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같이 살고 싶다
김미경 지음, 배성기 그림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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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같이 살고 싶다

-김미경-

 

 

예술은 어느 분야에서든 통하는걸까?

이 시집의 시인은 피아니스트이다.

국제 피아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가장 자주 초청 받는 한국을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그리고 현재 연천 국제 피아노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며

MK institute of Piano 를 설립해 음악교육에 힘쓰고 있는 김미경님이다.

 

학창시절에 우연히 참석했던 백일장에서 상을 받게 된 후

시를 써야 할 것 같은 사명감을 갖게 되었고

사십년이 지난 후 드디어 시인이 되었다고 한다.

피아니스트와 시인은 왠지 모르게 공통점이 느껴진다.

삶의 선율을 피아노로 표현하든, 시로 표현하든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이유인가보다.

그리고 시집에 수록된 그림들은 의사이기도 한 시인의 배우자의 작품이다.

두 분의 예술적 재능이 더해진 시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빛나고 있는 줄 알았는데

그대가 나를 비추고 있었네.

시집의 말미에 씌여진 시인의 말 에

서로가 서로를 돋보이게 하는 빛을 비추어주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었다.

총 3부로 되어 있는 시집은 1부 꽃같이 살고 싶다(20편)

2부 한 단어로 쓰여진 편지(23편),

3부 아름다운 동행(18편)으로 나누이져 있다.

꽃같이 살고 싶다라는 제목에서

예쁘고 화려하고 우아한 꽃을 상상했지만,

시집의 제일 첫번째 실린 시는 <풀꽃> 이었다.

 

네가 거기 있는 줄

몰랐다

구석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줄

몰랐다

가슴을 시리게 하는 게 너일 줄

몰랐다

<시들은 꽃> 을 노래하기도 한다

얼마나 고단했느냐

...

이제

속으로 울 필요 없다

허리를 꼿꼿이 세울 필요도

없다

...

지금의 네가 좋다

무대에서 내려와

큰 호흡을 하는

세월의 흔적이

아름답지 않느냐?

불 같은 사랑을 하고 살이 타들어가는 재가 된 연탄을 노래 한 <다 타버린 연탄>,

아등바등 살았던 엊그제 그 땀을 닦아주는 나는 내려가는 길이 좋다 고 노래한 <내리막길>,

시간을 멈춰달라는 부탁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라고 한 <아름다운 작별>등의 시가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싯점에서 내려놓기를 하고 있음이 읽혀진다.

 

시간을 멈춰 달라는 부탁은

안 하기로 했습니다.

...

너무 사랑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저 물끄러미 놓아주는 것이

아름다운 작별이라는.

 

 

 

시집 속의 그림들의 색감이 환하고 밝았다.

나무아래 떨어진 낙엽마저도 빨간색으로 꽃처럼 보인다.

이 가을에 독자인 나도 낙엽이 떨어진 잎이 아니라 꽃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다.

울긋 불긋함이 봄의 꽃이 아닌,

가을 낙엽과 단풍들이

할 일을 다 이루고 해낸 후의 절정처럼 보인다.

 

 

2부의 한 단어로 쓴 편지에서는 <엄마 냄새>, <바다>, <잠깐이다>등의 시에

가족과 부모님에 대한 정과 그리움이 많이 담겨 있었다.

 

첫 만남 설레며

밤 잠 설쳤던 그 사람

어느새

희끗한 노신사

...

아장아장 걷던

우리 아들

어느덧

턱수염 청년

...

모든 게

잠깐이다

정말 잠깐이다.

피아니스트의 시는 달랐다.

피아니스트의 고민 이라는 시 두 편은

삶에서의 여러 선택의 기로에 서서 하는 인생의 고민과 동일함을 깨닫게 한다.

독자인 내 마음에도 쏙~ 들어 온 시였다.

 

 p82

 

크레센도를 할까 디미누엔도를 할까?

점점 커지나 갑자기 커지나?

점점 작아지나 갑자기 작아지나?

인생도 같아

크레센도냐 디미누엔도냐?

 

 p93

 

 

박자대로 칠까 좀 자유롭게 칠까?

레가토로 할까 스타카토로 할까?

무겁게 칠까 가볍게 칠까?

인생도 같은 고민

좀 느슨하게 살까 빡세게 살까?

이웃과 끈끈하게?

심각하게 아님 좀 놀면서?

결국 모든 선택에서의 결정은 나의 몫이고,

내가 결정한 대로 인생의 무대는 채워질 것이다.

그 무대에서 내려올 때,

나의 선택에서의 잘잘못은 따져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모든 기로에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선택에 최선을 다 해냈을 테니까.

 

3부의 아름다운 동행에서의

<길>에선 다 닳은 신발은 어느덧 가벼운 내 눈물의 흔적 이라고 했다.

바다로 향하고 싶다고 한 <바다로 난 길>, <징검다리>,

 <문>, <나가고 싶다>, <날개> 등의 시에서

활동과 움직임으로의 욕망이 느껴진다.

 

신발은 필요 없다.

가려운 겨드랑이를 긁으며

바람을 기다려본다.

눈이 너무 부시다.

날고 있는 중이다. <날개>

나가고 싶다.

저 문으로

가다가 돌부리에 채도

나가고 싶다.

저 문으로

가다가 소금이 되어 굳는다 해도

나가고 싶다

저 문으로

누군가 발을 잡고 안 놓아 준다 해도

나가고 싶다.

저 문으로. <나가고 싶다>

<날개>와 <나가고 싶다>는 열정과 희망이 느껴지는 시였다.

활동과 쉼, 크레센도와 디미누엔도, 레가토와 스타카토가

우리의 삶에서 외적으로 또는 내적으로 무한 반복되며 일어난다.

음악과 그림, 말과 글 등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만들 내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집을 통해 저자님의 최선을 다한 인생을 들여다 보는 것 같았다.

이젠 걸어 온 시간들을 시를 통해 정리해보고

또 앞으로 나아갈 길을 향해 문을 열게 될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은 어느 누구도 잡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무언가로 채우든 또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는 각자 다를 것이다.

한 계절을 보내고 또 다른 계절이 다가오는 싯점에서

시집 한 권으로 레가토의 시간이 된 것 같다.

 

 아, 좋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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