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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페이퍼백) ㅣ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_페이퍼백 에디션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최설희 옮김 / 앤의서재 / 2024년 1월
평점 :
- 앤의서재 여성작가 클래식 시리즈로 작년에 양장의 <폭풍의 언덕>을 읽고 서평했는데, 올해 좋은 기회로 페이퍼백 에디션으로 나오게 된 <자기만의 방>을 읽게 됐다. 양장은 고급스러운 면이 강하고 페이퍼백은 저렴하다는 강점이다.
-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소설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대학에서 진행되었던 강연에 기반한 에세이다. 강연문이라 해도 무방하다.
- 고전이 소설이 아닌 에세이의 장르라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처음에는 장르를 모르고 읽어서, 책의 1/4가량을 읽을 때까지 스토리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당혹스러웠다. 다른 고전들처럼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잡힌 뒤에는 편하게 읽힐 줄 알았지만, 강연문이기에 스토리가 딱히 없었다. 그래서 읽는 내내 조금 어려웠다. 또한, 글의 진행방식이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는 느낌이라, 잠깐 딴생각을 했다간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놓치고 말았다. 그래서 책 자체가 두꺼운 편이 아니었음에도 읽는 데 오래 걸렸다.
- 문체가 어렵긴 했지만,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은 뚜렷했다. 대표적인 페미니즘 책인 이 책은 약 100년 전에 출판되었다. 100년 전의 여성들이 글을 쓸 수 없는 환경을 지적하며,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선 고정적인 수익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성들의 작품들에 대한 고찰을 통해 여성들의 책이 나올 수 없었던 환경을 지적하며, 자기만의 방과 고정적인 수익이 있었다면 셰익스피어와 같은 여성 작가가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 지금은 여성이 글을 쓴다는 게 당연하고, 자신만의 방을 갖는 것 또한 어렵지 않기에 울프의 주장이 조금 의아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책에서 그려지는 짧다면 짧은 100년 전의 울프가 살던 시대의 여성들의 상황을 읽어 나가다 보면 왜 여성이 글을 쓰기 어려웠는지 이해할 수 있다. 여성들에게는 거실이 방이었다. 심지어 울프 이전 세대의 여성들은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성은 대학의 잔디밭을 거닐 수 없었고, 도서관에 교수와 동행하지 않는 한 출입할 수 없었다. 여성 작가가 나올 수 없었던 시대적 상황들이 이해가 되면서 그 시대의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많이 답답했다.
- 책에는 많은 작가가 언급되는데 특히 에밀리 브론테, 제인 오스틴, 셰익스피어가 자주 언급된다. 그래서 미리 이들의 소설을 읽거나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읽는다면, 글 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책을 읽으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하루빨리 읽어야겠다 다짐했다.
- 울프는 어머니가 만약 여성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면 자신의 세대의 여성들은 더 많은 것을 누렸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자신과 많은 형제들은 아마 태어나지 못했을 것 또한 예상한다. 이 부분에서는 지금의 저출산율 문제를 떠오르게 했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는 임신 후 나로 인해 생길 공백에 대한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싫고, 경력 단절이 두렵다.
- 작가는 성 불평등에 대해 비판하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좋은 글은 하나의 성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양성적인 마음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며 글을 마무리한다. 작가의 말처럼 모든 사람에게 글을 쓸 자유가 주어져야 할 뿐 좋은 글은 하나의 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책의 마지막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을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이라는 사실입니다. … 작가가 완벽한 충만함으로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려면 마음 전체가 활짝 열려 있어야 합니다. 거기엔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어야만 합니다. -220p
- 울프 이전의 시대에 여성이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어떤 셰익스피어와 같은 여성 작가가 나왔을까? 이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걸작이란 홀로 독단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오랜 시간 생각해온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단 하나의 목소리 뒤에는 다수의 경험이 있습니다. -138p
- 지금 내가 여성으로서 누리는 자유는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책을 당연하게 소설이라 생각했던 것부터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앤의서재여성작가클래식_페이퍼에디션 #버지나아울프 #자기만의방 #세계문학
V본 리뷰는 연두님의 서평단 이벤트 선정으로 출판사 앤의서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