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 질문하는 미술관 - 나를 멈춰 서게 한 그림의 질문 25
백예지 지음 / 앤의서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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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림을 보는 새로운 시선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다시 보니 앞에 내 마음을 모르는 나에게라는 구절이 더 있다. 심리 상담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말을 보았다.

우리 모두는 힘들 때 꺼내 먹는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살아간다.

무심코 멈춰 선 그림 앞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 삶에 치일 때 꺼내 먹는 무언가가 그림이어서 자꾸만 명화 앞에 서게 되는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다. 얼마나 오래 그림을 바라보며 치열하게 고민했을지 느껴진다.

 

글의 차례를 보았다. 드문드문 그림이 들어 있고 목차가 4쪽에 달했다. 25개의 질문과 그 아래 좀 작은 글씨로 화가들의 이름이 보인다. 질문 중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단연 였다. 그리고 사랑’, ‘행복이라는 단어들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그림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첫 번째 질문, ‘지금, 여기서 나는 행복한가?

나에겐 생경한 스웨덴의 국민화가라는 칼 라르손이다.

 

빈민촌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지만, 카린을 만나 따뜻한 가정을 꾸린다.

그의 작품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은 행복이라는 뜻의 라곰이 묻어난다고 한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림을 보면 따스함이 느껴지고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행복을 잡기 위해 날마다 불행하게 힘겹게 사는 우리들, 잠시 멈추고 내 가족과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두 번째 질문, 당신도 외향인인 척하는 내향인입니까?

인정받아야 살아가기에 수월한 세상.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고 눈만 뜨면 미디어에 둘러싸여 좋아요만 보면 너무 좋아 방방뜨는 우리네 일상. 카를 슈피츠베크의 작품들은 혼자서 조용히 책을 읽거나 쉬는 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억지로 외향적인 척, 힘들어도 약속은 거절 못하는 사람들에게 거절할 용기를 주고 자기만의 시간을 찾을 수 있게 용기를 준다.

 

이외에도 많은 질문을 던지며 우리에게 익숙하거나, 또는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의 작품과 삶의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아기 조카에게 사랑을 담뿍 담아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에드바르 뭉크의 아픔이 잘 묻어나는 <창가의 소녀>

큰 수술을 받고 혼자서는 붓을 들 수조차 없게 된 앙리 마티스의 색종이 오리기‘ <이카루스> 등등등.

 

반짝이지 않는 내 모습도 사랑할 수 있을까?, 이런 나라도 괜찮나요?, 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까?, 그래서 나다운 게 뭔데?, 나는 내 인생의 주연일까, 조연일까?

작가 백예지는 이런 질문들을 통해 그림을 엿보며 답을 찾아다닌다. 내 삶의 길을 찾아가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로 작가를 소개할 때가 많다. 거장의 위대함을 찾기보다, 그들의 흔들리는 모습을 통해 우리네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

 

작가는 매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서두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나 책, 또는 일상의 경험을 끄집어내서 더 편안하게 읽고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아무리 봐도 나보다 훨씬 젊은 작가는 멈춰서고 생각한다.

50이 넘어서야 멈춰 서는 법을 배우는 내가 부끄럽다.

하지만 내 삶도 여전히 진행 중이니 늦지 않다고 여긴다.

그림을 몰라도 좋았다. 그냥 분위기가 좋은 작품들도 있었다.

그림 설명서가 아니라서 더 좋았다.

 

순서에 상관없이 읽어도 좋다.

때론 그림만 읽어도 좋고, 내 삶과 그네들의 삶을 엮어가며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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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조차 온전히 받아주거나 품어주지 못하고, 한때 중요시 여겼던 것들을 금방 잊고 산다. 꿈과 믿음, 다정함이나 용기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며 살고 싶지만 정작 현실에선 눈앞에 보이는 즉각적인 자극에 쉽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 P242

83 ‘나’ 탐색 여정의 결과가 확장판이 되지 못한 ‘체험판 게임’으로 끝나버릴까 봐 나는 못내 두려웠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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