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들은 이토록 시시콜콜
이소호 외 지음 / 타이피스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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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이면 들춰보고 싶어질 책입니다 필사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요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시인의 에세이집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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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얼굴
사쿠라다 도모야 지음, 최고은 옮김 / 반타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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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멋진 경찰수사물, 미니시리즈 드라마 한 시즌을 본 느낌이다. 다 읽고 나니까 중의적인 제목이 탁월하다.

볼드체로 친절하게 복선을 안내해 준 작가의 의도가 무색하게 마지막까지 사건의 진상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내 개인의 역량부족이다. 정교하게 깔아둔 포석을 하나씩 헤아려가면서, 주인공 히노 유키히코를 따라 단서를 맞춰가는 과정이 즐겁다.

얼굴 없는 시체 한 구에서 시작하지만 사건의 본질은 제법 복잡한 인간사에 이리저리 엮여있다.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는 명제에 꼭 맞아들어서, 무엇 하나 허투루 흘려보낼 수가 없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전혀 관계 없는 것 같은 일들이 서로 연결 고리로 맞물리는 게 흥미로웠다. 흐릿한 가설로 출발했던 단서들이 명료한 진상으로 밝혀지는 장면마다 쾌감이 인다.

처음 일독할 때는 작가가 바라는대로 휩쓸려서 제대로 눈치채지 못했던 복선들을 재독하면서 되짚어봤다. 정교함에 감탄했다. 작품 속, 허를 찌르는 반전도 놀랍지만 복선 회수를 깔끔하게 하는 서사구조가 치밀하고 탄탄하다. 밀도 높은 책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매력적이다.

또, 주인공 히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캐릭터에 입체감을 줬다. 동료 하보로와는 경찰학교 동기지만, 원칙주의자인 하보로의 행동으로 자신의 친한 친구가 피해를 입은 적이 있어 사감이 껴 있는 사이다. 하지만 이제 서로 역전되는 상황에 놓이자 그는 ‘인간으로서’ 고뇌한다. 수사하는 사건의 매듭이 풀려가면서 그의 번민은 도로 깊어가는 모습을 보인다.

특별한 재능이나 히어로적 능력을 가지지 않은, 한 명의 경찰이 모든 가능성과 단서들을 따져가며 타임라인을 우직하게 이끌어 나간다. 그의 일상, 생각, 사고방식, 동료들과 나누는 시답잖은 농담들이 아무 의미없는 주의 환기인지 사건 해결의 실마리인지 그냥 마음 놓고 읽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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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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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자신이 가진 것들-특권-을 직시하고, 그것에 비추어 자본주의, 계급, 여성, 예술, 소유와 같은 것들에 관해 사유한다.

곁에 있는 일상에서 건져올린 생각을 갖가지 인문학적 지식, 예술, 사상과 함께 반추해본다.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가 매력적이고 작가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진다.



소비, 일, 투자, 회계 총 4부로 나누고 각각의 소제목을 단 에세이가 여러 편 엮여있다. 세심하게 직조된 작품처럼, 외따로 읽어도 좋지만 앞의 에세이와 연이은 뒤의 에세이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예컨대 소비에 관한 것으로 마무리했다면 다음 것은 소비와 관련된 단상으로 시작하는 식이다.

작가가 읽고 있거나 혹은 읽었던 책, 지인들과 나눈 대화, 겪은 일화에서 시작된 하나의 질문은 날카롭게 벼려져 낱낱이 해체된다. 그것은 새로운 질문이 되어 남거나 속엣것을 고백하며 진솔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특권을 갖지 않은 사람만큼 특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p.29)고 말하지만 (특권층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관해 깊게 생각하고 예민하게 자각한다. 모순을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냉철하고 담백하게 여러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문체가 간결하고 섣불리 교조적이거나 계몽하려 하지 않아 읽기 편하고 즐겁다.

에밀리 디킨스나 버지니아 울프, 이케아와 같이 잘 아는 예들을 곁들이기도 하고 소비라는 단어가 결핵을 가리키는 말이자 ‘파괴’를 암시하는 단어들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와 같은 배경지식도 흥미롭다.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적재적소에 던져두었다. 자신이 속한 백인 인종들을 향한 비판 역시 조곤조곤 이어진다. 할 말을 다 하는데 적대적이지 않고, 원색적이지 않아서 반발심보다는 차분하게 사유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겪은 불합리한 일화를 통해 남자와 여자를 표현하는 장면도 인상깊다. 차도에서 차와 자전거는 동등해야 하지만 그렇게 취급받지 않음을 밝히면서 “차는 중요한 남자들과 중요한 대화를 하는 남자들 같”(p.328)고, 자전거는 “종종 무시당하고, 간혹 존중되며 그보다 더 자주 아예 눈에 보이지 않”(p.328)아서 남자들 사이 여자와 다르지 않다는 결론에서 크게 공감했다.

작가가 단순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생각이 세상과 사상 등으로 깊게 뻗어가는 과정이 명료하게 드러나는 책.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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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자 뱀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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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앉은 자리에서 결말까지 내달리게 하는 책. 미친(p) 전개와 허를 찌르는 서사 구조가 끝까지 흥미와 긴장감을 지켜낸다.

노년의 킬러 마틸드와 동료(이자 대장) 앙리의
관계를 큰 줄기로 삼고, 곁가지로 뻗어가는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독자를 몰아세운다. 윤리와 선악에 빗대어 인간을 나누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만 주인공 마틸드의 질주가 피와 죽음을 제물로 삼는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다.

소설은 도입부부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한다. 노년의 여성이 도심 정체를 헤집고 가까스로 원하던 시간과 장소에 맞춰 다다르고, 원하던 살인을 완수한다.

개와 산책하던 부유한 거물급 인사의 해치우는 ‘작업’을 수행한 마틸드는 예순 셋이고, “세월과 함께 몸 전체가 조금씩 느슨해졌지만”(p.16) 그밖의 것들은 철저히 관리하며 노후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이다.

과거의 영광이 녹슬지 않아 킬러로서 여전히 기능하지만 최근 들어 ‘규칙들’이 헐거워지기 시작한다. 명료하지 않은 기억들로 생기는 ‘의혹’은 예기치 않은 흔적들과 ‘작업’ 외 부수적 살인들을 남기게 된다. 그나마 킬러적 직감과 노련한 기술 덕에 마틸드는 매번 위험을 스쳐지나간다.

소설은 마틸드를 통해 순수함과 사악함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이중성을 신랄하게 짚어낸다. 누아르 장르의 특색을 생생한 날 것으로 드러내는 장면들은 폭력적이지만 또 그만큼 마틸드라는 인물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소설은 그의 ‘작업’에 관한 내력을 설명하는 대신에 인간의 폭력성, 악, 냉혹함등이 마틸드에게서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집중한다. 세월에 닳아 쇠락해가는 기억력이 만들어내는 변수가 삶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는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선악,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는 대신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에 집중한다.

누아르 장르에 빠지지 않는 ‘응징’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의 출현도 예측하지 않은 순간과 방식으로 보여진다.

마틸드가 말했던 “우리가 경험하고, 우리가 사랑했던 그 긴장이, 그 강렬함“(p.281)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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궤도 너머 - 불확실한 세계를 돌파하는 과학의 태도
카밀라 팡 지음, 조은영 옮김 / 푸른숲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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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과학자들이 탐구해가는 방식이 얼마나 닮았는지 보여주면서, 인생에 과학을 대입해보라 권한다.

지식의 나열이나 현란한 증명으로 과학적 소양이 없는 입문자들을 기죽이는 게 아니라, 과학이 지나온 궤적을 되짚어 삶에 적용할 수 있게끔 친근감있게 다가온다.

“과학이 이성적인 추구인 동시에 감성적인 추구라는 사실”(p.90)이라는 점, ”우리 인생처럼 과학도 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p.102)점 등은 확실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능성을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고, 복잡한 것들을 단순화 해 집중하고, 가진 것들을 해석하고, 오류를 수정하고, 이 과정에서 차이점을 인정하며 다른 이들과 연결되고, 완벽하게 증명하려는 대신 일단 뛰어들어 시작하고, 개개인의 인지적 편향에서 독창성을 찾고, 하나의 선택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이 모든 단계를 거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덜어내기’의 방식이다. 미니멀 라이프와 닮았다. 선택하지 않은 경로는 잊고 “데이터의 수풀”(p.288)을 베어내는 방식을 수행해야 한다.

저자는 양자역학, 핵물리학에서부터 인공 지능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학자들의 연구과정과 결과 도출, 오류, 실패 등을 다양한 예시로 가져왔다. 솔직히 여기 소개된 모든 과학 이론을 완벽하게 내 것으로 가져갈 수는 없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덜어내기”를 실천하니 도리어 명료해졌다. 그들이 탐구해나간 방식만을 삶에 적용해보자.

“인생에서의 중요한 결정은 실제로 그 결정이 실행되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p.131)는 말을 기억하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삶이라는 ‘가설’을 증명하고 수정하면서 “자기 자신과도 협업”(p190)해가야겠다. 특히 인상깊은 건 “우리가 추구하는 일이 우리를 의미있는 목표로 이끌기 보다는 길을 잃게 할 때가 많다”(p.220) 점이다. 주객전도, sns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맨 눈으로 실재하는 것을 보는 대신 카메라 렌즈로 더
오래 들여다 본다거나 하는 것들.

궤도 너머, 돌파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장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나’의 존재 방식과 삶을 대하는 방식에 관해서 다정하게 전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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