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에게 -사과-는 시에 해당한다. 연약하고 여린 속살을 품은 예민한 볽음이다. 상처받기 쉬워 흠과로 남게 되는 시인의 시를 항한 자세는, 표제 시 외에도 수록 시 <그렇게 오랫동안>에서 거듭 발견할 수 있다. 15년간 숙성시켰다는 시집의 이력이 시를 만날 때의 조심스럽고 예민한 시인의 자세를 반영하는 지표랄까. 오래 사용하던 냉장고를 들어내고 그 벽에 얼룩으로 남은 두 손을 든 사람을 얻었다는 <그렇게 오랫동안>에서의 시적 내색은 시인의 삶과 완벽히 닮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까 ,시인에게서 -흠과-는 자신의 삶이 어딘가에 부닺쳐 얻은 눈물겨운 얼룩들이며 곧 시이기도 할 것이다. 가볍고 조용한, 감각적인데도 이상하게 조심스런 시인의 문장은 일종의 멍을 포함하고 있으며 시적 아름다움은 그 멍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드러난다. 그윽하게 오래 머물러야 전체가 보이는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