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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짐승아시아하기 문지 에크리
김혜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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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짐승아시아하기』는 김혜순 시인이 쓴, ‘여성으로서 경험한 아시아 여행 산문집이다. 우선 너무나도 매력적인 여행기였다고 총평하고 싶다. 티베트와 인도,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몽골 등의 생경한 여행지의 낯섦이 반가웠고, 아름다운 문체 속에 에로스의 철학이 놀라우리만치 자연스럽게 녹아있다는 점도 굉장했다. 김혜순 시인의 시집을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기대가 된다.

이것은 내 여행하기의 기록이다. 또한 여자짐승아시아하기의 기록이다.” (p.10)

처음 책 발간 소식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제목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것은 들뢰즈 철학의 되기개념이었다. 제목의 여자, 짐승, 아시아는 모두 비()남성, ()인간, ()서양권이라는 타자성을 지닌 소수자를 지칭하는 말이다. 들뢰즈의 되기주체에 의해 규정되는 타자의 구조를 뒤엎고 존재자의 존재를 드러내고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의 가치척도 속에서의 구분을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인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여성스러움을 수행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개념을 김혜순 시인이 일상적인 언어로 굉장히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여자하기는 일종의 여행이다. 이 여행은 여자의 몸으로 겪는 복수적이고, 관계적인 경험이다. 몸의 경험을 사유하기이다.” (p.18)

서로에게 서로를 조금씩 내어주는 다른 주파수의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그 세상에서 서로의 삶을 변용해간다. 그리하여 짐승하기는 분열하기이다.” (p.19)

서구 근대를 거친 역사 속에서 합리적인 이성에 대척하는 감성은 멸시받아 왔으며, 이는 그것의 모체인 가변적이고 유한한 육체의 상징인 여성에 대한 억압으로 나타났다. 근대를 연 데카르트는 사유와 연장성을 말하며 이성적인 사유가 가능한 인간 이외의 것은 모두 물질적인 연장성만을 지닌다고 했다. , 동물과 같은 비()인간종과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며 타자화 한 것이다. 아시아 또한 오리엔탈리즘으로 타자성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나의 존재가 아닌 뭉뚱그려진 무엇으로 규정되며 사라지는 존재성에 대해 김혜순 시인은 아래처럼 말한다.

나는 왜 나가 아니고, 우리인가. 은유들 속에는 무엇이 감추어져 있는가. / 네가 나를 쥐라고 부르면, 나는 쥐가 되는가. 그러나 너는 쥐의 번식을 감당해본 적이 있는가. (중략) 네가 나를 여자로 부르자 나는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너는 사라져가는 나의 뒷모습들을 지켜본 적이 있는가. 한 여자의 수만 가지 분열을 견뎌본 적이 있는가. (중략) 너는 너를 얼마나 잘 가꾸었기에 온전히 인가.” (pp.67-68)

누구든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쥐 두마리가 생산한 세상의 모든 쥐 중에서, 몇 마리를 실험실에 가두어놓고, 그 쥐에 대해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p.70)

이뿐 아니라 76~77페이지의 검은 여신이라는 어머니 묘사는 윤지선 교수의 논문 『장기-몸의 봉기로서의 출산』에서 말하는 모성의 신적 폭력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텍스트 안에 방대한 철학적 아이디어들이 담겨있었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철학에 대한 이야기만 너무 많이 해서 이 정도로 마쳐야겠다. 이게 철학서적은 아닌 것 같으니깐그럼 이제 개인적으로 취향이었던 부분을 말해보자면, 붉은 자두」편과 「낙타하다」에서 사막을 묘사하는 대목이 좋았다.

늦은 여름의 햇빛이 이토록 향기 나게 쫀득거리는 것을 만들어내다니. 향기라는 말은 적당하지 않다. 향기의 발음기호 속엔 이 질감이 없다. 표현할 수 없으므로 말은 필요 없다.” (p.158)

평면이다. 주체도 없고, 형식도 없다. 모래 입자들의 운동과 정지가 있을 뿐. 지층도 없고, 칸막이도 없다. 성층 작용도 없다. 다만 무한한 운동과 무한한 정지, 다시 무한한 운동. 빠름이 있고, 느림이 있다. 그리고 열띤 분자들이 있다.” (p.169)

철학적인 의미를 넘어 아름다운 여행기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김혜순 시인의 시선으로 경험한 순간들을 풀어냈겠지만, 그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라는 여행을 택한 만큼 각 장소와 순간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혜순 시인은 그 발현을 사려깊은 여자짐승아시아하기를 통해 옮긴 것일 테다. 그의 다른 시집을 꼭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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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컬러링 : 더 그레이트 맨 스티커 컬러링 시리즈 3
일과놀이콘텐츠연구소 지음 / 북센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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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스티커 컬러링 : 랜드마크」에 이어 이번엔 「스티커 컬러링 : 더 그레이트 맨」을 해 보았당ᕕ( ᐛ )ᕗ

 

제임스 딘, 빌 게이츠, 아인슈타인, 찰리 채플린, 체 게바라, 밥 말리, 살바도르 달리, 총 7명의 역사적인 남성 인물이 등장하는 스티커 컬러링 책이었다.

 

친구가 고른 사람은 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이었다!!! 왜 골랐냐니깐 제일 잘생겼댄다...^^...

언급한 7명의 사람 중에서 유일하게 들어본 적 조차 없는 인물이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궁금하면 검색이지!

               

미국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은 배우양성소 액터스스튜디오에서 연기공부를 마치고 무대에 데뷔하였다고 한다. 1954년 영화 《에덴의 동쪽》에서 어두운 가정에서 자란 섬세하고 예리한 청년역을 훌륭하게 연기하고,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고뇌의 일면을 상징하는 듯한 존재로 등장하였다.

같은 해 《이유 없는 반항》, 이듬해 《자이언트》에 출연하여 작품마다 성가를 높였으나, 그 해 고속도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였다. 혜성 같은 짧은 생애는 사후의 그를 신비로운 인물로 만들었다.

 

"삶의 완전한 의미를 이해하는것은 배우의 의무, 해석하는것은 배우의 문제, 표현하는 것은 배우의 노력이다. (To grasp the full significance of life is the actor's duty; to interpret it his problem; and to express it his dedication.)" - James Dean

 

너무 지나버린 세대인 탓에, 대단한 배우님을 몰라뵙고 있었던 것이었다( Ĭ ^ Ĭ ).... <에덴의 동쪽> 왓챠 예상별점 5점 만점에 4.5점이다.. 찾아 봐야지.. 스티커 컬러링 책 덕분에 띵작을 알게 되었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티커를 붙여야지. 제임스 딘님을 조각낸(...) 스티커를 펼치고, 뜯어냈다. 그리고 숫자에 맞춰 제임스 딘님을 완성한다! 컬러링을 할 때는 완성판의 숫자를 기준으로 스티커를 찾아서 붙이는 편이 훨씬 예쁘고 깔끔하게 붙여지더라.

 

꼼꼼히 붙입니다. 하지만 꼼꼼하지 못한 친구와 저는 실패했습니다.그렇게 해서 완성된 배우 제임스 딘!! 아아 잘생겼어요. 이제 <에덴의 동쪽> 보러 가야지. 실물 영접하러 가야지...

 

하지만 그의 눈썹을...한 조각을 잃어버려서 끝내 찾지 못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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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
하이문 그림, 오창길 글, 조승연 감수, (사)자연의벗연구소 기획 / 북센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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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란 인간이 만들어낸 개념입니다.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 p.23

 

자연에는 돌멩이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이유가, 바람이 지금 불어야 할 이유가, 씨앗이 그런 생김새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존재에 이유가 있던 자연에, ‘쓰레기라는 있어서는 안 될 잉여 존재를 만들어 낸 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분해 될 수 없는 유해한 화학 물질과 생태계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의 오염물을 왕창 쏟아냈습니다.

 

나는 인간의 잘못을 덮을 만큼 하늘과 바다가 넓고, 우리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대지는 언젠가 다시 회복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어리석을 정도로 순진한 생각이었다.”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p.59

 

한 컷 만화로 보는 지구별 환경 지식은 환경 만화가이자 교토대 환경공학과의 명예교수인 다카쓰키 히로시 작가(필명 하이문)의 환경도서입니다. 환경문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정식 만화가로 데뷔했다는 열정적인 작가님!

 

귀여운 그림으로 설명되는 환경문제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동안 환경문제와 자본주의를 떼어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온통이었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친환경 물품을 사용한다 해도 자본주의의 특징은 과잉생산입니다. 자본주의는 수요에 따른 공급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자본의 증식을 위한 공급이 이루어질 뿐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생산은 소비가 아니라 이윤을 위한 것이다.” - 아인슈타인

 

자본주의사회에서 물건을 생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즉 이윤이 생기지 않으면, 설령 사람들의 생존에 필요한 일이라해도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 다시 자본을 읽자, 고병권, p.34

 

끊임없는 이윤추구 논리에 의해 작동되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자원의 낭비를 줄이려는 시도는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물위에 떠 있는 배

인간과 자연은 하나이면서 둘이다

 

인간은 그 배를 만드는 데 못 하나 박지 않았다

인간은 그 집을 짓는 데 돌 하나 나르지 않았다

지구 위의 모든 것은 인간의 역사보다 길다

인간은 어떠한 창조 행위도 하지 않았다

인간은 금이 간 사과 하나 붙이지 못한다

 

인간이 창조한 것은 탐욕

착취의 먹이사슬뿐

 

배의 밑창에서 지붕까지 먹어치울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더이상 자연이 아니며

자연은 더이상 인간적 자연이 아니며

오늘 자연은 자본가적 자연이기 때문이다

 

백무산, 자연과의 협약일부 발췌, 󰡔인간의 시간󰡕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인간은 자연을 타자화 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며 자연은 더 이상 인간적 자연이 아닌 것처럼, 자연은 그 자체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이윤추구라는 필요에 의해 마음껏 이용될 수 있는 도구로서 존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제3세계와 개발도상국의 이야기도 함께 나옵니다. 환경 보호라는 명목아래에 불평등한 조건을 지워버리지 않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기자기한 표지와 귀여운 그림체들로 접근성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담고있는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숨겨진 불공평한 구조에도 주목하는 점에서 정말로 좋은 책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지구별환경지식 #북센스 #환경도서 #환경오염 #하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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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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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책임지는 가장 간편한 데일리룩이라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티셔츠입니다. 날이 따뜻할 땐 티셔츠 하나만 걸치고 어울리는 바지를 코디해서 외출하기도 하고, 추운 날엔 두꺼운 기모 후드티 안에 티셔츠를 받쳐 입기도 하지요. ,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사계절 내내 편안하게 걸칠 수 있는 옷입니다.

먼 옛날, 이 땅의 조상들이 겹겹이 순서를 맞추어 껴입던 전통 의상을 떠올린다면 그저 구멍난 곳에 팔과 머리를 통과시키기만 하면 티셔츠는 참 간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편안한 옷은 언제부터 통용되기 시작한 걸까요?

 

티셔츠는 1913년 미 해군에서 군인들에게 내의용으로 지급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되었다. 1938년대에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스타들 덕분에 대중화에 성공했다.(엘비스 프레슬리 자료사진 추가) 북아메리카는 해마다 티셔츠의 원료인 면화를 1,900만 톤 이상 생산한다. 이 면직물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섬유이다.

 

길거리를 지나가다보면 오 천원, 만 원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팔리는 티셔츠는 부담없이 구입하기에 좋습니다. 단체 행사에 가면 나누어 주는 행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는 어느 집에건 몇 벌씩 있을 겁니다.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는 티셔츠이기에 사고, 버리고, 다시 새 것을 사는 과정에 우리는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농약이다. 면화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해마다 약 26억 달러 어치의 살충제를 뿌려댄다. 월드워치 연구소Worldwatch Institute가 펴낸 [2004 지구환경보고서state of the world]는 이것이 전 세계 살충제 사용량의 10%가 넘는 양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살충제는 수많은 농민들은 중독시키고, 거대한 농경지를 오염시킨다. 그리고 새와 물고기, 야생동물들도 희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농경지 근처를 흐르는 강을 오염시켜서 그 강물을 식수원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p.83

 

오늘 소개할 책은 환경부 지정 우수환경도서로 뽑힌 북센스 출판사의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입니다.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는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실 여러분이 당장 손에 들고 있는 이 핸드폰이 고릴라의 멸종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핸드폰, 티셔츠, 비닐봉지, 종이, 내복, 나무젓가락 등 익숙한 물건들에 숨겨진 환경 이야기를 박경화 작가의 에세이와 함께 풀어나갑니다.

   

생각키우기코너의 질문들에 대답하며 개인적인 경험들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자료조사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정답이 없는 질문들의 경우엔 토론의 소재로 써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구를 생각하는 환경실천법은 의무감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중략)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무감이 아니라,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고 좋아서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야 한다. 간편하고 홀가분해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의 저자 박경화씨는 우리에게 대단한 환경 운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의무감을 조금 내려놓고 마음이 끌리는 재미있는 일에서부터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라고 말합니다.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무언가가 만들어지는 과정의 순간들을 직접 느껴본다면 그것은 단순한 상품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낭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 손으로 직접 이루어낼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요?

이 흥미로운 체험으로부터 환경보호가 실천된다면 꽤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고릴라는핸드폰을미워해 #박경화 #청소년권장도서 #환경도서 #환경문제 #북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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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왜뭐 - 모든 몸을 위한 존중
경진주 외 지음, 여성환경연대 기획 / 북센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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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왜뭐’는 여성환경연대가 기획한 책으로, 최근 페미니즘 이슈로 떠오르는 ‘탈코르셋’을 비롯한 다양한 페미니즘 현안들, 그중 여성의 ‘몸’과 관련된 주제들을 총망라한 도서이다.

책을 구성하는 8개의 이야기가 맞닿는 지점은 ‘선택’에 관한 것이다. 나의 선택이 오롯이 나만의 고유한 결정인지, 진정 내가 원한 것인지, 누군가의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내가 원하는 것을 할 때 함께 (동조)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내가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이 충족하는 욕망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게 한다.

여성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시선은 정말 스스로의 것일까요? 그 시선으로부터 비롯된 ‘선택’은 정당한 것일까요?

 

책은 논의와 관련된 개념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코르셋 :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다양한 문화들 (pp.20-21)

성적 대상화 : 자신의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인격이나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것. 결코 스스로 하지 않는, 할 수 없는 현상이며, 지배∙피지배 관계가 명백한 위계 관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현상.(p.32)

외모규범 : 머리, 옷, 신발, 장신구, 화장 등 개인의 외모에 허용되는 것과 허용되지 않는 것을 국가, 제도, 기관, 집단 등이 정하여 따르게 하는 것. 개개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밖에서 주어지는 명령으로, 위에서 아래로 전달(p.122)

화장, 브래지어, 다이어트, 월경 등, 여성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단어들이다.

외모왜뭐는 이 단어들이 함축하는 뜻을 명료화하고, 당사자인 여성들에게 이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는지 그 맥락을 파헤친다. 그리고 그 결과인 당대의 현상들을 드러내고 분석한다.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은,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외모규범에 대한 저항의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쁘면 안 되는 것일까요?

/미셸 푸코는 각 사람이 자기 자신을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아름답게 가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푸코는 이것을 ‘존재의 미학’이라고 부르는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 살피고, 그에 맞게 가장 멋지게 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밖에서, 그리고 위에서 강요되는 외모 규범은 우리의 미적 삶을 아주 하찮은 것으로 간주하고 미적 상상을 방해합니다. 이것은 푸코의 생각과는 정반대입니다. 외모 규범은 모두에게 획일화된 인격과 가치관을 주입하고 강요합니다. 어떤 생각을 가졌는가가 외모를 다르게 만들지만, 역으로 특정한 외모를 통해 생각을 강요하고 통제하기도 합니다. 획일화된 외모가 반복적으로 강요될 때, 그 외모에 구현된 생각에 길들여지게 되지요. /pp.125-126

외모규범은 개인이 스스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고 개발할 기회를 박탈시킨다.

기회를 박탈당한 개인은 또 다른 규범을 낳고, 악순환은 되풀이된다.

외모왜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다음과 같은 대안을 내놓는다.

/맨얼굴의 친구에게 굳이 이유를 묻거나 화장을 강요하지 않는 것, 온라인상에서 연예인의 몸매에 평가의 말을 남기지 않는 것, 다른 사람의 옷차림을 지적하지 않는 것과 같은 노력./ p.23

개인적인 의견을 추가해 보자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살 빠졌어? 살쪘어? 와 같은 말로 맞이하지 않는 것, 외모가 아닌 상대방이 이루어 낸 성취와 그 과정의 아름다움에 칭찬하는 것, 앞의 예시들을 하나씩 실천하며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한 외모 검열로부터 벗어나는 것과 같은 노력이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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