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에서 곰 이야기가 나온다. 환경부가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생했다고 한다. 그 중에 한 마리가 김천에 있는 수도산으로 계속 도망을 가더라는 것이다. 환경부는 이 곰을 잡아다 다시 지리산에 풀어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곰에게 두손 두발 다 들고 말아서 곰이 원하는 수도산에 살도록 내버려두기로 한다. 저자는 이 곰을 생각하면서 현재 있는 곳이 아닌 새로운 곳을 갈망하는 곰의 의지를 상상하면서 즐겁게 얘기한다. 그 곰의 이름은 KM-53이다. 나도 어딘가로 탈주하고 싶다. 곰처럼.
‘또 털도 안 뽑은 고기를 시꺼먼 맨메밀국수에 얹어서 한 입에 꿀꺽 삼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라는 시구를 읽으면서 입에 침이 고이네요. 담백한 시들이 소박한 밥상처럼 차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