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가 된 인간 - 나는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는가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황성원 옮김 / 책세상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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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이그노벨상 수상! 이라는 타이틀이 멋져 궁금했던 책
토머스 트웨이츠의 <염소가 된 인간>


이그노벨상 수상이란 것도, 염소가 되겠다는 것도, 염소 옆에서 염소인 척 찍은 커버의 사진도 모두 이 책을 코믹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접하게 되었는데 단순히 웃기기만 한 내용이 아니었네요
무척 진지한 자세로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작가의 태도에 경외심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그노벨상은 이 책이 받은 것이 아니라 염소의 삶에 도전한 프로젝트가 받은 것인데요
처음 이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계기는 마냥 걱정 없는, 완벽한 자연의 동물로 살아보고 싶다! 라는 발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는 코끼리가 되고 싶었었다고 하는데, 코끼리는 입을 직접 먹이에 가져다 대고 먹는 게 아니라 코로 먹이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기 때문에 그런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 코를 만든다는 게 현실적으로 많이 어려워 계획을 바꾸기로 합니다 
(
책에 코끼리의 뼈대그림이 나오는데 그 긴 코에 뼈가 없더라구요!!!!!! )

염소 프로젝트를 막연히 '대충 염소탈 뒤집어쓰고 염소들 옆에서 음매~~ 거리다가 풀 뜯는 시늉 좀 하다가 이렇게 해보니 역시 인간이 좋아! 염소는 힘들어~!' 라는 내용일 줄 알았지만 책을 읽어가며 이 사람의 진지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엔 주술사를 찾아가 원시 부족들의 동굴벽화 등을 예로 들며 동물의 탈을 쓰고 동물 춤을 추는 등의 동물 흉내를 내거나 동물이 되고 싶어 하는 염원의 이유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염소 보호 센터를 찾아가서는 염소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 여기서 사체를 얻어다 왕립 수의학 센터에 가선 염소 해부에 직접 참여하며 뼈대와 장기의 특징에 대해 공부합니다 
본격적으로 염소처럼 행동하기 위해 염소의 모습대로 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팔다리가 필요했던 작가는 의수족 전문가를 찾아가 도움을 받고 마지막으로 스위스 산꼭대기의 어느 염소 농장에 연락해 염소와 함께 지내게 해달라는 부탁을 하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들을 읽어가는데 무척 과학적이며 전문적인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무척 재밌습니다
어느 순간에도 유머를 잃지 않고 재치가 반짝이는 모습이 이 책과 프로젝트를 더 빛나게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습게 들리는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엔 의아해하다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모습도 인상 깊었습니다
 

여러 난관을 거쳐 드디어 염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염소의 무리에 섞여 염소로 살았던 토머스~
마지막 알프스 등반을 앞두고 염소 농장의 아저씨가 토머스에게 염소 방울을 채워주는 대목에선 뭔가 울컥하는 느낌도 있었는데 앞의 과정을 안 읽으신 분이 보기엔 그저 재밌는 장면일 수도 있겠네요
토머스는 과연 인간의 삶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요?
진짜로 제대로 된 염소의 삶을 누렸을까요?

아무런 걱정 없는 동물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한 재기발랄 염소 되기 프로젝트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엔 대단하다!!!!! 라는 생각을 백 번쯤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매일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게 지겨워!!!! 라는 생각이 들 때 한 번쯤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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