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데

펠리데 - 고양이 추리소설
아키프 피린치 지음, 이지영 옮김 / 해문출판사 / 2003년 6월

고양이 <프란시스>가 주인공이 되어 고양이 연쇄살해사건의 비밀을 밝혀내는 이야기입니다.얼룩고양이 홈즈의 추리처럼 좀 가볍고 따뜻한? 유머스런? 스타일을 기대하셨다면 큰 오산.일단 상당히 어두운 이야기입니다.그리고 인간들은 고양이들에게 음식 깡통을 따 주는 <깡통 따개>정도로밖에 등장하지 않아요.(물론 살묘사건의 동기에는 인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주인공은 일부 인간의 습성을 따라하는 고양이들(종교 의식이라든가,컴퓨터라든가,뭐 이런저런)과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철저히 종족적 특성에 의거하여 이야기는 진행됩니다.<고양이>라는 종족의 특성에 의거한 생활방식,추리방식들.작가는 고양이에 대해 상당히 많이 연구한 것으로 보이구요.그래서 상당히 독특한 느낌이에요.

명쾌한 논리와 속도감,긴장감이 전면에 흐르고 있어 지루하지 않습니다.결말에 너무 스케일이 커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지만,그럴 만한 동기와 설명은 충분하고.주인공을 비롯해 여러 매력적인 개성을 가진 고양이들도 등장하구요.프란시스는 똑똑하고 블랙유머의 감성이 풍부한데,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조롱이 이곳저곳에 드러납니다.직접적으로 혹은 인간을 따라하는 고양이들을 통해서.

결국 살묘범은 밝혀지지만 그(이쪽도 고양이입니다)를 욕할 수만은 없어요,그의 생각과 행동들에 대해 프란시스와 나누는 대화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거든요.아주 씁쓸한 뒷맛을 남깁니다.인간의 자기중심주의와 추악함을 반성하게도 하고.의외로 생각할 거리가 많고 독특하고 재미도 있는 괜찮은 소설입니다.

그런데 추리소설에는 고양이가 참 많이 등장하는 듯해요.사실 훨씬 자주 볼 수 있는 건 강아지일 텐데,호러도 그렇고.(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라든가)뭔가 이미지가 맞아선가? 꼭 추리소설이 아니라도,작가들(특히 만화가들)중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자주 등장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고양이의 습성이나 스타일이 작가(와 만화가들)과 잘 맞고 비슷해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