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닫힐 때, 우리는 홀로 앉아 무언가를 써야합니다.
나에 대하여, 너에 대하여, 그리고 세상에 대하여,
혹은 나 아닌 것에 대하여, 너 아닌 것에 대하여, 그리고 세상이 아닌 것에 대하여.
쓰세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문득 사라진 것에 대하여...
...
쓰세요. 당신이 알지 못하는 미래에 대하여.
... 변해버린 것과 제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쓰세요. 어제까지 할 수 없었지만 오늘부터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하여. -p67-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가며 모든 써야할 것들을 떠올려보았다
정말 써야할 많은 것들이 있을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써야할 것 같은 생각은 또 독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무언가를 쓸 때, 당신은 여기가 아닌 거기로 갑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 한 번도 갖지 못했던 것을 갖게 됩니다.
단 하나의 우주에 갇혀 있는 당신은 무한한 우주를 만납니다.
너는 쓰기 시작한다.
너에 대하여, 나에 대하여, 혹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p68-
저자는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자신을 '너'로 칭하고 있다.
자신을 어느 공간에 멀직이 떨어뜨려두고 스스로의 모습을 멀리서 보고 있는 것처럼 글을 썼다.
그런 부분이 독자인 나도 좋았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나를 그렇게 보게 된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관찰하며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 물론 객관적인 것 자체도 주관적인 것이겠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모습을 그냥 거리를 두며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된 것이 기쁘기도 했다.
감정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기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