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노래처럼 - 노래로 부르는 시, 시로 읽는 노래
소래섭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저도 중학생때는 나름 문학 소녀였습니다. 사랑의 '사'자도 모르면서, 이별의 '이'자도 모르면서 사랑의 시를 쓰고 이별의 시를 썼었더랬죠. 아~ 꿈에 관한 시도 썼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한참 원태연의 시가 유행했던지라 원태연의 영향도 많이 받았었네요. 나름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서 좀 인정을 받아 친구들이 내가 쓴 시를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지들 막 연예편지에 이용해 먹기도 하고요. 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요. 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3학년때 즘인거 같기도 하고 고등학교1학년때 쯤인거 같기도 합니다. 시가 더이상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시험에 나오는 의미들이 달라지면서 부터였나봅니다. 시가 마냥 어려워졌습니다.

 

시를 제대로 읽었던게 언제였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시집한권도 시 한편도 제대로 즐겼던 게 언제였는지 그런 제가 정말 오랜만에 <시는 노래처럼>으로 시를 접했습니다. 저자는 시와 노래를 연결지어 이야기하면서 비스트, 김태원 등등 여러 가수들의 노래를 등장시킵니다. 딱딱할 수 있었던 인문학 책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집니다. 또한 저자는 말합니다. 참고서에 해석되어진 의미가 아닌 자신의 느낌으로 그 시를 이해하라고요. 어떤 시를 읽고 어떤 느낌을 받았다면 그 어떤 느낌이 바로 그 시입니다.

 

이 한마디에 왠지 시가 편해집니다.

 

<시는 노래처럼>에 담긴 시 한편을 소개합니다.

 

이미지 - 이윤학

 

 

삽날에 목이 찍히자

뱀은

떨어진 머리통을

금방 버린다

 

 

피가 떨어지는 호스가

방향도 없이 내둘러진다

고통을 잠글 수도꼭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뱀은 쏜살같이

어딘가로 떠난다

 

 

가야 한다

가야 한다

잊으러 가야 한다.

 

밤에 이 시를 읽었습니다.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시라는 짧은 글이 긴 스릴러 소설보다도 더 강렬합니다. 그 짧은 글 속에 공포, 불안, 슬픔 등 수많은 감정들로 꽉 차있습니다. 시란 그런 것입니다. 짧은 글로 수많은 의미를 독자에게 전해주는, 그러니 답이 하나일 수 없습니다. 시 하나를 가지고 읽는 사람에 따라서 우린 다른 느낌을 다른 교훈을 얻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다른 시 한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유경환 - 빈집

 

툇돌에 흰 고무신 노펴 있다

치울 생각을 바람도 안 한다

바람때에 절어 색이 변했다

가버린 사람

달력 보듯 그립다

볼 적마다 바람이 온다.

 

 

구두도 샌들도 슬리퍼도 아닙니다. 고무신입니다. 시인은 '고무신'이라는 단어 하나로 기다림이라는 아련하게 그려냅니다.

 

"신발은 신고 있을 때보다 벗어 놓았을 때 더 시적인 듯합니다. 더 많은 말들이 그 안에 담길 수 있나 봅니다."

시인의 시를 보고 저자는 위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단어 하나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시인이 심사숙고해서 고른 그 단어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 있는지, 문뜩 글을 일일이 풀어내는 소설가보다 시인이 더 대단해보입니다.

 

시는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그렇게 즐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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