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판 사나이 열림원 세계문학 5
아델베르트 샤미소 지음, 최문규 옮김 / 열림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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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자를 팔고 햇빛이 환하게 비치는 곳에는 가지 못한다는 사람.
“그림자를 판 사나이”에 대한 짧은 글을 읽고 궁금해졌다.
밝은 곳에는 가지 못하는 걸까, 악마에게 속아 몸이 망가지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걸까?
아니면 밤에만 다닐 수 있는 저주에 걸린걸까?
그림자가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여러가지 의문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 본 작가의 이름은 익숙치 않아 어렵고 버거웠다. 서문에 나오는 푸케도 에두아르트도 모르겠고 페터 슐레밀은 도대체 누군가?

나(페터 슐레밀)은 오랜 여행을 끝내고 육지로 돌아왔다. 가진 것 없는 페터는 그 지역 유지 토마스 욘에게 추천장을 가지고 간다. 욘씨는 페터에게 건성으로 인사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자랑하기 바쁘다. 페터는 그들을 따라 다니다 머쓱해져서 자리를 빠져나가려 한다. 욘씨의 곁에서 온갖 물건을 꺼내는 신기한 주머니를 가지고 있던 회색 옷을 입은 사내가 쫓아온다.

머리를 조아리며 너무도 멋진 그림자를 팔라고 한다. 머쓱해진 페터는 놀리는 줄 알고 거절하지만 사내는 온갖 진귀한 물건으로 그를 유혹한다. 금화가 무한정나온다는 ‘행운의 자루’에 홀려 그림자를 팔아 버린다.

하찮게 생각했던 그림자가 안보이자 사람들은 그를 안쓰럽게 생각하거나 불쌍해 하거나 무시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그림자가 없다며 그를 비난한다. 간신히 마차를 타고 돌아온 페터는 방에 틀어박힌다. 금화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았는데 오히려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 한다.

하지만 돈은 쓰임새가 있다. 다락방에서 호텔로 방을 옮길 수 있고 하인도 둘 수 있다. 충직한 하인 벤델을 얻은 것은 페터에겐 행운이다. 벤델에게 회색옷의 사내를 찾으라 했지만, 배를 타고 이곳을 떠나 몇 년 몇 날에 다시 방문하겠다는 소식을 듣고는 절망한다. 덩치큰 벤델은 페터의 그림자가 되어 어디든 따라 다닌다. 하지만 그림자 없는 사나이에 대한 소문이 퍼져 결국 페터는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곳으로 떠나기로 한다.

페터는 새로운 곳에 터를 잡고 페터 백작으로 살아간다. 착하고 사랑스러운 미나와 결혼을 꿈꾼다.
페터는 그림자가 없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미나와 결혼할 수 있을까? 미나는 그를 인정해 줄까?
페터는 어떤 삶을 살아갈까?

다 읽고 나니 서문이 이해되었다. 샤미소의 친구를 참칭한건지 친구가 재미를 더하고자 서문에 서문을 끼워 넣은 건지 모르지만 재치있다. 주인공 페터 슐레밀은 왜 그렇게 그림자가 없음을 절망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또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환한 세계만으로는 모든 생물이 살 수 없다.

샤미소가 살던 시대는 자본주의가 꽃피우려는 시기다.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리라는 전조가 여기저기 보인다. 하지만 샤미소는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영혼일 수도 있고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일 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돈을 무조건 비판하지는 않는다. 돈은 사람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200년이나 된 책을 고전이라 부르며 여전히 읽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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