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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도 괜찮을까? - 어쨌든 한번은 부딪히는 인생 고민
피오나.미나리 지음 / 다온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예전에 읽고 책장에 꽂아두었던 책을 다시 펼쳐 들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말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곱씹어 보는 일련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며칠 동안 계속 온몸에 미열이 올라와 무엇인가 집중할 수가 없다. 오후가 되면 서서히 몸에 열기가 달아오른다. 가끔 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 양방으로 가 진찰하면 일단 체온부터 재는데 정상체온으로 나와 헛걸음을 한다. 그러다 한의원으로 가면, 진맥 후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설명하며 대개 한약을 지어먹으라고 권한다. 몇 번 먹었는데 괜찮아진다. 몇 년에 한 번은 먹어야 하는 체질이라고 하는데 값이 비싸 몇 번 먹지 않았다.
요 며칠 기운이 빠져 솔직히 아무것도 하기 싫지만,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나 자신을 더 자책할 것 같아 독서라도 하고 있다. 책은 저자 두 명이 서로 다른 상황에서 썼지만 이야기 모두 공감이 된다. 결혼-이혼-싱글-재혼의 과정을 거친 저자와 마흔에 싱글로 사는 저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흔, 결혼 후 육아를 하다가 사회에 다시 나와 성공한 이야기, 결혼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 마흔의 남성 이야기 등은 많으나 마흔 싱글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찾기 힘들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이 책의 미나리 저자가 느꼈던 현실과 3년이 지난 2018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마흔 이후 조직에서 행방불명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이 부분에 꽤 공감되었다.
설령 마흔, 피라미드 조직 구조에서 남성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임원으로 살아남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부분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 임원은 많지 않다. 예전보다 교육 기회도 많아지고, 여성의 인권도 신장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교사,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 마흔 이후에 조직에서 살아남는 여성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무심코 눈을 돌려보면 없다.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지는 마흔의 여성, 마흔의 싱글 여성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마흔 조직을 떠난 이후의 싱글 여성의 삶이 궁금해, 나 역시 자료와 사례를 인터넷으로 찾았지만 쉽지 않다. 책을 읽으며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라는 어떤 동질감을 느꼈다. 나 혼자만 이런 생각을 하나 자괴감이 빠져들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하고 어떤 안도감이 든다.
내가 너무 예민한가, 내가 생각이 많은가, 나는 왜 이럴까 등 요즘 들어 내가 떠올리는 질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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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살다 보니 이렇게 된 걸 어쩌란 말이냐. 나도 뭔가 남들이랑 다르긴해도 행복하게는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땅굴을 파본 자는 알 것이다. 땅굴 속이 일견 편해 보일지라도 사실은 엄청 춥고 외롭다는 것을. 이 마흔 살의 부끄러움을 떨치고 당당하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결혼하지 않은 마흔 살 여자를 위한 매뉴얼 같은 것, 그런 게 있으면 참 좋을 텐데. 아무런 특기나 장점도 물려받을 유산도 없으면서 결혼도 하지 않는 마흔 살 여자가 땅굴에서 나와서 감히 연애할 마음도 먹게 하는 이야기 말이다.
그런 매뉴얼은 현실에 없겠지? 그래서 비록 매뉴얼도 아니고 아직 땅굴과 땅굴 밖을 오가는 내가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본다. 같이 잘 살아보자고." -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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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마흔에 어떤 꼬리표를 달고 있든 그 꼬리표가 아닌 당신 그 자체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세상을 사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당신이 먼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또한 나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자신에게 달려 있는 꼬리표도 또 다른 사람에게 달려 있는 꼬리표도 절대 부끄럽지 않은 것임을 서로가 인정해주면 좋겠다." - 196p
결혼한 피오나 작가는 인터넷 업계에서 십여 년간 사회생활을 하다가 육아에 전념하며 글을 쓰고 있다. 그녀는 육아로 힘들어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삶의 행복을 더 만끽하고 있는 듯하다. 그녀가 말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이다.
마흔 이후의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알고 싶다.
나는 내가 마흔이 되면 뭔가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오래전 남성 직장동료의 추천으로 신점을 보러 가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한 가지는 '마흔이 되면 잡지에 나올 정도의 인물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내 마음이 얼마나 풍선처럼 부풀었는지, 보잘것없고 초라한 나에게 그런 일이 과연 벌어질 수 있을까라며 살짝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언감생심이다. 전혀 그 언저리에도 가지 못했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삶을 사는 두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고민하고 겪을 경험들이다. 결이 다른 것 같지만 결코 결이 다르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마흔 관련 책을 몇 권정도 읽었지만 가장 공감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