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서울 출장길에 연신내에 있는 니은서점에 들렀다. 근처에 사는 선배를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소문난 작은 서점이 어떤가도 보고 싶었고, 서점대표인 노명우 교수님도 혹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도 했다.

2014년경 노명우 교수의 <세상물정의 사회학>을 거의 두 달 가까이 끼고 지내면서 앞뒤로 반복해서 읽고, 글의 무게와 따뜻한 시선을 오랫동안 잊지 않고 있었는데, 재작년 초에 나온 <인생극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사회학자가 그 부모님을 추억하는 방식이 너무 신선하고 감동적이어서 그해 개인적으로 꼽은 최고의 한권 이었다. 나중에 그 책으로 문학상(전숙희문학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그 책은 문학상이 어울리지.

 

 

얼마 전 니은서점2주년을 맞았다고 했으니, 대략 문학상을 받을 즈음에 처음 문을 열었던 것 같다. 그 전에 이미 교수님의 페이스북을 통해 서점을 여는 아이디어가 공유되었고 나도 당연히 좋아요를 눌렀다. 부산에서 서울 동네서점의 출현을 지지한다는 건 그냥 마음만 보탤 뿐이므로 좋아요는 사실 무책임한 것이었다. 서점의 출발이 돌아가신 부모님과 연결된 감동적인 프리퀼에 연유한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나, 월세를 내는 건물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일이 추억만으로는 버티기는 한계가 있는 게 당연할 것이므로 기대반 염려반으로 니은서점의 행로를 지켜보았다.

 

 

인문사회 중심의 도서 구성이 취향에 맞아서 그날 서점에서 책을 열 권 정도 골랐고, 나중에 오신 노명우교수를 만났다. 또래인 걸 알았으나 훨씬 젊고 세련되어 보였고 대화는 부드럽고 스스럼이 없었다.

니은서점에 대한 책을 쓴다는 걸 그때 들었는지, 나중에 들었는지 모르겠다.

'지속가능한 적자' 형용모순이지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니은서점의 목표다. 개업 후 판매 최저기록이 월 165, 최고기록이 월 484권이다. 책한권에 평균15000원을 잡고 마진을 20%로 잡으면(도매가에 할인율을 고려하면 이정도 된다.), 500권 팔아야 150만원이 남는다. 월세가 70만원에 공과금, 4명 북텐더(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닌 니은서점만의 시그니처 일꾼)들의 수고비까지 공제하면 대표가 손에 쥐는 이익은 없을테니.. 책팔아 적자를 해소하는건 최고 매출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노명우교수는 외부강연료와 교수월급의 일부를 서점 운영에 투입한다고 한다.

 

 

이럴 줄도 모르고, 무작정 '좋아요'로 서점개업을 부추겼으니, 팬으로서 책임이 없지 않다. 지속가능한 적자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구매처를 변경하는 게 선량한 책소비자로서 도리라고 생각해서 인터넷서점에 쌓인 포인트를 정리하고, 유혹하는 굿즈의 숲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무료배송에 10%할인을 받으니 별로 손해보는 소비도 아니다. 인터넷서점과 니은서점, 당분간은 투트랙으로 갈 예정이다.

 

 

니은서점에서 매주 열린다는 저자 초청 하이엔드북토크를 현장에서 경험하고 싶지만 거의 어려울 테고, 대신 수시로 생생한 영상과 도서정보들이 올라오는 니은서점의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만족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는 생명진화의 역사처럼 니은서점은 자본주의 경쟁의 뒷녘으로 사라지지 않기 위해 진지하면서도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까칠하면서도 따뜻한 학자..드문 캐릭터를 가진 한국 사회학자의 실전 자영업이 영구히 지속가능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러다 잘될지 몰라. 니은서점>는 작은 독립서점의 생존 분투기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사회비평서 이기도 하고, 책 읽는 일의 긍정적인 경험과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합리적인 안내서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 독립서점에서 '종이책'을 사야하는 이유에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다잘될지도몰라니은서점 / 노명우 지음 / 출판사클/2020. 9/269p

 

 

https://www.facebook.com/sangoh.lee.39/posts/344217461586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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