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패밀리트리#오가와이토#권영주






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평화롭고 힐링이 느껴지는 표지 그림의 책이다.

초록 초록 눈도 마음도 정화될 것 같은 표지 그림을 보며

<패밀리 트리>라는 책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것 같다.

가족의 갈등이나 문제를 잘 풀어 나가는 가족이야기의 책이려나 싶었는데...

책은 푸릇 푸릇 소년의 성장일기라고 해야할 것 같다.

소년의 성장 과정에서 친구와 주변의 가족들과 친척들과의 얽히고 설킨 문제를

조심스레 하나 하나 이해해 나가기도 한다.

유년 시절부터 함께 놀며 지내온 소년과 소녀가 자라면서

사춘기를 지나고 청년이 되면서 겪는 생각과 생활,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각자의 상처들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조금씩 조금씩 치유되는 모습도 잘 나타나 있다.

여인숙을 운영하는 키토 할머니로부터 뻗어 나간

가족들의 얽힌 관계 속에서

상실의 아픔과 고통을 자연스럽게 하나 하나 이겨나가게 되는 소년 류세이와 소녀 릴리,

그리고 한살 터울의 누나 쓰타코...

세 사람의 성장과정에서 소소한 생활속의 즐거움, 자라면서 느끼는 막연한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소중한 것의 상실에서 오는 크나큰 상처,

그리고 자연스럽게 위로 받고 치유되는 모습이 잘 그려져 있는 책이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농촌 '호타카'가 공간적 배경이다.

산골 마을의 툇마루에 앉아

가끔씩 하늘을 올려다 보며 몸과 마음이 다른 곳을 향해 

'하늘나라'여행을 떠나는 릴리를

류는 가만히 지켜보며 다른 세계에 가 있는 릴리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나는 방금 전까지

같이 흙장난을 하고 벌레를 잡던 릴리가

갑자기 다른 세계로 가버리는 게 쓸쓸했다. -p8-

릴리가 특별한 것은 마음속에 비밀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p10-


디테일하게 묘사되는 환경과 풍경이

머릿속에 수채화처럼 그려지며,

고민과 생각에 빠져 있는 주인공 류세이와 함께

마을을 함께 걷거나 산속을 함께 걷고 있는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함께 발가벗고 목욕하던 친구 릴리와 또 친누나 쓰타코가 조금씩 성장하며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지만 묘한 감정으로 변해가지만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고 지낸 것이 아니었을까...

결국 류세이와 릴리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도 불확실하고 두려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늘 존재한다.



p82

내게 '바다'는 세상에서 제일 가는 친구가 되었다. -p82-


최근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책 속의 '바다'는 류와 릴리가 산속에서 발견한 

상자 속에서 데려 온 강아지다.

반대하는 다른 가족들을 설득해 키우게 되면서

이름을 짓고 애정을 쏟고 돌보며 세 친구의 결속과 우정은 더 깊어졌다.


살아 있는 건 모두 죽어요.

죽을 걸 두려워했다간 아무하고도,

뭐하고도 관계를 맺을 수 없을거 아니에요? -p77-


류세이가 기거하던 증조할머니 기쿠 할머니가 운영하는

낡은 여관에 화재가 나면서

그토록 애정을 쏟던 반려견 바다를 잃고 류의 죄책감과 무력감은

바다를 구하러 불속을 들어가려던 류를 말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같은 것으로 표현되지만

거기에도 자신의 죄책감을 아버지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것에서

류세이는 더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슬픔은 어느 누구와도 나눌 수 없음을 체감한 것은 이때였다. -p125-


지상에서 불이 났는데도

우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별빛을 반짝 거렸다. 

원래 그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든

세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p117-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p129-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결국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밖에 없다. -p131-


구태여 말로 표현하자면

나는 모든 것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p131-


청년이 된 류세이에게 릴리는 꿈을 물어보지만 

릴리는 류세이의 모습을 답답해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찾고,

둘이 함께 최선의 길을 찾자고 약속한다 .


살아있으면 꼭 좋은 일도 있는 법이야.

선허게 살기만 하면 언젠가 자기한테 돌아오는 법이야. -p202-

착한 것과 약한 걸 착각하지 말라고.

그저 약하기만 한지도 모른다..

약한 것과 착한 것을 착각하고 있을 뿐인. -p301-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에선,

상처와 고민을 감싸 안아주는 기쿠할머니와

시디와 달리 깨지기도 쉽고 흠도 나기 쉬운 LP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비틀즈의 음악을 들려주는 스바루 아저씨도 있다.

청년이 된 류에게 추억이 되는 장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듦을 이겨내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패밀리 트리...

기쿠 할머니의 과거로부터 비롯되어 가족이 성립되고

그 이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뻗어 나간 나뭇가지 처럼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이 생겨나며

비밀스럽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했지만

한올 한올 잘 풀어가며 성장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는 모습이

잘 나타난 소설이다.

이별과 상처와 절망을 우정과 사랑으로 이겨나가며

 행복을 찾는 류세이와 릴리의 미래가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찾아가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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