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를 가르면 피가 나올 뿐이야
스미노 요루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의 스미노 요루 작가의 신작이다. 어쩐지 전처럼 으스스한 제목이지만 이번에도 다정하고, 진심을 전하는 말로 사용된다.
스미노 요루의 두 책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소녀들이 나온다. 상황은 조금 평범할 수 있지만 그 속의 사람들의 감정의 표현으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이야기는 조금 뻔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인물들의 섬세하고 순수한 감정에 동화돼서 읽는 재미가 있는 작가였다.
소설은 <소녀의 행진>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아카네’는 책 속의 소녀와 공통점이 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진짜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소녀의 행진>의 주인공은 ‘아이’를 만나 진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그런 해방을 바라는 아카네에게 ‘아이’와 이름도, 생김새도, 성격도 비슷한 ‘우카와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넣어두었기에 자기 자신이고, 오로지 나 혼자만 지켜보니까 거리낄 것 없이 그 추악함을 알게 됩니다.”_단행본 <<소녀의 행진>> 119페이지 18-19행에서 –288p
책을 읽으며 아카네나 주리아에 공감이 갔다. 나이가 들면서 사회의 다른 내가 필요한 상황이 많아졌다. 원래의 나와 다른 모습이라기보단 나의 싫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나를 만들었다. 아카네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 했던 마음이었다면 나는 미움받는 게 싫은 마음이었다.
책은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점이 재미있었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른 인물이 주인공처럼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 속 표면적인 주인공은 아카네였지만 나에게는 주리아가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주리아가 사회의 모습과 원래의 모습이 달랐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카네는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둘로 나누는 느낌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나에게도 아카네와, 사랑받고 싶은 아카네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아카네에게 필요한 건 솔직함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아니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또 다른 나와 함께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심해질 수도, 못 느끼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어떤 차이든, 어떤 모습이든, 모두 나의 모습이므로 나를 사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나를 죽이려고 해도 피만 나올 뿐이다 :)
“너의 그 갇혀버린 괴로움을 어떻게든 해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네 배를 갈라봤자 안에서 진짜 네가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인형 탈도 아니고.” -506p
※ 본 리뷰는 서포터즈 활동으로 소미미디어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