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좋아한다 자처하면서 고정순 작가의 작품을 잘 몰랐다.
2년 전 이맘때 근처 도서관에서 《난독의 계절》 북토크가 열렸다.
작가님의 소탈하고 솔직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난치병으로 고생하며 하루라도 약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을 이어가는 모습이 오래오래 남았다.
그 뒤로 작가님의 작품만 보면 반가워 사기도 하고 도서관에 주저앉아 울고 웃으며 빠져들곤 했다.
얼마 전 정약전 선생과 정약용 선생의 우애가 담긴 작품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설레며 기다렸다. ‘만만한 책방’에서 보내온 책을 받아 들자마자 가슴이 콩닥거렸다. 표지의 새카만 바다를 보니 수년 전 남편과 다녀온 흑산도 바닷길이 떠올랐다. 두 시간은 족히 걸렸던 시간 내내 파도가 얼마나 심한지 멀미약을 먹고도 정신이 혼미했었다. 조선 시대 작은 어선을 타고 떠난 그 길은 얼마나 고되고 길었을까. 다시 못 올 길을 바다를 건너는 그 마음은 오죽했을까.
글을 읽기 전에 고정순 작가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천천히 책을 넘겼다. 까만 바다 그 속에 온갖 생물이 살아 숨 쉬는 곳, 그 생물로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육지를 그리는 마음들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글은 정약전 선생이 자신을 걱정하는 아우 정약용 선생의 편지를 받고 흑산의 이모저모와 자신의 안녕을 알리며 고마움과 그리움을 전하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선생의 두려움과 힘겹게 살아가는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 유배지에서도 새로운 것에 일렁이는 학구열, 그리고 동생을 그리는 마음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그 마음이 모여 《자산어보》가 탄생한 것이리라.
약용아
곁에 있는 것만 같은 아우야
신기한 것을 보면 가장 먼저 불러보고 싶은 아우야
숨 쉬듯 그리운 아우야
시련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아우야

숨 쉬듯 아우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도대체 무엇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나 살기 바빠 동생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잘 건네지 못하던 날들이 떠올라 미안했다.
표지부터 시작되었던 검은 바다에 새까만 파도가 일렁대던 바다가 마지막 장을 넘길 무렵 희고 푸른 파도로 변해있었다. 그게 선생의 마음이 아닐까 싶어 아프지만 푸근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