서 못됐다. 니 아빠 집안이 다 나쁜데 넌 왜 날 안닮고 아빠 쪽만 닮았니. 아유, 성질 더러운년. 나쁜 년. 하지만 이런 말은 언제나 나와 둘이 있을때만 한 말이다. 남들은 모른다. 내가 반항이라도 하거나, 내가 엄마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 니네 엄마같은 사람 없다. 어디 엄마한테 대드냐. 너 엄마한테 그러면 안된다.라는 말만 돌아왔다. 그 말들은 내게 비수가 되었고, 난 언제나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했다. 그 당시 난 늘 자살을 꿈꾸었던 것같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이기도 하다. 대학에 입학하고, 엄마와 떨어져 살기 시작하면서 나 나름 안정을 찾기 시작했던 것같다. 그리고 멀리서 엄마를 바라보니 엄마의 모습이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심리학책도 많이 읽었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해 불안정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나 어쨌다나. 엄마에게 나의 감정을 말하고, 속상했었다고 이야기하면 엄마가 분명 니가 그랬구나, 미안하다.라고 말해줄 것이다.라는 책들. 난 용기를 내서 엄마에게 말을 했다. 엄마, 나 엄마때문에 속상했어.라고. 하지만 돌아오는 건 짜증을 내며 화를 내는 엄마의 목소리였다. 내가 너한테 안해준게 뭐야. 난 다시 좌절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놓지않았다. 난 계속 책을 읽었다. 이 책 저 책, 그러다 알았다. 엄마가 바뀌는 건 어렵다는 사실은. 엄마의 과거, 엄마가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의 현실까지 다 이해하려했다. 그러고나니 엄마가 불쌍했다. 엄마도 이렇게 살 수 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를 안아주려했다. 내가 내려놓음으로써 엄마와의 관계가 조금은 좋아지는 것같았다. 하지만, 내가 자식을 낳고, 자식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다시 엄마에 대한 미움이 커져갔다. 엄마는 나에게 했던 걸 똑같이 내 딸에게 했다. 내가 딸아이를 안고 들어왔을때 엄마는 말했다. 코가 너무 납작하다. 나중에 코 성형은 시켜줘야겠다.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이에게 엄마가 던진 말이다. 그 한마디는 내게 저주같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산후우울증까지 왔으며, 난 내 딸이 미치도록 귀찮았다. 내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엄마는 끊이없이 넌 이런 것도 못하니, 저런 것도 못하니, 라는 말을 퍼부었다. 죽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 살 수 있었던 건 남편때문이다. 부부상담을 받고, 난 그제서야 뭐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그 뒤로 조금씩 엄마와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육아에 대해 공부했다. 내 딸아이에게 엄마와 똑같은 엄마가 되고 싶지않았다.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난 학습을 하면 적용을 할 수 있는 인간이었다는 거다. 아이와 놀아주는 건 힘들었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엄마는 되었다.


<나쁜 엄마 심리학>은 나처럼 엄마와 사이가 안좋은 딸들의 이야기들이다. 엄마에게 효도해야한다. 엄마의 사랑은 절대적이다. 엄마의 희생은 아름답다라고 말하는 우리나라에서 엄마가 밉다고 말하면 이건 아주 큰 불효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진실은 엄마들이라고 100%희생하지도 않고, 엄마들이라고 모든 자식을 똑같이 예뻐하지 않는 다는 사실이다.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엄마를 미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죄책감은 가질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엄마한테 잘해야하는데, 엄마가 밉다는 모순된 감정때문에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  엄마는 바뀌지않는다. 바꿀 수도 없다. 난 엄마한테 니가 힘들었구나. 난 몰랐어.라는 말을 평생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그 나이 먹어서, 애도 키우면서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 사람들을 욕하고 싶진않다. 다만, 인간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그럴지도 모른다고 추측은 할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의 아픔의 정도를 절대로 똑같이 느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다.


그래도 이런 엄마를 둔 덕에, 절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부모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아이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홧김에 던진 한 마디, 별 생각없이 던지 한마디 한마디가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난 내 딸아이에게 조심, 또 조심한다. 그리고 나도 인간인지라 실수를 할 때는 아이게게 미안하다고 사과할 줄 안다. 엄마에게 받은 육아 방식을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고 싶지않다.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내가 미래에 내 딸아이와 좋은 관계가 될지 나쁜 관계가 될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쁜 육아방식이그대로 전해지지않으니 그 것만으로도 인간이 진화하는데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꺼라 생각하기로 했다.


  

 <나쁜 엄마 심리학>을 읽으며 난 좀 더 마음이 편안해졌다. 지금보다 좀 더 당당하게 살 수 있다고나 할까. 이런 이야기는 쉬쉬되어지고 남에게 쉽게 꺼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적어도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오히려 불효자로 낙인 찍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주변엔 의외로 엄마와의 문제로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적어도 너 혼자만 그런게 아니야. 니가 잘못된게 아니야. 넌 아팠고 충분히 위로받을 자격이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더이상 엄마한테 휘둘리지 말라고. 니가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나가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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