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오와 사라 1
송송이 지음 / 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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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오와 사라 1, 송송이 #도서제공 #서평단

소녀와 소녀들의 성장스토리.
해오와 사라는 표지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가 빛나는 작품이다.

꽉 짜여 밀도 높은 사건들이 과거 인물들과 현재 해오 대의 인물들을 엮는다. 중간중간 미스테리적인 요소들이 등장해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느슨하지 않게 한다. 몰입해 순식간에 1권을 다 읽었다. 3권이 완결이라 아직 사건들의 실마리는 모호하지만 정말 재밌다.

해녀 해오와 인어 사라의 운명같은 인연과 우정이 다층적 서사로 촘촘하게 짜여 있다. 왕자를 구하고 그와 함께 하기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는 동화, 인어공주를 슬쩍 비틀었다. 그러나 ‘왕자’와 같은 건 껴들 수 없이 여성 캐릭터들 간 돈독하고 솔직한 관계성이 통쾌하다. 가부장제의 불합리에 대해 고발하고, 주체적인 성격의 인물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는 것을 지적하는 자는 모두 또다른 여성 캐릭터들이다.

제주 우도라는 작은 섬, 해방 이후라는 공간적 시간적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여성 착취는 아름다운 그림과 대비된다. 또 자연스럽게 현실의 그것과 비교해보면서 이 지난한 투쟁의 시간을 더듬어보게 된다.

주인공 해오와 사라는 제각기 상처를 지닌 이들로 무리 내에서 도드라진다. 그런 까닭에 서로를 보듬고 서로 각별해지기 어렵지 않았다. 1권에서는 해오와 사라의 관계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주변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도 다양하게 내보인다. 전형적일 뻔한 캐릭터들에게도 서사를 부여해서 훨씬 더 입체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연지라는 캐릭터가 인상깊었다. 바다 건너 육지로 가, 해녀가 아닌 삶을 꿈꾸는 연지는 우정도 사랑도 수단으로 맞바꿀만큼 염원 앞에 솔직하다. 이 솔직함은 그녀를 속박하는 주변상황과 맞물려서 독자들을 이해하게 만들고 그녀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게 만든다. 이밖에도 의사가 되어 다시 우도로 돌아온 여희라는 인물 역시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1권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의 초석을 다지는 셈이라 나로서도 인물들의 행로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다 행복하면 좋겠다.

중간중간 의미심장한 대사들과 속엣말들이 자꾸 곱씹게 만든다. 얼른 다음권을 구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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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 삼천 마리 개들을 구조하며 깨달은 것들
김나미 지음 / 판미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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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김나미 #도서제공

이 책은 저자의 13년 동물보호활동 회고록이자 동물선진국으로 도약해 갈 대한민국을 위한 실질적 해결방안을 담고 있다.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법망 닿지 않는 곳의 고질적 병폐와 개식용문화 등을 꼬집고 실패담을 고백하지만, 절망에 매몰되기 보다는 헤집고 나아간다.

개에게 배운다,는 문장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제목인데 이 담백한 고백이 마음에 든다. 개는 그저 존재하는 것으로 사랑과 오래된 진리를 깨우치게 한다. 그들은 태어나 살면서 오직 삶으로써 모든 것을 보여준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사랑의 영원성에 당위를 부여하고, 먹을 때 먹는 행위에만 오롯 집중하면서 ‘지금 여기’ 라는 진리를 실천한다. ‘지금 여기’는 과거와 미래를 끌어다 빚지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이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떠한 위선도 가식도 껴들지 않은, 개들의 순수함과 그 경험의 정수를 이 책의 저자는 담담히 기록했다.

저자는 각종 종교에 관심이 많았고 궁극적인 깨달음에 대한 갈증도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의 해답을, 자신을 거쳐간 숱한 개들에게서 얻었고 이제 그 귀한 자산을 우리에게도 나눠준다.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인연 닿은 개들은, 우리가 보통 펫숍에서 보거나 sns에서 각광받는 작고 귀여운 품종견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관심에서 소외된 대형견이고 진도 믹스들이다. “개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순간들이 사실 내 영혼을 구원한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덧붙여 “개와는 영원함이 현실이 된다. 개와 나눈 사랑에는 과거와 미래가 없는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고 확언한다. 이 두 문장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서 몇번이고 다시 읽었다.

나 역시 어린시절 가장 오래된 기억의 갈피에도 강아지는 늘 있었다. 외갓집에 살던 선재 꽃비 아롱이가 기억난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 강아지로 키우던 반려견을 무지개 다리 건너 보내고 펫로스증후군으로 정신과에 상담받은 적도 있었다. 인간사 갖가지 일들로 바쁘고, 관심사가 이리저리 옮겨다녀도 내 생에 일순위는 늘 반려견이었으니 그 빈자리가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세월이 흐르고 포인핸드라는 유기견 입양 어플에서 두어번 파양당한 사연의 강아지를 내 둘째를 만난 건, 개에게서 헤어날 수 없는 내 운명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개에게서 배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또한 개에서 받은 사랑을 내 강아지 내 가족에게 국한하지 않고 무한하게 베풀고 삼천여마리에 달하는 개들의 구원자가 된 저자의 발자취가 존경스럽다.

저자는 개에게서 배운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의 영원성, 무소유의 행복을 개인의 경험으로만 붙들어 두지 않았다. 불합리한 개의 복지와 동물보호법 등에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번번이 가로막혀도 절망과 한탄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타협하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개(를 포함한 동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이상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특히 전국적인 동물 호스피스 네트워크 설립 같은 아이디어가 인상깊다. 아직 동물선진국이라는 목표를 두고 갈길이 멀지만 이 책을 이정표 삼는다면 그 선명한 방향성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갈 수 있겠다 싶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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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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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꿀잠선물가게기적을팝니다 #꿀잠선물가게 #창비 #서평단

아기자기한 그림과 다정한 상상으로 가득 찬 책이다 마법을 곁들인 웰컴티 꿀차와 함께 꿀잠 선물 가게 주인 오슬로와 부엉이 자자를 만나면, 오래 고민하고 마음을 병들게 했던 일들의 매듭이 자연스레 풀리게 된다 처방하는 아이템은 각자의 사정에 맞게 고른 맞춤형이다 이 아이템들 역시 오슬로의 손으로 직접 만들고 고안한, 상상력과 다정함 가득한 것들이다



마음을 열고 부엉이 자자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손님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 순수한 위로에 감화된다 일단 꿀잠 선물 가게를 찾는다는 건 회복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ᐟ 오슬로와 자자는 그 의지를 북돋아주고 공감하는 몫을 할 뿐이다 내밀한 속사정을 들여다 보지만 섣불리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손님들이 열어젖힌 꿈의 세계를 그저 바라보고 그들도 모르는 감정의 고리를 톱아 보며 스스로 가진 의지와 힘을 일깨워 준다

사연에 맞는 아이템 처방이라는 설정이 참 좋았다 양말, 향수, 팔찌, 담요 등등 일상품에 작가의 무한 상상력을 더해 손님들을 치유하기에 나 역시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에 그런 기능이 있다고 자기 암시하기도 했다 특히 민들레 향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자기 전에 머리에 뿌리면 어린 시절 기억들을 소환해주는데 작은 칭찬부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진 순간들이 그 예다 자신을 믿어야 타인을 믿을 수 있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방황할 때 손 내밀어주는 ‘꿀잠 선물 가게’가 정말 필요하다

에피소드별로 구성되어 있어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가볍게 한 두편만 골라 읽어도 가독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 글읽는 호흡이 길지 않아도 부담없이 읽고, 편안하게 위안받을 책이다 어린이 손님도 등장하는데다가 삽화가 아름다워서 연령대 별로 각자 받아들이는 만큼 이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선물하기도 좋다

누군가에게 꿀잠 선물 가게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진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눈그늘을 발견하고 한줌 볕과 마음 자락 나눠주고 싶어지게 하는 다정하고 안온한 책이다 수런거리는 마음을 다독이고 편안하게 휴식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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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방 둘이서 2
서윤후.최다정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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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아주 내밀하고 진솔한 집들이 아니 ‘방들이‘에 초대된 기분이다 활짝 열어젖힌 방문을 넘어서면 풍경 가득 채운 창문과 의자와 잡동사니와 그 시절마다 붙들린 기억과 감상들이, 두 사람 각자의 정연한 문장으로 살뜰하게 맞이한다

시인과 한문학자이면서 편집자와 작가로 만났었던 둘이 쓰는 이 책은, 독자인 나를 자신들의 영역 안으로 기꺼이 끌어다 앉힌다 읽다보면 나 역시 고등학교 기숙사 방부터 상경해서 서울 땅 한 뼘에 벽 두르고 살았던 방들과 그 순간들을 꺼내어 들여다보게 된다 단순히 방에 대한 단상이 아니라 내면의 약하고 무른 부분과 사유에 대해 드러내서 친한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 같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에서 시작해서 저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내력을 말하는데 제각기 개성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또 닮은 부분도 많아 어우러짐이 편안하다 읽는 내내 나도 내 이야기를 이렇게 다정하고 안온하게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일렁였다


잘 다듬고 고른 낱낱의 단어들이 씨실 날실처럼 교차되어 밀도 있는 문장들로 채웠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마음 가는 대로 펼쳐 만나는 글을 읽어도 좋았다 ‘방’이라는 주제 안에서 자유롭게 풀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이 유려하다 한문학자 최다정의 방에 가만 앉으면 의자와 화분에 대한 단상이 재밌고 인간관계와 본성에 관한 사유가 진솔하다 시인 서윤후가 소개하는 방에 들어서면 지나간 우정과 이미 써낸 작품, 자신을 통과한 그것을 영영 들어갈 수 없는 방이라는 고백을 듣고, 블로그 역시 또하나의 방이라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각자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그 삶의 궤적을 엮은 게 탐스러운 구슬 팔찌같다 처음도 끝도 없이 계속 굴려가며 한 편 한 편의 글을 음미하게 된다

나 같은 방이 아니라 우리 같은 방이어서, 순순히 품으로 끌어들이는 연대감이 다정한 책이다 ‘우정에는 시작이 없다.‘(p.205) 는 말처럼 나도 모르게 두 사람과 제법 우정을 나눈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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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이라는 착각 -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이정표
안호기 지음 / 들녘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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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늘 긍정적인 개념으로 여겨졌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가치는 성장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이 책은 ‘이스털린의 역설’을 통해서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가 정비례하는 것만은 아님을 밝힌다

경제학에 문외한이더라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간결한 문장과 직관적인 이해를 돕는 시각자료도 많다 여러가지 예를 들어 탈성장에 관해 다각도로 설명해주어 부담이 없다 일단 머리말만 읽어도 책 전체 개요가 선명하게 느껴지고 세개의 장으로 나눠서 탈성장 논의의 필요성을 공들여 설명해준다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지구 생태의 파괴, 공동체/연대의식 유실, 불평등의 심화가 있다 인류는 더 불안하고 결핍에 허덕일 뿐 만족을 모른다 그래서 ‘탈성장’의 개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다같이 멈추자는 것이 아니라 생산과 소비보다 인간의 복지/행복을 향상시키자는 의미다

예시로 든 모두의 숲, 공공도서관, 미니멀라이프 등을 통해서 성장위주의 사회가 얼마나 소비중독을 조장하는지, 그래서 가치 있는 소유와 소비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특히 도서관과 탈성장의 결이 같다는 말에 더욱 명쾌하게 그 개념이 와 닿았다

탈성장은 사회주의, 공산주의, 급진주의로의 전향을 부르짖는 게 아니다 적당한 편리함과 성장, 그리고 함께 하는 삶에 대한 공론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개념이 가진 모순과 허황에 대한 폭로다

지구 자원은 한정적이기에 ‘삶의 질과 생태 균형을 중시하는 체제로 전환’이 답이다 ‘GDP대신 행복, 연대, 돌봄’에 중점둬야 하는데 공감했다

성장에 대한 성찰은 착취 대신 공존과 상생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꼭 탈성장이라는 단어 자체에 묶일 필요도 없고 다만 불평등, 불공정을 바로잡는다는 개념이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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