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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필요 없어 ㅣ 솜사탕 문고
정혜원 지음, 정수 그림 / 머스트비 / 2019년 10월
평점 :
요즘시대에 다문화가정이 흔하고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지만,
아직도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만큼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았어요.
어른들의 옳지 못한 시선들을
아이들은 보고 말없이 배우게 될텐데,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으로 걱정되기도 했답니다.
지금 신도시로 이사오기 전,
그러니깐 저희 아들이 7살까지 있었던 농촌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들이 특히 많았어요.
어느날 저희 아이가 친한 친구가 생겼다면서 주말에 놀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 엄마의 연락처를 알게 돼서 연락을 드렸는데,
베트남 분이셨어요.
저도 처음엔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는데,
몇번 만나서 차도 마시고 함께 키즈카페도 다녀보니
그건 정말 저의 잘못된 선입견이었구나라는 알게 되었어요.
저처럼 직접 다문화가정의 만남을 통해서 선입견을 없앨 수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엄마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서
다문화가정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정혜원
그림 정수
머스트비 솜사탕 문고
표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유난히 얼굴이 검은 두 아이가 친구들과 지내는 과정들을 그려놓은 이야기예요.
지름길은 가장 가까운길로
흔히들 둘러가지 말고 지름길로 가라고들 말씀하시잖아요.
이 책의 주인공인 우주와 하늘이에게 지름길은 어떤 길인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의미를 이해보는것도 포인트가 될거예요.
지름길은 필요 없어 차례예요.
1. 학마을 사람들
2. 우리반 스타가 된 우주
3. 장가 안가면 안돼?
4. 외톨이가 된 하늘이
5. 이럴 수는 없어
6. 우리 영어 선생님, 이사벨
차례 아래쪽을 살펴보면
즐거워 환하게 웃는 아이들과 그 옆에
당혹스럽고 뿔이 잔득 나있는 동네 어르신들의 표정이 상반되게 그려져 있어요.
편견을 가지고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을
동네 어르신들에게 반영시켜 표현해놓은 것 같아요.
이 책의 두 주인공 우주와 하늘이예요.
덩치가 조금 더 큰 아이가 바로 우주,
그 옆에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가 하늘이랍니다.
두 아이 모두 필리핀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예요.
우주와 하늘이는 동네 절친으로 항상 하교길을 같이 다니는데,
이 둘은 남들이 잘 안다니는 지름길로 다녀요.
왜냐고요?
이들을 보면서 동네 어르신들, 할머니들께서 혀를 쯧쯧 차기도 하고,
불쌍하다고 말씀들을 하시기 때문이예요.
하지만 운동을 잘하는 우주가 체육대회에서 반 스타가 되면서
아이들은 하늘이를 보고 "까만 땅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런 하늘이 옆에서 더이상 우주는 지켜주는 친구가 아니게 되었어요.
그저 피부색이 좀 까맣고 엄마가 외국인인게
우리랑 다르다는 그 이유 하나로
하늘이는 그 이후로 외톨이가 되었답니다.
하늘이 동네는 농사를 짓는 전형적인 농촌이다보니,
이렇게 결혼을 하지 못한 노총각 동네삼촌들이 많아요.
경호, 필수, 영수 삼촌들이죠.
셋이 모여서 '국제결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며
다들 걱정어린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쉬기도 해요.
이런 삼촌들을 보면서 하늘이가 결혼을 안하면 안되겠냐면서 되묻는데,
참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부모의 결혼이란 선택으로 인해서 아이가 왜 그런 아픔을 느껴야하는지,
도대체 어디서,왜 그런 편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말이예요.
,
책을 읽으면서 아이랑 저랑 너무 현실감있게 적혀져있는 글들에 놀라곤 했어요.
그냥 내뱉은 말속에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그들을
판단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인사하는 하늘이에게 과수원 할아버지께서
"오냐, 집에 가서 깨끗이 좀 씻고 다녀라.
얼굴이 그게 뭐냐? 새까맣게 해 가지고." [p21]
국제결혼을 이야기하면서
"그건 아니지? 저런 애들 보면 불쌍하지 않냐?" [p36]
" 아이고, 영감! 나 죽어서 당신 얼굴을 어떻게 볼까요?
아들 하나 있는 걸 외국 며느리를 보고, 내 속이 속이 아니야." [p45]
좁혀지지 않을 것 같던 다문화가정이 처한 상황들, 그리고 문제들이
하늘이 아빠의 정면돌파로
하나씩 하나씩 풀려나가기 시작했어요.
마음속으로 무시했던 동네 사람들부터 학교사람들까지도
이제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거예요.
필리핀에서 대학교까지 나온 하늘이 엄마가 학교에서 '이자벨'이라는 영어선생님이 되고,
하늘이와 친구가 아니라던 은미도 막대사탕을 몰래 내밀며
하늘이와 친구가 되려고해요.
힘든 현실을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나아가 자기 편으로 현실을 바꾸려고 하는 하늘이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뭐든 도전해보고 해보자라는 마음도 배울 수 있었어요.
우주와 하늘이는 더이상 다른사람의 불편한 시선때문에
지름길로 갈 필요가 없게 됐어요.
하늘이 아빠 말대로 글로벌 시대를 사는 요즘,
어쩌면 다문화가정은 당연한거지도 몰라요.
따뜻한 관심을 가지고, 차별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해요.
우리는 태어날때부터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살 권리가 있기 때문에,
어떤 이유로든 누구를 무시해서도, 누구에게 무시당해서도 안돼요.
이런 과도기를 거쳐서
저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때는
지금 보다 더 다양성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있기를 바래보아요.
부록으로 마지막에는
필리핀,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다양한 나라의 인사말을 비롯해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리고 이 책은
큰 사이즈의 글씨와 동화책같은 그림이 섞여있어
초등저학년 아이들도 혼자 읽기 좋고,
읽은 후 아이와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