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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운 수채화 한 장 - 스케치 도안 위에 순서대로 톡톡 컬러링
로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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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년 내내 40명 정도의 인원이 한 반으로 지냈다. 초등학교 내내 물감이 아닌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는데 종종 방학 숙제로 제출한 미술 과제에서 상을 타곤 했다. 40명 중에서는 그나마 크레파스로 잘 그렸나 보다. 신문사에서 주최한 행사에 제출했던 그림이 있었는데 우리 학교는 전 학년에서 2명이 상을 탔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다. 조회 시간에 교단 앞으로 당당히 걸어나가 교장 선생님이 걸어주는 메달이 자랑스러웠다. 너무도 당당했었지. 조그마한 세계 속에서는 나는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당당함은 어느 날, 면 소재지 대회에서 출전하면서 산산이 무너졌다.


순간 바보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물감 사용법을 몰랐는데 대회에서 갑자기 물감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미션이 주어졌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서는 물감을 이용해 미술수업을 한 적이 없었다. 다른 초등학교 대표들은 너도나도 하나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순간에 바보가 되어버렸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전혀 생각해내지 못했다. 흐릿한 기억으로는 당시 나는 어쩔 수 없이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딱히 방법이 없었다. 오로지 크레파스만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살았던 어린아이에게 꽤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처음 물감을 사용했다. 물감을 이용한 미술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미술 활동을 했던 선생님을 좋아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가했다. 실기점수도 잘 받았다. 재미를 붙여 흥미를 느끼던  미술이 고등학교에서 멈춰버렸다. 배터리가 없는 시계의 초침처럼 나의 미술세계는 중학교 시간에 멈춰버렸다. 오히려 중학교 때보다도 형편없는 결과를 매번 손에 쥐었던 고등학교 미술수업을 싫어했다. 채도, 명도를 주로 배웠는데, 잘게 쪼개진 면과 선에 맞춰 채색을 해야했고, 조금이라도 벗어나 채색하면 감점요인이 되었다.


왼손잡이이지만 오른손으로 글씨 쓰는 것을 배운 터라 오른손으로 글씨를 지금도 쓰지만 조금만 글을 쓰는 내용이 길어지면 오른손의 힘이 점점 없어져 어느새 개판 오 분 전이되어버린 글씨가 되곤한다. 그런 내가 오른손으로 정교한 작업을 하려니 곤혹 아닌 곤욕을 치러야 했다. 미술 시간이 좋았을 리 없다. 혐오스러웠다. 선생도 혐오스러웠다. 미술 선생의 만행이 싫었다. 미술 시간에 번호 순서대로 미술실에 앉아서 그림을 그렸는데 나를 가운데로 양쪽에 앉는 친구 모두, 얼굴이 예쁘장한 아이들이었는데  그들 사이의 나를 두고 비아냥거리며 말하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미술은 내 일상에서 점점 멀리 도망쳤고, 그림 그리는 일에 시간을 낼 날이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은 알다가도 모른 일이다. 재작년부터 엄마에게 컬러링북을 사다 드리며 다시 내 안에서 그림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가끔 엄마의 컬러링북을 조금씩 같이 칠했다. 그러다 수채화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서점에 놓인 수채화 책을 이따금  훑어봤지만, 나의 욕망을 잠재웠던 여러 날이었다. 지금의 주머니 사정때문에 미룰 수 밖에 없었다.


모든 일상을 최대한 검소하고 절약하면서 사는 지금, 잊고 있었던 수채화에 대한 서평단 모집 공고를 봤다. 그냥 지나쳐 갈 수 없었다. 신청했다. 내가 먼저 어느 정도 하고 나중에 엄마랑 같이 해볼 요량으로 신청했다. 책이 도착했다. 웬만하면 서평단 신청을 잘  하지 않는 나이지만, 최근 수채화와 눈가리고책읽는당을 신청했다. 성격상 억지로 하는 것을 잘 못 하는 편이지만 수채화는 꼭 하고 싶었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갈수록 점점 어린 시절 즐겨했던 것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동심에서 했던 일들 말이다. 계산적이지 않고, 그저 하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몸 먼저 움직였던 그런 일들. 그래야 내 안에 피폐했던 마음이 치유될 것만 같았다.



이토록 아름다운 수채화 한 장 책 안에는 도안이 있어 내가 원하는 꽃 그림을 먼저 선택해서 칠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채색하고 싶은 것을 먼저 선별해 채색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맨 뒷장에 도안이 있어 도안을 잘 오려 바닥에 펼쳐놓고, 도안 앞에 책을 세워놓고 책에서 말하는데로 순서대로 잘 따라 그리면 된다. 오래간만에 잡은 붓이 심히 떨린다. 거의 25년 만에 붓을 잡으니 색깔을 선택하는 것부터 색깔을 조합하는 것 모두 어렵지만 시간은 잘도 흘러간다. 그만큼 집중력이 높아진다. 하면서는 잘못 칠하는 게 잘 보여 소심해지고,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지만 다 완성된 후 멀리서 수채화를 바라보면 살짝 아름다워 보인다. 나만의 착각, 나만의 위로. 그래도 좋다.  


처음부터 만족한 결과물을 얻는다는 것은 욕심이다. 처음인데 이 정도면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거기에 무엇인가를 완성했다는 성취감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초보자가 시작하기 좋은 책이다. 너무 복잡하거나 다양한 색깔이 있는 수채화 책이라면 처음부터 따라 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하나하나의 꽃을 그릴 수 있어 꽃 이름도 알 수 있고, 꽃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느낌을 받는다. 코스모스라도 여러가지 분홍 빛깔이 있구나, 이런 색이구나, 그렇구나, 아 그렇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림은 관찰이구나.



꽃, 동물을 원하는 것부터 하나씩 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수채화가 자신만의 공간에 쌓일 것이고, 그렇게 자신이 만든 수채화를 예쁜 액자에 넣으면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제법 훌륭하게 연출 할 수 있을 것이다.이 책 덕분에 잊고 있던 중학교 시절 미술시간으로의 과거 여행을 떠났으며, 쓰라렸던 고등학교 미술시간도 함께 타임머신을 탔다. 다 시 붓을 잡을 좋은 시간이었다. 전문가가 아니지만 창조적인 소소한 일을 하면서 슬픔은 줄이고, 소소한 행복과 추억을 켜켜이 쌓은 멋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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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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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책종류가 한정적이라 변화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할 때 습성은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이성보다 행동이 앞서 익숙한 책의 카테고리를 찾아보고 있거나 서 있게 된다. 누군가가 나에게 일깨워주지 않는 이상, 같은 패턴의 독서 습관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누군가 강요에 의해 책을 권한다거나 마음에 내키지도 않는데 읽어보라고 하면 갑자기 없었던 청개구리 심리가 발동해 오히려 그런 책을 멀리하는 못된 심보를 가지고 있다.

 

접해보지 않았던 책이나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목마름은 항상 있었다. 때마침 눈가리고책읽는당라는 프로젝트를 발견했고 참가 신청했다. 깜박 잊고 있던 어느 날, 책을 받아볼 수 있다는 내용과 우편 발송을 이미 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몇 번 관심 있는 책이 있어 서평단으로 신청했는데 여지없이 떨어졌던 내가, 당첨된 것이다. 나의 독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행운으로 찾아 들어왔다. 행복했다.

 

그렇게 받아든 책, 정말 아무 단서도 없었다. 단서라고는 단지 해시태그 정도이다. #새인간 #작은날개 #영어덜트소설. 과연 이 단어를 조합해 나올 수 있는 작가가 누굴까 고민해보았지만 알 수 없었다.

 

책 초반부를 읽자마자 지금까지 접해보지 않았던 책임을 단박에 알았다. 이것 필시 나의 독서 습관을 바꿔주는 첫 번째 책이구나, 대부분 비슷한 분류의 책만 읽다 보니 눈가리고 책읽는당로 받는 이 책이 낯설었지만 읽을수록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졌다. 읽는 내내 분명 이 소설을 구상하고 창조해낸 사람은 외국 작가일 것이야라고 하면서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책을 읽으면서 단서라고 주어진 해시태그도 처음에 이해를 못 해 영어’, ‘덜트’, ‘소설로 읽었는데 읽다보니 읽었던 방식의 단어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조합으로 만들어보니 ’, ‘어덜트’, ‘소설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검색엔진을 돌려 확인해보니 맞았다. 그만큼 나는 영어덜트소설에 무지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는가, 내가 읽는 한국 작가 중에는 없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얼마 지나자 메일 알람이 울렸다. 부랴부랴 확인해보니 구병모 작가가 쓴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것이었다. 한국작가였던 것이다. 지금껏 구병모 작가 책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예전 어떤 책 카페를 통해 구병모 작가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 작가 책을 선뜻 찾아 읽어보지 않았기에 상상할 수도 없었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읽은 후 나는 구병모 작가의 책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강렬한 호기심이 일어났다.

 

 

 

사람의 형상을 가졌지만 새와 같이 날개를 가진 익인과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가진 벽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소설로 그린다. 이 소설을 읽으면 인간 심리에 대해 적절하게 소설 속에 녹아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심리학책을 어려워 하는 편이다. 종종 읽게 되면 분명 가볍게 썼다고 하지만 내용이 깊이 있다 보니 결국 책을 읽고 난 후 나의 머릿속에 남거나 정리되는 내용은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편의 심리학책을 읽는 느낌을 줬다. 욕심, 욕망으로 넘치는 한 인물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상상할 수도 없는 불길한 일들을 남몰래 자행하면서 많은 이들이 슬픔, 상처, 아픔을 겪는다. 한 사람의 잘못된 욕망과 행동으로 많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소설을 읽으며 떠올리게 된다. 이 소설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벽인 세계에서 잘 어울리지 못했던 루와 새의 날개를 가진 익인 세계에서 다른 익인에 비해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날개를 가진 이유로 이방인처럼 살 수 밖에 없었던 비오. 이 두 사람의 만남을 통해 다른 세상, 다른 생각,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

 

 

비오의 가족, 익인들이 루와 함께 지내는 동안 루는 벽인들의 세상보다 더 자유롭게 루 자신이 돼 행동할 수 있었고, 이를 잘 이해해주는 익인들의 모습에 갖고 있던 두려움을 떨쳐버린다. 그러나 평화는 잠시였다. 갑자기 벽인의 군인 무리가 비오를 잡아가기 위해 익인 세상 속으로 침범해 들어온 것이다. 군인들이 발견한 익인은 비오의 동생 가하였다. 가하는 자신이 비오라며 속이고 벽인 세상으로 잡혀간다. 이를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비오는 루와 작은 날개로 힘겹게 날개짓하며 벽인 세상으로 향하다 갑자기 공격해오는 것에 추락한다. 사고 후 눈을 뜨니 미아의 연구실 안이었다.

 

 

비오는 동생을 찾기 위해 벽인 세상으로 들어가다가 결국 마이의 실험실에 갇히게 되었고, 그곳에 동생 가하를 발견하게 된다. 한 벽인의 욕망으로 여러 익인들이 희생당한 것을 알고 분노하지만,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벽인 세상으로 날아오다 비오와 함께 추락했지만 루는 마이의 아버지에 의해 구사일생할 수 있었다. 그녀는 비오를 구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행동해야만 했다. 하지만 세상은 냉혹했다. 비오는 살렸지만 동생 가희를 잃어버렸다. 마이가 버튼을 누르자 실험실이 폭발해 시험관에 있던 가희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은 잘못된 욕망으로 살아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루를 냉정하고 차갑게 대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맞이한 아버지로부터 우려와 달리 크나큰 사랑을 받았던 비오의 모습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다양한 가족 구성과도 흡사하다 싶다. 이 소설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가 가진 편견을 버리라고 말이다. 정형화된 가족 안에서도 불행과 슬픔이 있을 수 있고, 새로운 가족 형태에서 불행보다 행복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가 늘 그리던 방식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새인간을 빌어 인간 세상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라고 경고하는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이라고 함부로 짓밟거나, 선입견과 편견으로 바라보지 말며, 자신의 욕망에 앞서 타인은 상관하지 않고 직진만 하는 삶이 바람직 못할 수도 있으니, 새인간의 모습을 통해 표현하고자 함이 아니겠는가.

 

 

소설이 담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으며, 구병모 작가의 책을 한번 다양하게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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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창업을 응원해 - #언니들의 #스타트업 #분투기
정민정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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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창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고,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지 궁금했고, 사업을 어떻게 꾸려나가는지 알고 싶었다.


다양한 스토리의 여성들의 창업이야가 재미있었고, 몰입인 강한 책이었고, 창업을 400만 원으로 시작한 대표를 보며, 아이템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소규모로 첫걸음을 뛰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들어 '나도 어쩌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다양한 창업을 다룬 이야기가 다양한 채널에서 많이 거론되었으면 한다. 경제적 자유와 시간을 얻고 싶은 나 같은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야 조금 더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책을 읽으며 성장환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변화할 수 있다.


책의 창업자 대부분은 부모가 사업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부모가 하고 있던 사업을 직, 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창업에 분명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전혀 겪어 보지 않는 사람과 옆에 지켜보는 사람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성장하면서 주변에 사업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농촌 살며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사업하는 사람의 사고방식을 배울 환경이 없었다. 창업하고 싶지만 창업에 '창'자도 두려워한다. 두려움을 떨쳐 버릴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매번 주저앉는다.



이 책의 사업가 대부분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명문대를 나왔고, 대부분은 유학 경험을 가지고 있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수록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져 퍼지는 파동처럼 박탈감이 점점 커다랗게 퍼진다. 창업을 이야기하는데 굳이 명문대, 특목고 등을 말해야 창업이 설명되는 것인지 아쉽다. 책을 넘길수록 창업하려면 명문대, 유학, 특목고 등을 나와야 성공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일부 대표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쉬운 점을 뒤로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고민 같지도 않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시작도 못하는 내게 그녀들의 열정, 용기, 시작하고 해내려는 자세 등 자극이 된다. 상황이 어려워도 좌절하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는 그녀들을 보며 반성하게 된다. 조금씩 뭔가를 해봐야지라는 마음가짐이 들게하는 책이다.



이 땅에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자리에서 자신만의 역량과 역할을 통해 사회 곳곳에 나무뿌리처럼 여기저기 뻗어나가 다양한 형태의 삶이 공유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줘 여성들의 삶이 한층 성장되길 바란다. 나처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나약한 인간에게도 뭔가 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다양한 여성의 삶이 공유되고, 수면 위로 자주 드러나 회자되었으면 좋겠다. 명문대를 나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 학벌, 인맥, 배경 보다 온전히 한 사람의 노력에 대해 집중하는 조명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늦게 공부에 관심이 있을 수도 있고, 늦게 사업에 관심있을 수도 있다. 10대, 20대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생계로 나온 사람도 있다. 저마다의 시간이 다르다. 고등학교, 20대 초반 학력등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말하면 안된다. 사람 자체로만 보는 사회가 언제 오려나 멀지 않을 것이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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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2-24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빛항아리님 메리 크리스마스하셔야합미다~
 
혼자여도 괜찮을까? - 어쨌든 한번은 부딪히는 인생 고민
피오나.미나리 지음 / 다온북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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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는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며칠 동안 계속 온몸에 미열이 올라와 무엇인가 집중할 수가 없다. 오후가 되면 서서히 몸에 열기가 달아오른다. 가끔 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 양방으로 가 진찰하면 일단 체온부터 재는데 정상체온으로 나와 헛걸음을 한다그러다 한의원으로 가면, 진맥 후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설명하며 대개 한약을 지어먹으라고 권한다. 몇 번 먹었는데 괜찮아진다. 몇 년에 한 번은 먹어야 하는 체질이라고 하는데 값이 비싸 몇 번 먹지 않았다.

 

요 며칠 기운이 빠져 솔직히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더 자책할 것 같아 독서라도 하고 있다책은 저자 두 명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썼지만 이야기 모두 공감이 된다. 결혼-이혼-싱글-재혼의 과정을 거친 저자와 마흔에 싱글로 사는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마흔, 결혼 후 육아를 하다가 사회에 다시 나와 성공한 이야기, 결혼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 마흔의 남성 이야기 등은 많으나 마흔 싱글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 책의 미나리 저자가 느꼈던 현실과 3년이 지난 2018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마흔 이후 조직에서 행방불명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꽤 공감되었다.

 

설령 마흔,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남성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임원으로 살아남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임원은 많지 않다예전보다 교육 기회도 많아지고, 여성의 인권도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사,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 마흔 이후에 조직에서 살아남는 여성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심코 눈을 돌려보면 없다.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마흔의 여성, 마흔의 싱글 여성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흔 조직을 떠난 이후의 싱글 여성의 삶이 궁금해, 나 역시 자료와 사례를 인터넷으로 찾았지만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는 어떤 동질감을 느꼈다.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나 자괴감이 빠져들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어떤 안도감이 든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내가 생각이 많은가, 나는 왜 이럴까 등 요즘 들어 내가 떠올리는 질문들이다.


**   

"지금까지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걸 어쩌란 말이냐. 나도 뭔가 남들이랑 다르긴해도 행복하게는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땅굴을 파본 자는 알 것이다. 땅굴 속이 일견 편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엄청 춥고 외롭다는 것을. 이 마흔 살의 부끄러움을 떨치고 당당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하지 않은 마흔 살 여자를 위한 매뉴얼 같은 것, 그런 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무런 특기나 장점도 물려받을 유산도 없으면서 결혼도 하지 않는 마흔 살 여자가 땅굴에서 나와서 감히 연애할 마음도 먹게 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 매뉴얼은 현실에 없겠지? 그래서 비록 매뉴얼도 아니고 아직 땅굴과 땅굴 밖을 오가는 내가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본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19p


**   

"당신이 마흔에 어떤 꼬리표를 달고 있든 그 꼬리표가 아닌 당신 그 자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세상을 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또한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자신에게 달려 있는 꼬리표도 또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꼬리표도 절대 부끄럽지 않은 것임을 서로가 인정해주면 좋겠다." - 196p

 


결혼한 피오나 작가는 인터넷 업계에서 십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육아에 전념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육아로 힘들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행복을 더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이다.

 

마흔 이후의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고 싶다.

 

나는 내가 마흔이 되면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오래전 남성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신점을 보러 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한 가지는 '마흔이 되면 잡지에 나올 정도의 인물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내 마음이 얼마나 풍선처럼 부풀었는지, 보잘것없고 초라한 나에게 그런 일이 과연 벌어질 수 있을까라며 살짝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언감생심이다. 전혀 그 언저리에도 가지 못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겪을 경험들이다. 결이 다른 것 같지만 결코 결이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마흔 관련 책을 몇 권정도 읽었지만 가장 공감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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